21일 홍성군 은하면 화봉리 주민들에 따르면 화봉리 1만1644㎡의 터에 발전용량 800㎾의 태양광발전소를 짓는 사업이 지난해 12월 개발행위 허가를 받아 착공을 눈앞에 두고 있다. 발전소 예정부지는 일제 강점기 아시아 최대 석면광산으로 불리던 '광천 1·2 광산'이 있던 곳이다. 이때문에 주민들의 우려가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예정 부지에서 불과 50m 거리에 사는 정옥환씨(72) 는 "슬레이트 지붕 하나를 옮겨도 허가를 받아야 할 정도로 석면이 위험하다는데 석면광산 자리에 태양광 시설을 짓겠다니 정말 억장이 무너진다"며 "과거 1·2차 태양광 시설을 지을 때 깊이 묻혀있던 석면이 토사로 유출되는 것을 봤는데 안심할 수가 있겠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화봉리 야동마을은 1급 발암물질인 석면으로 인해 33가구 중 15명이 폐질환을 잃고 있고, 5명이 폐암 등으로 숨지는 등 석면으로 인한 피해가 심각했다. 이 때문에 한국광해관리공단이 2011년 60억원을 들여 웅덩이를 흙으로 메운 뒤 소나무를 심는 등 석면 폐광 복구작업을 완료했다. 하지만 이듬해 1차 태양광 시설을 짓는 과정에서 소나무를 베어내고 절토하는 과정에서 석면을 함유한 흙과 돌이 지표 밖으로 유출됐다고 주민들은 주장했다.
마을 주민 정조훈씨(70)는 "대충 포장을 덮어 놨지만 산꼭대기 태양광 패널 옆에 쌓아 놓은 까만 석면 원석이 그대로 드러나 보인다"며 "'눈 가리고 아웅'에 불과할 뿐"이라고 지적했다. 정씨는 "평소에는 농사를 짓다가 농한기에만 광부로 일했는데 흉막반(석면이 쌓여 흉막이 두꺼워지는 것) 판정을 받았다"며 "이 마을에서 두 집 건너 한 집은 석면병을 앓는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폐석면 광산 부지임에도 태양광발전시설을 지을 수 있는 것은 전기사업법이나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 등 관련 법에 발전소 입지에 관한 구체적 규정이 없기 때문이다. 지자체별로 조례에 근거해 거주지와의 이격 거리만 정하고 있고 이마저도 지자체별로 기준이 제각각이다. 홍성군의 경우 주요 도로(고속국도, 국도 등)에서 직선거리 200m, 주택가에서 50∼200m 이내에만 설치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어 정씨처럼 1가구만 있는 경우 50m 조항이 적용된다. 인구 밀집 지역에서 최대 1㎞ 떨어진 곳에 태양광 시설을 짓도록 하는 자치단체도 있는 만큼 기준이 지나치게 느슨하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홍성군 관계자는 "사유지에서 재산권을 행사하는 부분이라 현실적으로 막을 방법이 없고 이격 거리는 기준을 더 강화하도록 조례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며 "3차 태양광 시설 공사는 절토(흙을 깎아내는 것) 방식이 아닌 성토(흙을 쌓는 것) 방식으로 해 석면 비산으로 인한 주민들의 피해가 없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홍성 = 조한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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