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재완화'와 '비핵화단계' 매칭이 이번 회담의 핵심
【하노이(베트남)=뉴시스】 전진환 기자 = 북미정상회담을 8일 앞둔 19일 오후(현지시각) 베트남 하노이 정부게스트하우스(영빈관) 앞 거리에서 베트남 관계자들이 북미 국기를 걸고 있다. 2019.02.19. amin2@newsis.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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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강영진기자 =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드디어 북한에 대한 제제완화를 적극 고려하고 있음을 시사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20일(현지시간) 기자들에게 "제재는 전부 유지되고 있고 나는 제재를 풀지 않았다. 풀 수 있으면 좋겠지만 그러러면 상대방이 의미있는 일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은 대북 핵협상 실무협상을 담당한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의 지난 1월 31일 발언과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의 지난 13일 발언에 이은 것이다. 미국이 급을 높여가면서 제재완화 가능성을 시사해온 끝에 드디어 대통령까지 가세한 모습이다.
발언 내용 자체는 "완전한 비핵화가 이뤄지기 전에 제재완화는 없다"거나 "제재를 빨리 풀어주고 싶지만 북한이 핵을 제거해야 한다"고 강조하던 이전 발언들과 비교할 때 크게 달라진 내용은 아니다. 그러나 다음주 북미정상회담을 앞두고 실무협상이 열리는 시점에 강조했다는 점 때문에 그가 북한의 '일정한 비핵화 조치'를 대가로 제재완화를 적극적으로 고려하고 있음을 시사한 것으로 풀이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이번(정상회담)이 마지막 회담일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19일에는 북한 비핵화를 "서두르지 않을 것"이라고 여러차례 강조해 말하기도 했다.
지난 이틀사이에 나온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들을 종합하면 다음과 같이 정리할 수 있다.
첫째, 미국이 북한의 제재완화 요구를 본격적으로 협상 테이블에 포함시키기로 했음을 분명히 하고 둘째, 이번 회담에서 최종적인 타결이 이뤄지지 않을 것으로 예상하며, 셋째 여전히 중요한 성과가 나오기를 바라고 있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미국은 2차 정상회담에서 다룰 의제들(비건 대표에 따르면 12개 의제) 가운데 북한과 ▲합의될 것으로 확신하는 항목들과 ▲합의 가능성이 있지만 확신할 수 없는 항목들 ▲합의가 힘들것으로 예상하지만 기대는 버리지 않는 항목들로 구분해 회담 전략을 세우고 있음을 예상할 수 있다. 사실 복잡하고 어려운 협상을 앞둔 시점에 협상 담당자라면 이같은 항목별 평가와 그에 상응하는 협상 전술을 준비하는 것이 당연한 일이다.
또 트럼프 대통령이 중요 발언을 거듭하는 것은 정상회담에서 최종적으로 내줄 것과 받아낼 것들을 상세히 파악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사실상 트럼프 대통령이 실무협상에 직접 나선 셈이다.
북한 역시 김정은 위원장이 실무협상에 시시콜콜 관여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이달초 비건 특별대표가 평양에서 김혁철 국무위원회 대미대표와 협상할 때 김대사에게 수시로 메모가 전달돼 협상이 자주 중단됐다는 일본 아사히 신문 보도가 있었다.
이상의 상황들을 감안하고 북한과 미국이 제시해온 입장의 변화과정을 추적하면 하노이 정상회담에서 북미가 합의할 수 있는 상한선과 하한선을 유추해볼 수 있다.
사실 북한의 입장 변화는 구체적으로 잘 나타나지 않는다. 다만 비건과 김혁철이 협상하는 과정에서 미국이 제시한 협상 일정을 자주 미루거나 장소를 자신들에게 일방적으로 유리한 평양으로 지정하는 등으로 북한이 강경한 입장을 고수하는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 마치 협상이 깨져도 좋으니 알아서 하라는 식이다.
이에 비해 미국은 어떻게든 협상이 깨지지 않도록 하기 애쓴 흔적이 역력하다. 지난해 8월 취임한 비건 특별대표가 반년이나 지난 뒤 북측 파트너 김혁철과 협상할 수 있었던 점, 김영철-폼페이오 회담이 여러 차례 무산된 일, 평양회담 등등이 그렇다.
전반적으로 하노이 정상회담이 열리기까지 미국이 북한에 상당히 끌려다니는 모양새다. 그 결과가 비건-폼페이오-트럼프가 잇달아 제재완화 가능성을 시사하는 것으로 나타난 셈이다. 따라서 이번 정상회담에서는 대북 제재완화의 범위와 조건이 명시적으로 제시될 가능성이 매우 커 보인다.
지금까지 보도된 회담 의제들은 크게 세가지 범주다. 지난해 싱가포르 회담에서 합의한 양국관계 정상화, 한반도 평화체제, 한반도 비핵화 등이 그것이다.
여기서 제재 완화는 비핵화의 수준과 직접적으로 연결돼 있다. 관계정상화와 평화체제도 비핵화에 따라 진전되는 보상책의 성격도 강하다. 따라서 핵심은 북한의 비핵화 수준과 제재 완화의 수준이 어떻게 연결돼느냐일 것이다.
이를 추정할 수 있는 단서들로 다음과 같은 것들이 있다.
우선 비건 특별대표는 지난달 말 스탠퍼드대 연설에서 김정은 위원장이 지난해 10월 폼페이오 장관에게 영변 핵시설·동창리 미사일 시설 폐기를 넘어 비핵화를 할 수 있다고 언급했음을 처음으로 공개했다.
둘째, 문재인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과 통화하면서 한국이 남북협력이 대북협상의 카드가 될 수 있다고 밝힌 것을 공개했다. 존 볼튼 미 백악과 안보보좌관이 하노이 정상회담을 목전에 두고 한국을 방문하는 것은 이 내용을 구체적으로 확인하기 위한 것으로 추정된다.
셋째 트럼프 대통령이 하노이 회담 이후에도 북미정상회담이 열릴 수 있음을 밝혔다.
이를 종합하면 다음과 같은 시나리오를 예상해볼 수 있다.
미국은 이번 회담에서 제재완화를 시작할 것이다. 그 방법으로는 미국이 제재 완화에 직접 나서기보다 한국이 나서는 것을 허용하는 방식을 취할 가능성이 크다. 비핵화를 최종적으로 달성할 로드맵 작성은 다음 회담으로 넘긴다. 이를 위해 영변+α에 대한 김정은의 약속을 명시한다. 하노이 회담 이후에 실무협상을 진행해 비핵화 단계와 제재 완화 및 관계정상화, 평화체제 확립의 세부 단계들을 매칭하는 로드맵을 작성하고 세번째 정상회담에서 이를 확정한다는 등이다.
인도적 지원, 종전선언, 연락사무소 교환 설치, 평화협정 등 많은 이슈들도 다뤄질 것이다. 다만 북한은 일관되게 제재 완화를 요구해왔고 미국도 북한의 요구를 수용하지 않고는 정상회담을 할 수 없다는 현실을 인정했다. 따라서 하노이 회담은 제재의 완화 수준과 비핵화 정도를 어떻게 매칭하느냐가 중심적인 의제일 가능성이 크다.
yjkang1@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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