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9년 12월 전원합의체 판결 때와는 제반사정 달라…평균여명, GDP, 정년 상향 등 고려
손해배상액, 보험, 연금 기준 연령도 변경 불가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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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기민 기자] 육체노동자가 일할 수 있는 나이를 뜻하는 육체노동자 가동연한이 60세에서 65세로 상향돼야 한다는 취지의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이 나왔다.
노동가동연한은 사망하거나 노동력을 상실한 피해자에 대한 손해배상액이나 보험금도 60세 정년 기준에서 65세로 변경될 것으로 보인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21일 박동현씨 부부와 딸이 수영장 운영업체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소송 상고심에서 "총 2억5416만원을 배상하라"는 원심판결을 깨고 '노동가동 연한을 65세로 상향해 손배배상액을 다시 계산하라'는 취지로 사건을 서울고법에 돌려보냈다.
박씨 가족은 2015년 8월 수영장에서 익사 사고로 4살 아들이 사망하자 수영장 운영업체가 업무상 주위의무를 위반했다며 손해배상액과 위자료 합계 4억9354만원을 달라며 소송을 냈다.
1·2심은 '일반 육체노동에 종사할 수 있는 연한은 보통 60세가 될 때까지로 하는 것이 경험칙'이라는 기존 판례에 따라 노동 가동연령을 60세로 판단해 손해배상액을 계산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30년 전인 1989년 12월 55세였던 노동가동연령을 60세로 상향한 바 있다.
그러나 최근 일부 하급심에서 평균수명, 경제 수준 등의 향상으로 시대 상황을 반영해야 한다며 정년을 65세로 상향한 판단이 나오고 있다. 박씨도 이러한 하급심의 판단을 근거로 해 대법원에 상고했다.
대법원도 노동가동연령의 상향 여부가 국민생활과 일반 산업계에 미치는 영향력, 보험제도·연금제도 운용의 관련성 등을 고려해 박씨 사건을 전원합의체로 회부해 가동연한 상향 여부를 판단하기로 했다. 판결에 앞서 대법원은 지난해 11월 공개변론을 진행해 양측 변호인과 각계 전문가의 의견을 수렴했다.
12명의 대법관 가운데 9명은 "1989년 12월 가동연한을 60세로 선고했던 제반 사정이 현저히 변했다"며 "65세로 상향 조정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판단해 판례가 바뀌게 됐다. 다수 대법관들은 평균 여명 상향, 1인당 GDP의 상승, 법정 정년과 실제 정년의 상승, 국민연금법상 연금수급개시연령 상승 등을 사유로 들었다.
3명의 대법관도 노동가동연령 상향에 반대하지는 않았으나 별개의견을 냈다. 조희대·이동원 대법관은 만 63세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했고, 김재형 대법관은 만 65세 등 특정 연령으로 한정하는 것이 아니라 60세 이상이라고 포괄해야 한다고 밝혔다. 다만 다수 대법관이 찬성하여 65세로 상향 조정하게 됐다.
이번 판결에 따라 보험금 지급액이 늘어나 보험료 동반 상승이 예상되는 등 보험업계에 상당한 영향을 끼칠 것으로 전망된다. 또 '60세 이상'으로 규정된 현행 정년 규정도 상향해야 한다는 논의로 이어질 것으로 관측된다.
이기민 기자 victor.le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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