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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6 (토)

‘육체노동 가동연한’ 30년만에 60세→65세로···정년도 늘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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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60세까지로 판례 변경 “제반사정 현저히 변해”

보험·노동계 등 파장 예고···보험료 동반상승 예상

서울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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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망하거나 노동력을 잃은 피해자에 지급할 손해배상액을 계산할 때 기준이 되는 육체노동자의 ‘노동가동연한’이 기존 60세에서 65세로 상향될 전망이다. 노동가동연한은 노동에 종사해 수익을 얻을 것으로 예상되는 연령의 상한을 말한다. 사실상 돈을 벌 수 있는 최고 나이라는 의미다. 이번 판결로 인해 보험금 지급액이 증가하며 보험료도 동반 상승하는 등 보험업계에 상당한 파장이 일 것으로 보인다. 또 ‘60세 이상’으로 규정된 현행 정년 규정도 상향해야 한다는 논의도 시작될 것으로 예측되며 노동계와 산업계 모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21일 박동현씨 부부와 딸이 수영장 운영업체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소송 상고심에서 “총 2억5,416만원을 배상하라”는 원심 판결을 깨고 ‘노동가동연한을 65세로 상향해 손배배상액을 다시 계산하라’고 판결해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재판부는 “육체노동의 경험칙상 가동연한을 만 60세로 보아온 견해는 더이상 유지하기 어렵고, 이제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만 60세를 넘어 만 65세까지도 가동할 수 있다고 보는 것이 경험칙에 합당하다”고 밝혔다. 이어 “우리나라의 사회적, 경제적 구조와 생활여건이 급속하게 향상·발전하고 법제도가 정비·개선됨에 따라 기존 가동연한을 정한 판결 당시 경험칙의 기초가 됐던 제반 사정들이 현저히 변했다”며 “원심은 막연히 종전의 경험칙에 따라 피해자의 가동연한을 만 60세로 인정한 잘못이 있다”고 설명했다.

앞서 박씨 가족은 2015년 8월 수영장에서 익사 사고로 4살 아들이 사망하자 수영장 운영업체를 상대로 손해배상액과 위자료 합계 4억9,354만원을 지급하라는 소송을 제기했다. 재판의 쟁점은 노동가동연한을 60세로 유지해야 할지가 쟁점이 됐다. ‘일반 육체노동에 종사할 수 있는 연한은 보통 60세가 될 때까지로 하는 것이 경험칙’이라는 기존 판례에 따를 것인지가 문제였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30년 전인 1989년 12월 55세였던 노동가동연한을 60세로 높인 바 있다.

1·2심은 기존 판례에 따라 박씨 아들이 성인이 된 후부터 60세가 될 때까지 육체노동에 종사해 벌었을 수익을 2억8,338만원(생계비 공제)으로 인정하고 수영장 업체의 과실비율을 60%로 놓고 1억7,416만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다만 1심은 손해배상액에 추가할 위자료가 6,000만원이라고 판단한 반면, 2심은 위자료를 8,000만원으로 상향했다. 이에 박씨는 “기존 판결이 선고된 1980년대와 비교할 때 고령사회 진입과 평균수명의 연장, 경제 수준과 고용조건 등 사회·경제적 여건에 상당한 변화가 있었다는 점을 반영해야 한다”며 대법원에 상고 신청을 했다.

대법원은 사건을 대법원장과 대법관 12명이 참여하는 전원합의체에 회부했다. “노동 가동연령의 상향 여부는 일반 산업계에 미치는 영향력과 국민 생활에 미치는 파급력이 크고, 보험제도와 연금제도의 운용에도 상당한 관련이 있다”는 것이 이유였다.

이날 두 시부터 대법원에서 열린 공개변론을 통해 각계의 주장을 들은 대법원은 “고령사회로 진입한 우리 사회의 여건을 고려한다면 65세로 상향 조정하는 것이 적절하다”는 박씨 측 주장을 받아들이기로 최종 결론을 내렸다.
/이다원 인턴기자 dwlee618@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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