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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7 (일)

대만 유력 대권주자들, '취업 면접' 위해 미국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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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투데이

사진출처=/EPA,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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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투데이 김지수 기자 = 대만 총통선거 유력주자들이 2020년 1월 선거를 앞두고 앞다퉈 태평양 건너 미국으로 향하고 있다. 총통 ‘워너비’들이 선거 전에 미국을 방문하는 것은 ‘오랜 전통’이라고 할 수 있다. 전문가들과 현지 언론들은 대권주자들의 이 같은 미국 순방 일정을 두고 이른바 ‘취업 면접’이라고 부른다. 미국과 자국 유권자들에게 자신이 미국과의 관계를 굳건히 유지할 수 있는 적임자임을 보여주기 위한 것이기 때문이다.

이들의 공식 일정은 대학·기업인 협회·싱크탱크·재외국민 모임 등에서의 연설 위주지만 사이 사이에 미국 정부 고위 관계자들과 비공개 면담을 갖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다만 이 같은 미국 순방은 결국 양안관계에 대한 자신의 입장을 드러내는 것이기 때문에 자칫 역풍을 맞을 수도 있다. 특히 올해는 무역전쟁 등으로 미·중 간 갈등이 심해지고 있는 상황에서 대만의 전략적 중요도가 높아지고 있기 때문에 더욱 민감한 문제다.

처음으로 미국 순방에 나선 것은 친중 성향 국민당의 주리룬(朱立倫) 전 신베이(新北) 시장. 현재 8일 간 일정으로 미 서부지역 순방 중인 그는 애플·테슬라·엔비디아·유튜브 등 미국의 정보기술(IT) 대기업을 잇달아 방문하고 있다. 지난 19일 캘리포니아주 스탠퍼드대 학생들을 대상으로 가진 연설에서 주 전 시장은 “대만이 미·중 사이에 끼어 있는 만큼 우리는 평화에 대한 의지를 이어나갈 것”이라며 “우리는 더욱 책임감있고 지속 가능한 경제질서를 만들기 위해 미·중 양쪽 모두와 협력을 지속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해 11월 말 지방선거 때 국민당 출신으로 민진당 텃밭인 가오슝(高雄)에서 당선되며 돌풍을 일으킨 대만 정계의 ‘라이징 스타’ 한궈위(韓國瑜) 가오슝 시장도 올봄 미 동부지역 순방에 나설 계획이다. 무소속 커원저(柯文哲) 타이베이 시장 역시 다음달 미국으로 향한다. 다만 커 시장의 경우 자신은 취업 면접이 아니라 도시 간 교류를 위해 방미하는 것이라며 선을 그었다.

집권 민진당에서는 라이칭더(賴淸德) 전 행정원장(총리격)과 정원찬(鄭文燦) 타오위안(桃園) 시장이 올해 방미를 계획중인 것으로 현지 언론들이 보도했다. 쑤전창(蘇貞昌) 전 행정원장도 미국행 가능성을 완전히 부인하지는 않았다. 우자오셰(吳釗燮) 외교부장은 최근 미 의회 의원들에게 대만을 지지해 달라면서 최근 CNN을 통해 재선 도전 의사를 밝힌 차이잉원(蔡英文) 총통을 미국으로 초대해 달라고 요청했다.

대만 퉁하이대 정치대학원 판차오민 교수는 “대만 정치인들의 미국 순방 타이밍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한 의미를 갖게 됐다. 미·중 갈등으로 인해 미국에 있어 대만의 전략적 가치가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라면서 “미국 정부로서는 이들 대권주자들이 갈수록 높아지는 중국으로부터의 압력을 견디면서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미국의 이해를 보장해줄 만한 자질이 있는지를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사실상 주(駐) 대만 미국 대사관 역할을 하고 있는 미국재대만협회(AIT)는 “미국은 수십 년간 미국 정부와 대만 대표들의 상호 방문을 포함해 강력한 비공식 접촉을 유지해 왔다”며 대권주자들의 미국 방문을 지지하고 있다.

언론 노출을 늘려 경선 출마 전 지지도를 높일 수 있다는 점도 대권주자들이 미국행에 나서는 이유 중 하나다. 국민당의 주 전 시장이나 한 시장 모두 아직 공식적인 대권 도전 의사는 밝히지 않은 상태. 컨설팅 기업 파크 스트레터지스의 션 킹 부회장은 “대만인들은 매우 친미적인 까닭에 각 당은 자국 유권자들에게 ‘미국은 내 편’임을 보여주기 위해 안달이 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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