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각에서는 고용부가 최저임금 결정 기준을 두고 오락가락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당초 고용부는 한 달 전 발표한 초안에서는 '기업의 지불 능력'을 최저임금 결정 기준에 새로 집어넣겠다고 했지만, 이날 확정안에서는 제외됐다. 산업통상자원부 등 정부 내에서도 기업의 사정을 고려해야 한다고 요구했던 것으로 알려졌지만, 고용부가 노동계의 손을 들어줬다는 것이다. 경영계가 이례적으로 강도 높은 성명을 내고 반발, 향후 국회 입법 과정에서 논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처음으로 국회가 최저임금위 참여
최저임금 구간을 정하는 구간설정위원회는 노사정이 각각 5명씩 총 15명을 추천한 뒤, 이 가운데 노사가 각각 3명씩을 순차 배제해 9명으로 구성키로 했다. 노사가 서로 강성 인사들을 배제할 수 있어 좀 더 우호적인 분위기에서 협상이 진행될 것이라는 기대도 있지만, 정부 영향력만 커질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노사가 상대방 추천 위원 3명씩을 집중적으로 배제할 경우 노사 추천 위원은 2명씩만 남게 되고, 정부 추천 위원은 그대로 5명이 남게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결정위원회는 노사가 각각 7명씩의 위원을 추천하고, 나머지 7명의 공익위원은 국회가 4명, 정부가 3명 추천해 총 21명으로 구성하기로 했다. 1987년 최저임금제도가 도입된 이후 국회 추천 인사가 참여하는 것은 처음이다. 국회 추천 4명은 원내교섭단체인 더불어민주당이 2명,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이 1명씩 추천하게 해 달라는 국회 요구에 따른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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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저임금 결정 기준 '기업 지불 능력' 삭제한 고용부
현행 최저임금법에 따르면 최저임금 결정 기준은 근로자 생계비·유사 근로자 임금·노동 생산성·소득 분배율 등 4가지다. 이번 개편안은 여기에 고용에 미치는 영향, 경제성장률을 포함한 경제 상황, 사회보장 급여 현황 등 3가지 기준을 추가하기로 했다. 초안에 들어 있던 '기업의 지불 능력'은 제외됐다. 문재인 정부 출범 후 2년 연속 두 자릿수 급등과 같은 최저임금 과속 인상에 '제동 장치'를 만들려고 한 것인데 노동계의 반발에 밀렸다. 임서정 고용부차관은 이날 브리핑에서 "기업의 지불 능력은 객관성, 구체성이 부족해 재검토해야 한다는 전문가 의견이 많았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고용부가 노동계를 배려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정부가 운영하는 인터넷 설문 사이트인 '국민생각함'에서 지난달 21일부터 지난 8일까지 진행한 설문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 7437명 가운데 둘째로 많은 41.5%(3090명·복수응답)는 '기업 지불 능력'이 결정 기준에 포함될 필요가 있다고 답했다.
◇경영계는 불만, 노동계는 표정 관리
이날 한국경영자총협회·대한상공회의소·중소기업중앙회·한국무역협회·한국중견기업연합회는 공동 입장 발표문을 내고 "기업의 임금 수준 결정 시 가장 중요한 핵심 요소인 '기업 지불 능력'이 최저임금 기준에서 제외된 것은 반드시 수정·보완돼야 한다"고 했다. 소상공인연합회는 "온 나라의 관심이 미·북 정상회담에 쏠려 있는 이때, 이제 와서 슬그머니 말을 뒤집은 고용노동부의 행태는 비판받아 마땅하다"고 밝혔다.
한국노총은 성명서를 내고 "(기업의 지불 능력을 제외한) 이 잣대가 다른 결정에도 적용돼야 한다"고 했다. 민주노총은 "언제까지 사업주 이윤 보장을 위해 줬다 뺏는 식으로 최저임금 정책을 추진할 생각인가"라고 정부를 비판했다. 노동계는 최저임금 결정 기준에서 '기업의 지불 능력'이 삭제된 것에 대해 표정 관리를 하고 있다는 말이 나온다.
곽창렬 기자(lions3639@chosun.com);주희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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