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1.17 (일)

제주의 속살 들춰보려면…‘올레’ ‘오름’ 보다 ‘이곳’을…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동아일보

해가 진 뒤의 새연교 모습. 새연교는 서귀포항과 새섬을 잇는 다리로 조명이 아름다워 저녁에도 걷는 사람들이 많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동아일보

제주민속촌 내에서 제주 전통 화장실인 통시를 재현해 놓았다. 이 곳에는 흑돼지 한 마리가 살고 있어 현실감을 더해 준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동아일보

제주의 옛날 모습을 보려면 제주민속촌을 찾으면 좋다. 조선말 제주의 옛 문화와 역사를 원형 그대로 살려놨다. 곳곳에 핀 꽃을 구경하는 재미도 있다. 공연과 각종 볼거리가 많아 아이들과 함께 찾으면 좋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동아일보

고살리숲길을 걷다 발견한 희귀종인 한란. 보호종으로 불법 채취는 금지되어 있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동아일보

고살리숲길의 나무에 핀 작은 나무. 고살리숲길에는 자연에서 벌어지는 신기한 현상들을 관찰하기 좋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동아일보

고살리숲길의 중간 위치에 있는 속괴. 속괴에는 바위 위에 서 있는 적송과 물이 비친 적송의 모습이 신비로움을 자아낸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동아일보

고살리숲길에서는 고즈넉한 풍경을 감상하기에 딱 알맞다. 잘 알려지지 않은 탓에 걷는 내낸 사람을 만나기는 쉽지 않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동아일보

머체왓숲길 입구에 위치한 조롱나무. 이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으면 넓은 동산과 오름이 나와 환상적인 사진을 찍을 수 있다. 이곳에서는 가을에 메밀꽃이 핀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동아일보

서중천 양쪽의 큰 돌 사이에 평평한 큰 돌이 놓여 있다. 꼭 호수 위의 정자 같은 곳이다. 산 중턱에서 도벌을 하고 내려온 도벌꾼들이 마을과 중간 위치인 이 곳에서 많이 쉬었다. 선녀들도 이 곳이 목욕하기 좋은 곳이라 하늘에서 많이 놀았다. 선녀들과 도벌꾼들이 서로 만나 놀았다고 해서 선녀바위란 이름이 붙었다. 원래는 정가운데 있던 큰 돌이 최근 큰 물에 밀려 한쪽으로 붙어있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동아일보

수 십 년전 고사리를 꺾어 말려서 생계를 유지했던 사람들이 쉬었던 움막 쉼터. 잔디밭이었던 이 곳에는1970년대 후반부터 편백나무와 삼나무가 심어졌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동아일보

제주에서 보기 힘든 중잣성도 머체왓숲길에서 찾아 볼 수 있다. 돌을 쌓아 만든 담으로 조선 시대 때 농경지와 목축지를 구분하기 위해 축조됐다. 현재 제주에서 몇 십 km 남지 않았을 정도로 보기 힘든 존재다. 중잣성 외에도 해안가의 하잣성, 산 중턱의 상잣성이 있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제주의 속살을 들춰보려면 어디가 좋을까. ‘올레(골목)’를 떠올릴 수도 있고 ‘오름(산)’을 꼽을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런데 제주도 사람들은 제주의 진면목을 알아보려면 ‘숲길’을 걸으라고 추천한다.

숲길을 걷다 보면 오랜 세월을 품어온 제주만의 독특한 기암괴석, 나무, 식물, 하천, 소(沼)를 만날 수 있다. 최근 제주에는 여러 숲길이 새로 개발돼 인기를 끌고 있다. 그 중 외지인에게 아직은 덜 알려진 숲길 두 개가 있다. 사람의 손을 조금 덜 탄 두 곳을 지금 찾아야하는 이유다.

서귀포시 한남리에 위치한 머체왓숲길은 제주 자연의 전형을 보여주는 곳이다. 목장과 맞닿아 있는 숲에는 동백, 편백, 삼나무 등 다양한 나무들이 각자의 영역 속에 터를 잡고 있다. 제주에서 두 번째로 가장 큰 하천인 서중천을 따라서는 원시 자연숲이 있다. 이 곳은 2012년 까지는 50여 년간 사람의 흔적이 없었다. 그 이전에 몰래 나무를 자르던 도벌꾼들이 다니던 길을 2012년부터 지역 주민들이 숲길로 조성했다. 최근 입소문을 타며 하루 100~1000여명이 방문한다.

머체왓이란 이름은 머체(돌)로 이루어진 왓(밭)이라는 의미다. 머체왓숲길(6.7km·2시간30분)과 머체왓소롱콧길(6.3km·2시간 20분) 두 길로 구성됐다. 두 숲길이 각기 다른 매력을 지녔지만 소롱콧길이 좀더 제주의 속살을 들여다보기에 좋다. 소롱콧은 서중천과 주변의 작은 하천을 중심으로 편백나무와 삼나무 등 여러 잡목들이 우거진 숲을 말한다. 그 일대의 지형이 마치 작은 용(龍)을 닮았다고 해서 명칭이 유래됐다.

숲길 입구에는 조롱나무 한그루가 서 있는 야트막한 동산이 보인다. 조롱나무 뒤로 넓은 초원과 오름이 보여 사진찍기 좋다. 봄에는 유채꽃, 가을에는 메밀꽃이 핀다. [¤(카메라 아이콘) 노을이 질 무렵 서쪽으로 조롱나무 옆에서 찰칵] 목장과 숲이 양쪽으로 난 길을 따라 1km 정도 가면 자동차가 다니는 콘크리트 다리가 나온다. 그 다리에 서면 제주의 바람과 물이 만들어낸 진기한 광경을 볼 수 있다. 물이 마른 서중천에 기암괴석들이 위용을 드러낸다. 용이 바위 위에서 놀았던 듯한 자국이 여기저기 새겨져 있다.

하천 곳곳의 소(沼)에는 용과 관련된 이야기가 많다. 작은 용과 큰 용이 자리싸움을 하던 곳, 작은 용이 태어난 곳 등 언뜻 보면 이 곳이 용들의 놀이터였을 것 같은 느낌이다. 연제비도와 올리튼물 사이에 있는 ‘선녀바위’에 대한 전설도 고철희 머체왓숲길영농조합 대표이사가 들려줬다. “하천 양쪽의 큰 돌 사이에 평평하고 둥그런 큰 돌이 놓여 있어요. 꼭 호수 위의 정자 같은 곳이죠. 산 중턱에서 내려온 나무꾼들이 마을과 중간 위치인 이 곳에서 많이 쉬었어요. 근데 선녀들도 이 곳이 목욕하기 좋은 곳이라 하늘에서 많이 놀아왔죠. 선녀들과 나무꾼이 서로 만나 놀았다고 해서 선녀바위란 이름이 붙었어요.”

숲길의 하이라이트는 울창한 편백나무숲이다. 하늘이 제대로 보이지 않을 정도로 빽빽하게 나무들이 들어서 세상과 동떨어진 느낌이 든다. 편백나무 잎들이 쌓인 푹신한 바닥은 동화 같은 풍경을 더한다. 크게 숨을 들이마시면 편백나무 향이 온 몸에 퍼진다. [¤ 해가 높이 뜬 정오 무렵 또는 비가 내린 뒤 나무 사이에서 찍으면 화보가 나온다] 보기 힘든 중잣성도 있다. 돌을 쌓아 만든 담으로 조선 시대 때 농경지와 목축지를 구분하기 위해 축조됐다. 현재 제주에서 몇 십 km 남지 않았다. 머체왓소롱콧길 자체는 전체적으로 크게 오르내림이 심하지 않아 걷기 초보자들도 충분히 접근할 수 있다.

서귀포 서귀다원과 선덕사 인근에 위치한 고살리숲길은 ‘숨겨진 숲길’이다. 그만큼 아직 사람들의 때가 덜 묻었다. 고살리숲길이 위치한 남원읍 하례2리는 자연환경과 생태가 잘 보존된 곳으로 2013년 자연생태우수마을로 지정됐다. 제주의 원시림이 잘 보존돼 있다. 개발이 덜 된 탓에 길이 평탄하지 않고 고르지 않아 조심히 걸어야 한다. 효돈천을 따라 바로 옆에 난 숲길 2.1km를 걷는 데는 왕복 2~3시간이면 충분하다. 한 방향을 택해 1시간 정도 걷는 것도 좋다. 이 곳에는 다양한 식물군이 자리 잡고 있는데, 희귀종인 한란을 비롯해 으름난초, 제주무엽란 등도 자생한다. 운이 좋다면 희귀종 식물을 발견할 수도 있다. 길을 걷다 보면 이끼로 덮인 돌, 뿌리를 땅 위로 드러낸 나무들이 곳곳에 보여 원시자연 같은 느낌이다.

고살리숲길에서는 ‘속괴’를 놓치면 안된다. 숲길의 딱 중간 위치에 있다. 효돈천은 물이 거의 없는 건천이지만 속괴만은 사시사철 물이 고여 있다. 커다란 바위에 적송 한 그루가 고즈넉하게 서 있고 그 밑에 하늘과 적송을 비추는 물이 신비로움을 자아낸다. 예전부터 무속인들이 많이 찾았을 정도로 신비로운 곳이다. 적송을 보고 있으면 흙이라고는 한줌도 찾아보기 힘든 바위 위에 어떻게 서 있는지 의아스러울 정도다. 비가 많이 내릴 때에는 바위 사이로 물이 흘러 폭포가 만들어진다. [¤ 호수 위에 비친 적송을 찍으려면 광각렌즈가 필수] 숲길은 되도록 시간적인 여유를 두고 걷는 것이 좋다. 걷다가 바위나 쉼터에 앉아 새소리, 바람이 나무들을 스치는 소리, 잎이 떨어지는 소리를 들어보는 것이 숲길 여행의 참맛이다. 그렇게 걷다보면 어느새 세상 일을 툴툴 털어버리고 가벼워진 스스로를 만날 수 있다.

:여행정보:

머체왓숲길 △주소: 서귀포시 남원읍 서성로 755. △가는법: 대중교통으로 가기는 불편하다. 주차장이 있으니 자동차로 이동하는 것이 좋다. △팁: 숲길 입구에 위치한 방문객지원센터(064-805-3113)에 문의하면 숲 해설사와 함께 걸을 수 있다.

고살리숲길 △주소: 서귀포시 상효동 남서교와 하례입구 삼거리 사이. △가는법: 주차장이 없어 버스를 이용하는 것이 편하다. 281번 버스를 타고 남서교 정류장에 내리거나 615, 621번 버스를 타고 하례2리 입구에 내리면 된다. △팁: 남서교 방면에서 내려오는 방법이 편하다.

주변 맛집 △한라성: 숲길을 걷느라 지친 몸을 보양하기 위해 ‘해천탕’만한 것이 없다. 제주 토종닭에 전복, 돌문어 등 각종 보양 재료가 풍덩. 12만 원(4인분 기준). 서귀포시 돈내코로 95. 064-732-9041 △샤이니: 대명샤인빌리조트 안의 퓨전레스토랑. 평범한 재료로 만든 콤비네이션 피자 조화로운 의외의 맛에 눈이 번쩍. 2만 원. 서귀포시 표선면 일주동로 6347-17. 064-780-7301. △남궁미락: 갈치회, 조림, 구이로 유명하지만 속은 부드럽고 겉은 바삭한 옥돔구이가 숨은 별미. 2만 원. 서귀포시 부두로 27-1. 064-762-7587.

감성+ △책: 오버스토리/리처드 파워스 지음·김지원 옮김. 인간과 숲의 일그러진 관계를 치유하려 모인 이들의 ‘환경 서사시’.(추천: 동아일보 문화부) △음반: 드보르자크의 현악 세레나데/프라하 체임버 오케스트라. 보헤미아의 숲 산책 시간을 사랑했던 드보르자크가 전하는 여유로운 기분과 그윽한 정취가 듣는 이의 지친 심신까지 어루만져준다 (추천: 황장원 음악칼럼니스트)

▼ 휴애리 자연생활공원서 다양한 꽃축제 열려 ▼

올해는 늦겨울이 비교적 포근했던 까닭에 한반도의 봄꽃은 평년보다 3~5일 더 빨리 필 것으로 보인다. 대한민국 가장 남쪽에 있는 제주는 이미 꽃 축제다. 동백과 매화, 유채꽃, 수선화가 꽃송이를 활짝 피우고 기다리고 있다.

제주 서귀포시 남원읍 휴애리 자연생활공원에서는 10일까지 매화축제가 열린다. 공원에 들어서면 곳곳에서 홍매화, 청매화, 백매화 등 다양한 매화가 시선을 사로잡는다. 10분 정도 걷다보면 매화정원이 보인다. 흐드러지게 핀 매화 사이를 걸어 다니다 보면 봄이 어느새 성큼 왔다는 것을 실감한다. 정원 곳곳에 사진을 찍기 좋은 포토 존이 있다. 유모차를 끌고 다니기에도 불편함이 없을 정도로 길이 잘 단장돼 있다.

공원에는 동백꽃도 즐길 수 있다. 절정을 지나 나무에 달린 꽃보다 바닥에 떨어진 꽃이 더 많지만 여전히 끈질긴 생명력을 자랑하는 동백도 눈에 띈다. 구도만 잘 잡으면 매화와 동백을 한 컷에 담을 수 있다.

매시 정각 열리는 흑돼지·거위쇼도 빼놓을 수 없다. 경사진 구조물에서 30여 마리의 흑돼지와 거위가 올라갔다 미끄러지며 내려오는 단순한 쇼지만 아이들의 반응은 대단하다. 동물먹이주기체험, 승마체험도 할 수 있다. 제주에 사는 어린이와 장애복지 단체는 무료로 입장할 수 있다.

이 곳에서는 매화축제를 시작으로 4~7월에는 수국축제, 9~10월에는 핑크뮬리축제, 11월~1월에는 동백축제가 펼쳐진다. 연간 관광객 30여만 명이 방문하는 관광지다. 6만 6000㎡의 큰 규모지만 정원과 볼거리들이 아기자기하게 꾸며져 있어 걷는 내내 지루할 틈이 없다.

:여행정보: △주소: 제주특별자치도 서귀포시 남원읍 신례동로 256 △가격: 성인 1만3000원, 청소년 1만1000원, 어린이 1만 원 △가는 법: 서귀포 중앙로터리에서 624번 버스 △팁: 사람들이 많이 몰리니 오전 일찍 가는 것이 좋다.

서귀포=김동욱기자 creating@donga.com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