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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1 (수)

이슈 [연재] 경향신문 '해외축구 돋보기'

[해외축구 돋보기]‘엘 클라시코’ 레알의 치욕, 이게 다 베일 때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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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에서 바르셀로나에 또 ‘무릎’…87년 지킨 역대 전적 ‘우위’ 내줘

베일 출전 6경기서 모두 패배

이번 경기도 부진…팬들 ‘야유’



경향신문



리오넬 메시(바르셀로나)의 입에서 피가 나왔다. 볼을 다투다 세르히오 라모스(레알 마드리드)가 휘두른 팔에 얼굴을 맞았다. 메시가 분노했다. 라모스도 물러서지 않았다. 둘은 황소처럼 머리를 맞대고 으르렁거렸다. ‘엘 클라시코’는 언제나 뜨겁다.

라모스의 안간힘에도 불구하고 3일 산티아고 베르나베우에서 열린 바르셀로나와의 라리가 엘 클라시코는 그에게 또 한 번 잊고 싶은 경기가 됐다. 라키티치에게 메시의 전매특허인 칩샷으로 결승골을 내주며 0-1 패배. 코파 델 레이에서 0-3으로 진 데 이어 3일 사이에 두 번이나 홈에서 바르셀로나에 무릎을 꿇었다. 라리가만 따지면 바르셀로나에 홈 4연패다. 레알 마드리드가 리그 홈경기에서 4년 연속 패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레알 마드리드의 치욕은 거기서 그치지 않았다. 엘 클라시코 역대 전적에서 95승51무96패로 바르셀로나에 역전을 허용한 것이다. 87년 만의 참사였다.

메시 이전 87승(레알 마드리드)-66승(바르셀로나)이었던 게 메시 이후 96승(바르셀로나)-95승(레알 마드리드)으로 상전벽해를 이뤘다. 메시가 엘 클라시코를 바꾼 바르셀로나의 ‘영웅’이라면 가레스 베일(사진)은 레알 마드리드의 패배를 부르는 ‘불운의 아이콘’이다.

2014년 바르셀로나와의 코파 델 레이 결승전에서 결승골을 터뜨리며 레알 마드리드를 우승으로 이끈 적도 있는 베일이지만 안방에서 열리는 엘 클라시코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홈에서 열린 엘 클라시코에 베일은 6번 출전해 6번 모두 졌다. 골과 어시스트는 한 개도 기록하지 못했다. 바르셀로나 팬들의 표현처럼 산티아고 베르나베우를 바르셀로나의 ‘제2 연습구장’으로 만드는 데 일익을 담당한 셈이다. 레알 마드리드는 2013년 베일이 합류한 이후 홈에서 바르셀로나에 딱 두 번 이겼는데 모두 베일이 뛰지 않았을 때였다. 이날도 베일은 ‘투명인간’에 가까웠다. 61분을 뛰면서 유효슈팅 0개에 20개의 터치를 기록하는 데 그쳤다. 19살 비니시우스가 팀내 최다 슈팅(6개), 최다 크로스(6개), 최다 기회 창출(3번)을 기록하는 등 고군분투한 것과 대비돼 그의 부진은 더욱 두드러졌다.

후반 16분 베일이 아센시오와 교체돼 나갈 때 스타디움엔 격려의 박수 대신 야유가 쏟아졌다. 베일은 레알 마드리드에서 뛴 지 5년이 지났는데도 아직 스페인어를 하지 못해 ‘화성인’ 취급을 받기도 한다. 더구나 툭하면 부상을 당하는 ‘유리몸’으로도 유명하다. 지난 6년 동안 가능한 출장시간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47%밖에 소화하지 못했다. 베일은 2022년까지 레알 마드리드와 계약이 돼 있다. 하지만 그가 계약기간을 다 채워 레알 마드리드에 남아 있을 것이라고 보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 같다.

류형열 선임기자 rh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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