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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7 (수)

이슈 끝나지 않은 신분제의 유습 '갑질'

남북관계? 재벌갑질? ‘안궁안물’… 교장쌤 비리 문제 유출엔 ‘ㅂㄷㅂ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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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생이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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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는 2000년생과 기성세대 사이에 원활한 소통을 위해 ‘웹뉴(웹툰 뉴스) 컬래버레이션’을 시도했다. 취재팀이 만나 심층 인터뷰한 2000년생들의 생각을 웹툰 작가들에게 보내 매회 관련 내용을 4컷 웹툰에 담았다. 1회 ‘넘사벽’ 웹툰은 ‘조국과민족’으로 유명한 강태진 작가가 기성세대를 바라보는 2000년생 입장에서 위트를 담아 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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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일상 불공정에 분노하는 세대
고교 교사 한모 씨는 3학년을 맡았던 지난해 학생들과 1박 2일 체험학습을 떠났다. 조별로 저녁식사를 할 식탁을 배정해줬는데 식탁이 부족했고, 일부 학생은 간이용 식탁에서 밥을 먹어야 했다. 한 교사는 “누군가 양보해야 하는데, 제자들이 ‘왜 차별하냐’며 항의해 정말 난처했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취재팀이 만난 2000년생들은 ‘수저계급론’, ‘남북관계’, ‘여야 정쟁’ 등 거대 담론에는 이렇다 할 반응을 보이지 않다가도 자기 자신과 맞닿은 일이 불공정하다고 느낄 때 적극적으로 행동했다. 피부로 와 닿는 일상 속 차별에 더 크게 분노한 것이다.

대학 신입생 장예림 씨(19·여)는 지난해 11월 남성이 여성과의 성관계 장면을 몰래 찍어 유포하는 이른바 ‘리벤지 포르노’ 처벌을 강화해 달라는 청와대 국민청원에 동참했다. 이달 초에는 리벤지 포르노 영상 등 불법 음란물이 유통되는 불법 사이트를 차단해 달라는 청원에도 참여했다. “제가 여자이다 보니 여성 관련 범죄에 관심이 많아요. 몰래카메라, 데이트폭력 뉴스는 꼭 챙겨보게 되더라고요.” 하지만 장 씨는 다른 사회적 이슈에는 큰 관심이 없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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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신과 맞닿은 이슈에 ‘ㅂㄷㅂㄷ’


취재팀과 취업정보업체 ‘캐치’는 2000년생 142명에게 지난해 가장 분노한 사건을 물었다. 가장 많은 62명(43.6%)이 ‘강서구 PC방 살인사건’을 꼽았다. 학교, 학원 다음으로 익숙한 공간인 PC방에서 또래인 스물한 살 아르바이트생이 피해를 당한 사건을 자신의 일처럼 공감했기 때문이다. 30명(21.1%)은 ‘숙명여고 시험지 유출 사건’이라고 답했다. 직접 피해를 본 건 아니지만 숨 막히는 내신 경쟁을 경험한 이들에겐 공정성에서 크게 벗어난 이 사건이 결코 남 일이 아니었다. 반면 사회적 공분을 샀던 한진그룹 오너 일가의 ‘갑질’을 고른 2000년생은 4명(2.8%)에 그쳤다.

지난달 17일 ‘누가 죄인인가’라는 제목의 영상이 유튜브에 올라왔다. 학교장이 개인 모임에 학생들을 불러 공연을 강요하고 각종 비리 의혹이 불거진 서울공연예술고 학생들이 만든 영상이다. 올해 졸업생들이 학교의 잘못을 고발하는 뮤지컬을 직접 제작한 것으로, 조회수가 3일 기준 366만 건을 넘었다.

2000년생은 촛불집회에 참여하며 평범한 개인이 모이면 사회도 바꾼다는 걸 보고 자랐다. 이 경험은 학내 성폭력 추방 운동인 ‘스쿨 미투’로 이어졌다. 2000년생 5명 중 3명(62%)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의견 표출과 집회 참석 등 사회 참여로 사회를 바꿀 수 있다’고 답했다. 아이돌그룹 ‘엑소’의 열성 팬인 박소은 씨(19·여)는 요즘 음원 순위를 볼 때마다 울컥한다. 몇몇 가수의 소속사가 매크로 프로그램을 돌려 순위를 조작한다는 소문이 돌고 있어서다. “저희 팬들은 직접 음원을 듣는데 매크로 프로그램을 쓰는 건 반칙이잖아요.”

○ 치열한 경쟁에 너무 일찍 적응한 세대

2000년생은 기회가 불평등하다는 걸 경험으로 깨달았다. 특목고 당락은 사실상 초등학교 때 결정됐다. 아무리 똑똑해도 사교육 없이는 영재고에 가지 못하는 걸 보고 자랐다. 취업난으로 앞으로 기회는 더 줄어들 텐데 기성세대는 별로 미덥지 않았다. 대학 입시가 그랬다. 과거 수준으로 출제한다던 2019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은 역대급 불수능이었다. 한 현직 고교 교사는 “무서울 만큼 냉철하고 개인을 중시하지만 자신의 권리와 이익은 확실히 챙기는 서구의 합리주의에 가깝다고 본다”고 분석했다.

전문가들은 2000년생이 성장한 시대 상황을 주목했다. 한준 연세대 사회학과 교수는 “글로벌 금융위기가 닥친 2000년대 후반 부모가 경제적으로 어려워하는 걸 보면서 현실에 빨리 눈을 떴고, 어릴 적부터 치열하게 경쟁한 경험이 공정성을 중시하는 성향으로 이어졌다”고 진단했다.

▶[관련기사]성인 된 2000년생, ‘공정세대’가 온다

● 동아일보는 2000년생이 부모나 교수, 선배 등 기성세대와 사회에 하고 싶은 한마디를 듣기위해 카카오톡 오픈채팅방(open.kakao.com/o/gysTE7gb)을 개설합니다. 카카오톡에서 ‘2000년생 한마디 발언대’를 검색하면 익명으로 참여할 수 있습니다.

특별취재팀

▽팀장 김윤종 정책사회부 차장 zozo@donga.com
▽정책사회부 김호경 조유라 기자
▽사회부 홍석호 김은지 이윤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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