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5.21 (화)

文정부 경제정책, '소·주·성→혁신성장' 이동하나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홍 부총리, 소득주도성장 언급 횟수 점점 줄어
혁신성장본부 출범, 정책 방향전환 계기될 수도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해 12월 10일 취임 후 총 16차례 장관회의를 주재했다. 경제활력대책회의 9회, 대외경제장관회의 2회, 혁신성장전략회의 2회, 산업경쟁력관계장관회의 1회 등 이었다. 대부분 투자활성화와 규제완화 등 혁신성장 과제를 다루는 회의였다.

반면, 홍 부총리가 주재한 회의 중 소득주도성장을 안건으로 다룬 회의는 지난달 21일 소득분배 관련 긴급 관계장관회의가 유일했다. 그나마도 같은날 나온 지난해 4분기 가계동향에서 사상 최악의 소득분배지표가 발표되자 부랴부랴 수습책을 찾기 위해 마련된 회의였다. 경제정책 방향성을 제시하는 홍남기 부총리의 목소리에서 ‘소득주도성장’이라는 단어가 나오는 횟수가 눈에띄게 줄어든 것이다.

정부 안팎에서는 정부 경제정책의 중심축이 소득주도성장에서 혁신성장으로 옮겨지고 있다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정부 몸집이 커지는 것을 억제해온 행정안전부가 1국 4과 규모의 혁신성장본부를 기재부 내부 상설조직으로 만들기로 합의한 것도 혁신성장 추진 동력을 강화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됐기 때문에 가능했다.

조선비즈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월 27일 경기도 판교 코리아바이오파크를 방문, 입주기업인 크리스탈지노믹에서 관계자의 설명을 들으면 단백질 결정체를 현미경으로 보고 있다. /기재부 제공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경제정책 무게중심, 혁신성장으로 이동하나

혁신성장본부 상설조직화 논의가 탄력을 받은 것은 최근 문재인 대통령의 혁신성장 관련 행보가 강화되는 것과 깊은 관련이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2017년 5월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최저임금 인상을 1년반 이상 끌고왔지만 경제성과가 전혀 나오지 않고 있기 때문에 혁신성장에 대한 정부가 강조점이 더욱 더 커지고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최근 문 대통령의 경제 관련 행보를 보면 소득주도성장과 관련된 행사는 크게 줄었다. 지난달 14일 자영업자들과의 간담회 정도가 소득주도성장과 관련된 내용이었다. 반면 혁신성장 관련 행보는 늘었다. 문 대통령은 지난 1월 17일 현대자동차(005380)공장이 있는 울산광역시를 방문해 직접 수소 경제 로드맵을 발표했다. 문 대통령은 "요즘 현대차, 특히 수소차 부분은 내가 아주 홍보 모델"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소득주도성장보다는 혁신성장에 무게가 더 실리는 분위기는 기재부의 정책추진 방향에서도 확인된다. 홍남기 부총리는 4일 경제활력대책회의를 주재하며 국민소득 3만달러 시대의 주요 정책과제를 4가지로 정리했다. 첫번째가 혁신성장과 경제체질 개선을 통한 성장잠재력 확충, 두번째가 4차산업혁명 선제 대응을 통한 미래 성장동력 발굴, 세번째가 국민 삶의 질 개선 및 선진국 수준의 사회적 신뢰 구축, 네번째가 저출산·고령화 등 미래도전요인에 대한 대응이었다.

한 국책연구원 관계자는 "혁신성장과 4차산업혁명 대응이 첫번째와 두번째 대응과제로 제시되고 소득주도성장에 대한 언급이 전혀 없다는 게 주목된다"며 "경제성과에 대한 요구가 높아질수록 소득주도성장이 언급되는 횟수가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혁신성장 속도전 강화될 듯

세종시 관가 안팎에서는 혁신성장본부가 기재부 내부 정규조직으로 재출범하는 것을 계기로 정부의 ‘혁신성장 올인’ 움직임이 더욱 본격화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상설화된 혁신성장본부를 통해 승차공유, 규제 샌드박스, 헬스커어 신기술 육성, 빅데이터 활용 확대 등 혁신성장 의제를 발굴하고, 관련 규제혁신 등을 위해 부처 간 협의에 속도를 낼 것으로 전망된다.

이와 함께 각종 경제활력 대책에도 속도감이 붙을 것으로 예상된다. 기재부는 이달부터 5월까지 자동차·조선·디스플레이·석유화학 등 주력산업 분야 활력대책을 시리즈로 발표할 계획이다. 이어 신산업, 서비스산업과 관련해서도 이달 5세대(5G) 이동통신과 바이오헬스, 관광 등의 분야 활성화 대책을 줄줄이 발표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 기재부 관계자는 "혁신성장본부 출범을 계기로 홍 부총리가 중요시하는 속도감 있는 정책추진이 더 강조될 가능성이 높다"면서 "소득주도성장 정책의 효과를 둘러싼 논쟁에 휘말리기보다는 경제적 성과도출에 집중하는 모습이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세종=정원석 기자(lllp@chosunbiz.com)

<저작권자 ⓒ ChosunBiz.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