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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3 (수)

이슈 법의 심판대 오른 MB

사실상 ‘자택 구금’ 이명박 “오해 생길 일은 하지 않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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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석 허가 법원 “구속 만료 석방 땐 증거인멸 염려 더 커”

병보석은 불허…직계혈족·변호인 외 문자메시지도 금지

시민단체들 “실효성 없는 결정” “국민 눈높이 안 맞아”

다스 자금을 횡령하고 삼성으로부터 뇌물을 수수한 혐의로 1심에서 징역 15년을 선고받은 이명박 전 대통령(78)이 항소심에서 법원의 보석 허가로 6일 석방됐다. 법원은 황제보석 논란 등 보석제도에 대한 사회적 비판을 감안해 보증금 10억원과 주거·접견·통신 제한 등 ‘자택 구금’ 수준의 엄격한 보석 조건을 내걸었다. 이 전 대통령이 이 조건을 수용하면서 구속된 지 349일 만에 석방됐다.

이날 서울고법 형사1부(재판장 정준영 부장판사)는 이 전 대통령의 보석을 허가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항소심 재판부가 새롭게 구성돼 구속기간이 만료되는 날에 판결 선고를 한다고 하더라도 43일밖에 없다. 증인 수를 감안하면 그때까지 충실하게 심리하고 선고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보석을 허가했다.

구속기간 만료로 석방되면 주거·접견 제한을 할 수 없기 때문에 증거인멸의 염려가 더 높다고 재판부는 판단했다.

이 전 대통령 측은 건강 상태가 좋지 않고, 어차피 다음달 8일 구속기간이 만료되는 상황에서 그전에 재판이 종료되기 어렵다면 미리 풀어달라고 요청했다.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아도 증거인멸이나 도주 우려가 없다고 이 전 대통령 측은 주장했다.

이 전 대통령 측은 당초 진료를 위해 서울대병원에도 방문할 수 있게 해달라고 요청했지만 재판부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입원 진료가 필요할 경우에는 오히려 보석 허가를 취소하고 구치소 내 의료진의 도움을 받는 게 타당하다”며 “진료를 받을 필요가 있다면 사유와 병원을 기재해 법원의 허가를 받고 진료를 받으면 된다”고 밝혔다.

보석 조건으로 보증금 10억원과 주거·접견·통신 제한을 내건 재판부는 “보석제도가 국민의 눈에 불공정하게 운영된다는 비판이 있다”며 “자택 구금에 상당한 엄격한 조건을 붙였다”고 했다. 보석 조건을 이행할 수 있겠느냐는 재판장 질문에 이 전 대통령은 “구속 전부터 오해의 소지가 있는 일은 하지도 않았다. 걱정 안 하셔도 될 듯하다”며 수용했다.

이 전 대통령은 주거지인 서울 강남구 논현동 사저에 주거해야 한다. 외출은 제한된다. 논현동 사저를 관할하는 강남경찰서장은 하루에 1회 이상 주거와 외출제한 조건을 준수하고 있는지를 확인해 법원에 통지해야 한다. 배우자나 직계혈족과 그 배우자, 변호인을 제외한 이들과는 접견·통신을 할 수 없다. 통신에는 휴대폰 문자메시지와 e메일 등이 포함된다. 재판부는 “재판에 필요한 사실을 알고 있다고 인정되는 사람과는 일체의 접견 및 통신이 제한된다”고 했다.

재판부는 이 전 대통령에게 “보석은 무죄 석방이 아니라 엄격한 보석 조건을 지킬 것을 조건으로 구치소에서 석방하는 것”이라며 “보석 조건 위반을 이유로 보석이 취소돼 재구금되는 일이 없도록 주의하기 바란다”고 말했다.

항소심 판결 선고가 나올 때까지 이 전 대통령은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는다. 항소심의 변수는 ‘증인’이다. 이학수 전 삼성그룹 부회장과 김백준 전 청와대 총무기획관 등 증인들이 잇따라 불출석하면서 1심 판결이 나온 지 5개월이 됐는데도 항소심 재판이 제대로 진행되지 않았다. 재판부는 정당한 사유 없이 소환에 불응한 증인은 구인을 위한 구속영장을 발부하겠다고 이날 밝혔다.

경실련과 참여연대 등 시민사회단체들은 공감할 수 없는 결정이라며 비판했다.

윤철한 경실련 정책실장은 “집은 기본적으로 은밀한 사적 공간인데 그 안에서 이뤄지는 것을 어떻게 통제하겠다는 것인지 모르겠다. 실효성 없고 상식적이지 않은 결정으로 이해하기 힘들다”며 “대부분의 국민들은 공감할 수 없는 결정이라고 본다”고 했다.

이재근 참여연대 권력감시국장은 “구속기간 만료에 맞춰 선고를 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보석을 결정했는데, 법원 논리는 아주 부당하다고 보기는 어려울 것 같다”면서도 “1심에서 15년형을 선고받은 중범죄자가 법원 인사 등에 따른 재판 절차 지연으로 가석방된 것은 법집행에 대한 국민 눈높이에 안 맞는다. 권력자들의 방어권이 더 많이 보장되는 것처럼 보일 수 있다”고 했다.

이혜리·전현진 기자 lhr@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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