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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8 (토)

[장태민의 채권포커스] 美고용 급락에도 움직이기 힘든 금리들..더 강한 모멘텀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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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금융신문


[한국금융신문 장태민 기자]
미국 2월 고용지표의 비농업부문 고용자수가 2만명 증가하는 데 그쳤다. 시장 예상치가 18만명 증가로 20만명에 가까웠던 점을 감안하면 놀라울 정도의 둔화였다.

헤드라인 수치의 부진은 미국 연방정부 셧다운 영향, 계절적 요인 등이 꼽혔다. 아울러 임금 상승 등을 감안할 때 금융시장이 이번 고용지표 헤드라인 수치를 곧이 곧대로 반응하기 어려웠다는 관점이 많았다.

미국의 2월 고용지표에서 비농업 고용은 2017년 9월 이후 1년 반 만에 최소 증가폭을 기록한 것이다. 2월 민간부문 고용은 2만5000명 늘어난 반면 공공부문 고용은 5000명 감소했다.

2월 실업률은 전월 4.0%에서 3.8%로 떨어지며 예상치 3.9%를 하회했다. 같은 달 시간당 임금은 전 월보다 11센트(0.4%) 증가한 27.66달러로 집계됐다. 시장에서는 0.3% 상승했을 것으로 예상했다. 전년대비 시간당 임금은 3.4% 올라 전달(3.2%)보다 상승 폭이 확대됐다. 전년대비 시간당 임금 증가율은 2009년 4월 이후 10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경제활동참가율은 전월에 이어 63.2%를 기록하며 2013년 9월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유지했다.

3개월 평균 고용 증가자수는 18만 6천명 수준에 달한 가운데 미국시장은 고용지표에 적극 반응하길 자제했다.

■ 美고용, 헤드라인 수치 큰 의미 둘 필요 없다는 데 공감..상황 더 봐야

대내외 분석가들은 이번 미국 고용 헤드라인 수치 급락에 대해 일회성 요인이 많이 반영된 것으로 봤다.

기본적으로 셧다운 여파가 작용한 데다 건설, 소매업 쪽 고용부진에서 계절 요인이 컸다는 진단을 내놓는 시각이 많았다.

아울러 세부적인 지표 내용은 헤드라인보다 상당히 양호했다는 평가들도 보였다. 실업률이 0.2%p 하락한 3.8%로 내려간 데다 임금 상승률 3.4%는 근 10년래 최고치였다는 점 등을 거론하기도 했다.

윤창용 신한금융투자 이코노미스트는 "미국 고용지표에선 부진한 헤드라인 지표가 눈에 띄었으나 3개월 평균 18만 6천명 증가하는 등 양적 개선세는 유효했다"면서 "실업률 하락, 임금 상승세 등이 이어졌으며, 헤드라인 수치의 양적 증가세 둔화를 제외하면 긍정적 고용환경이 이어진 것"이라고 분석했다.

1분기가 계절적 고용 수요 둔화기라는 점, 최근 고용 호조에 따른 기저효과를 감안해야 할 필요성 등을 감안할 때 헤드라인 수치 급락에 대해 크게 무게를 둘 상황은 아니었다는 것이다. 오히려 광의의 실업률을 의미하는 U-6 실업률이 2000년 이후 최저치를 경신한 데 주목했다.

윤 이코노미스트는 "고용지표 위축에 따른 경기 둔화 가능성은 미미하며 경기 반등은 유효하다"면서 "U-6 실업률은 2000년 이후 최저치이며, 소비자신뢰지수의 고용시장에 대한 평가 역시 2000년 이후 가장 좋은 상황"이라고 밝혔다.

U-6 실업률은 파트타임 근로자(임시직), 12개월 이내에 구직활동을 했지만 현재 일자리를 구하지 않고 있는 한계근로자 등이 모두 포함된 개념으로 실질적인 실업률이나 체감 실업률을 파악할 때 유용한 개념이다.

전체적으로 헤드라인 수치가 좋지 않았지만, 세부 내용마저 크게 나빠진 게 아닌 만큼 향후 고용지표 추이를 더 지켜보면서 판단하는 것이 낫다는 견해가 힘을 얻는 모습이었다.

BOA메릴린치는 "2만명에 그친 취업자 증가자수가 추세적인 변화를 의미하지 않지만, 향후 경기둔화로 취업자 추세는 줄어들 수 있는 상황"이라며 "연준이 상황 판단을 하기 위해 좀 더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향후 고용이 이번 헤드라인 수치처럼 급격하게 악화되지는 않더라도 향후 고용 증가율 둔화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나 물가 압력이 제한적인 점 등을 거론하면서 이번 지표가 연준의 인내심을 보다 강화시켰다는 평가도 보인다.

박성우 DB금융투자 연구원은 "전반적인 노동시장 여건은 나쁘지 않다. 하지만 임금 증가에도 불구하고 물가 압력 우려는 높지 않다"면서 "고용지표 상 나타난 제조업 고용 증가세가 줄어들고 있다는 점, 경기 선행성을 갖는 제조업 근로시간의 감소세가 이어진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그는 "최근 파월 의장의 도비시한 발언도 이와 맥을 같이 한다고 볼 수 있다"면서 "FOMC에선 점도표 하향 조정과 비둘기 스탠스를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 고용 헤드라인 급락에도 美금리 레벨부담..국내시장도 더 강한 재료 기다려

지난 금요일 미국채 금리는 고용지표 부진으로 5일째 하락세를 이어갔으나 그 폭은 제한적이었다. 아울러 헤드라인의 악화된 수치를 적극적으로 반영하기엔 내용에 대한 의구심이 있어서 강하게 밀고 나가지 못했다.

지난 주말 미국채10년물 금리는 1.17bp 하락한 2.6285%를 기록했다. 헤드라인과 달리 고용지표 내용이 크게 나쁘지 않았던 점과 함께 금리 레벨 부담도 적지 않은 것으로 보였다.

주말 미국채10년물 금리 레벨은 대략 글로벌 경기 둔화 우려 등으로 금리가 급락했던 1월 3일의 2.5540% 이후 가장 낮았다. 올해 들어 미국채 금리는 2.6%대 초반 수준에선 레벨 부담을 크게 느끼고 있다.

고용지표 내용들의 부자연스러워 보이는 수치 조합이나 최근 경기우려와 함께 강화된 글로벌 중앙은행들의 완화적 스탠스 등을 감안할 때 연준의 '웨이트 앤 시' 모드에만 힘이 실렸다는 인식들도 보였다.

증권사의 한 채권딜러는 "미국 고용지표 헤드라인이 2017년 가을 이후 가장 안 좋은 수치를 보였지만, 일단 특수 요인을 감안해서 양해가 됐다. 이날 아시아 장에서도 다시 미국 금리가 오른다"고 지적했다.

국내 채권시장에선 전주 국고3년 금리가 다시 1.80% 수준으로 회귀한 가운데 추가적인 강세, 혹은 변동성 확대를 위해선 미중 무역협상 결과가 나오거나 한은의 스탠스 변화 여부 등 더 강한 재료가 필요하다는 진단이 나온다.

또 대내외 금리들이 경기 악화 기대감 등을 상당부분 반영한 상태여서 변동성을 위해선 보다 신선한 재료가 필요한 상황이라는 관측도 보인다.

다른 증권사 딜러는 "美고용지표가 안 좋았지만 미국 금리도 별로 강해지지 못했다"면서 "미국 쪽 역시 레벨 부담으로 금리가 내려갈 룸이 크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국내시장의 추가 강세는 역시 한은의 변화 없이는 힘들다. 외부 여건은 경기 둔화를 지지하지만, 한은은 금리를 인하할 정도로 경기가 둔화된 것은 아니라고 보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한은의 인하 의지가 없다보니 딜러들도 애매하게 처신하면서 때를 기다리는 중"이라고 덧붙였다.

장태민 기자 chang@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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