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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단독] `반값 청년임대주택` 약속지킨 대치동 스타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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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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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지만 방음이 철저하고 개인용 화장실을 갖춘 원룸, 굳이 외부에 나가지 않고도 커피와 함께 독서나 수다를 즐길 수 있는 카페형 라운지, 걸어서 8분이면 연트럴파크(경의선숲길)까지 거닐 수 있는 월 30만원대 '반값' 원룸형 민간임대주택이 나와 눈길을 끈다. 그것도 요즘 대학생 및 청년층에서 가장 '핫한' 동네인 서울 연남동에서 말이다. 올해 초 공시가격이 급등하면서 부동산시장에서도 큰 관심을 받고 있는 연남동에 청년 전용 민간임대주택을 만든 인물은 부동산 전문 시행업자가 아니다. 10년 넘게 서울 대치동 학원가에서 수리논술 분야 최고 스타강사로 꼽히는 여상진 여상진수리논술연구소 대표(48)가 그 주인공이다.

최근 여 대표는 매일경제와 인터뷰하며 "마포구 연남동에 지상 5층, 연면적 643㎡, 22가구 규모 대학생 등 청년 전용 원룸형 민간임대주택이 최근 준공하고 이달 말 입주를 앞두고 있다"고 밝혔다. 원룸은 10㎡ 규모로 작은 공간이지만 침대와 책상, 옷장, 개인용 화장실 등 혼자 살기에 꼭 필요한 시설은 제대로 갖췄다. 바닥은 전기 난방이 되고, 벽걸이형 에어컨도 기본으로 설치됐다. 건물 1층에 카페형 라운지, 2층에 회의실(스터디룸) 등 다양한 공유공간을 제공해 굳이 도서관이나 커피숍을 가지 않고도 독서나 커뮤니티 활동이 가능하다. 또 임대주택 관리·운영을 맡은 외부전문업체에서 파견한 집사(버틀러)가 상주해 보안과 수리는 물론 입주자 간 원활한 커뮤니티 형성까지 지원한다.

관심을 끄는 점은 비즈니스호텔에 버금가는 수준의 최신 시설을 갖추고도 보증금 100만원에 월세 38만원에 불과하다는 것. 연세대 학내 기숙사비가 한 달에 65만원이고, 비슷한 규모 연남동 주변 원룸이 보증금 1000만원에 월세 50만~60만원대인 것과 비교하면 거의 반값 수준으로 저렴하다. 보증금 1000만원을 월세로 환산하면 약 5만~8만원을 추가 부담해야 한다.

서울시가 재작년부터 역점사업으로 추진 중인 역세권 청년주택(올해 말 첫 입주 예정)도 보증금 1000만~3000만원에 월세가 30만~40만원 수준이다. 정부와 서울시가 역세권 청년주택 매입에 매년 수백억 원의 예산을 투입하고 있는데, 연남동 민간임대주택은 정부 예산 지원 한푼 없이 청년 1인 가구에게 최적의 주거 공간을 제공한 것이다.

연남동에 청년 전용 임대주택을 만든 여 대표는 10년간 학원 강의를 통해 벌어들인 수익의 대부분을 투자해 2016년 말 골든브릿지자산운용을 인수했다. 서울대 90학번(동 대학원 석사 및 박사 과정 수료)인 그는 2007년 수리논술 전문학원인 여상진수리논술연구소를 만들어 10년 넘게 최고 스타강사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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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 대표는 2016년 10월 운용사 인수계약 체결 후 매일경제와 인터뷰하면서 "연세대 총학생회장이 월 60만원대 비싼 기숙사비 때문에 학교 다니기가 힘들다고 총장에게 편지를 썼다는 기사를 접한 뒤 교육계 종사자로서 안타까움을 느꼈다"면서 "대학생들에게 월 30만원대 후반 가격에 최고급 시설의 민간 기숙사를 제공하고, 투자자에게도 연 6% 정도 수익을 안겨줄 수 있는 펀드를 만들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학창시절 부모님의 사업 실패로 달동네를 전전해야 했던 개인적 경험도 이 같은 목표 설정에 추동력이 됐다. 이번 연남동 민간임대주택 공급을 통해 2년반 전 약속을 그대로 실천한 셈이다.

단순히 가격을 낮추는 데만 주안점을 두지 않았다. 여 대표는 "미래를 짊어질 청년들이 최고의 고객이라는 철학을 가지고 지난 2년간 더 나은 주택을 만들기 위해 끊임없이 고민했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민간사업자로서 어떻게 땅값이 비싼 연남동에 월 30만원대 임대주택이 가능했을까. 여 대표는 △용지 매입의 기술 △규모의 경제 △이윤의 최소화 등 3가지를 비결로 꼽았다. 그는 "부동산 임대업에서 탐욕을 덜어내고 축적한 돈이 부족한 청년들에게 살 만한 집을 제공해야겠다는 철학만 있으면 민간사업자도 얼마든지 싼 가격에 좋은 집을 공급할 수 있다"면서 "앞으로 연남동에 비슷한 형태 임대주택을 10곳 만들고 서울의 대학가를 중심으로 점차 넓혀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최재원 기자 / 사진 = 이승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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