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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공시족'의 그늘…일 안하는 대졸 인력 400만명 육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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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기준 389만명…통계작성된 1999년6월 이후 최다
대졸 이상 고학력자 계속 느는데 양질의 일자리는 제한
정부, 공무원 17.4만명 증원 계획…‘공시족' 크게 늘어

취업과 멀어지는 대학 졸업자가 늘고 있다. 지난달 기준 대졸 이상 비경제활동인구가 389만명으로 통계작성 이후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양질의 일자리가 부족한 데다 공무원 채용 규모가 늘면서 청년층을 중심으로 졸업 후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이른바 ‘공시족(公試族)’이 급증하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18일 통계청의 ‘고용동향’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지난 2월 기준 전문대졸을 포함한 전체 대졸 이상 비경제활동인구는 389만3000명으로 관련 통계 작성이 시작된 1999년 6월 이후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대졸은 106만4000명, 대졸 이상은 282만9000명이었다. 대졸 이상이 전체 비경제활동인구에서 차지하는 비율도 23.2%로 역대 최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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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노량진에 있는 한 고시원에서 공무원 시험을 준비 중인 '공시생'이 잠시 휴식을 취하고 있는 가운데 책상에 붙어있는 메모들이 눈에 띈다./김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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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경제활동인구는 일할 능력은 있지만 일하지 않는 사람으로 재학생과 구직 단념자, 취업준비생, 전업주부 등이 여기에 포함된다. 노동시장에 참여하지 않는 고학력자가 그만큼 많다는 점은 장기적으로 우리나라 경제 전반의 활력을 떨어뜨릴 수 있는 요인으로 해석된다. 실제 전체 대졸 이상 경제활동참가율은 지난달 77.1%로 2월 기준으로 2011년(76.7%) 이후 가장 낮았고, 고용률 역시 2월 기준 2011년(73.7%) 이후 가장 낮은 74.1%로 나타났다.

노동시장에 유입되는 대졸 이상 고학력자가 계속 늘고 있는 가운데, 이들이 원하는 전문직이나 사무직 등 양질의 일자리가 한정적이기 때문이다. 지난 2월 기준 15세 이상 인구 중 대졸 이상 학력을 보유한 인구는 1702만9000명으로 통계 집계 이후 처음으로 1700만명대를 넘어섰다.

지난달 직업별 취업자수를 살펴보면 고학력자들이 선호하는 전문가 및 관련 종사자 취업자 수는 1년 전 대비 11만9000명이 늘어 2017년 7월 이후 10만명선을 다시 회복했다. 그러나 2016년과 2017년 월별로 10만명, 많게는 20만명씩 늘었던 것과 비교하면 절대적으로 많다고 볼 수 없는 정도다. 사무종사자의 경우 전년 대비 9000명이 감소해 통계 개편 이후인 2013년 1월 이후 감소세로 처음 돌아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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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통계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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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년보다 공무원 등 공공 부문 채용 규모가 크게 늘면서 대졸 이후 공무원 준비를 하는 취업준비생이 늘어난 것도 영향을 미쳤다. 졸업 후 별다른 구직활동 없이 시험 준비만 하게 되면 비경제활동인구에 집계되며, 이들이 응시원서를 제출하면 실업자로 재분류된다.

한국직업능력개발원이 작년 10월 발표한 ‘청년층의 취업 관련 시험준비 실태’에 따르면 취업 관련 시험을 준비하는 청년층은 105만명으로 나타났는데, 이중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취업준비생은 41만명(38.8%)에 달했다. 공시생은 2012년에는 29만명이었는데, 6년새 40% 넘게 늘어난 것이다.

정부는 올해 국가직 공무원 6117명, 지방직 공무원 3만3060명을 새로 채용할 예정인데, 여기에 공공기관과 공기업의 신규 채용인원을 더하면 6만~7만명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문재인 정부는 2018년부터 2022년까지 5년 간 공무원 17만4000명을 늘린다는 계획이다. 통계청 관계자는 "지난달 비경제활동인구가 늘어난 가운데 청년층이 다른 계층보다 증가세가 더 두드러졌다"면서 "공무원 등 공공부문 채용이 늘어난 것이 영향을 미쳤다"고 했다.

잡코리아와 알바몬이 지난 1월 2030대 성인남녀 2442명을 대상으로 공무원 시험 준비 현황에 대해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38.9%가 ‘현재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고 있다’고 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과거 공무원 시험을 준비해봤다’는 응답자도 25.7%로 적지 않았다. 반면 ‘공무원 시험을 준비해본 적 없다’는 응답자는 35.3%에 그쳤다.

김대일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는 "노동시장에서 부가가치 창출에 큰 역할을 하는 고학력자들이 공무원 등 공공 부문 일자리에 주로 기대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은 현상"이라면서 "세금으로 충당되는 공공 부문 일자리는 민간의 고용 창출력을 억제한다는 점에서 늘어나는 것이 좋은 현상은 아니며, 민간 일자리를 늘릴 수 있는 여건을 확충하는 것이 더 올바른 길"이라고 말했다.

세종=김수현 기자(salmon@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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