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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팀장칼럼] 다주택자를 향한 배아픈 시선과 적폐 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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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비즈



25일 열리는 최정호 국토교통부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의 핵심 쟁점은 그의 부동산 보유 이력이다. 그가 분당에 살면서 잠실에 전세를 낀 주택을 추가로 보유했고 세종시에도 분양권을 하나 더 가진 다주택자였던 것이 첫 번째 논란거리다. 그리고 장관 내정 사실이 발표된 시점에 분당 집을 자녀에게 증여하고 거기에 월세로 살기로 했다는 점도 부당한 처사였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실제 투기 여부를 떠나 부동산 정책을 총괄하는 정부 부처에 오래 몸담았던 그가 부동산 투자에 열을 올린 것으로 비춰지는 대목을 두고 곱게 보기는 어렵다. 그렇다고 그를 향해 마냥 비난의 화살을 쏘아대기에도 찜찜한 구석이 있다. 주택을 여려 채 보유하는 것이 현행법을 어긴 일도 아닌 데다, 그가 공적으로 취득한 정보를 사적으로 활용해 부동산 투기를 했다는 뚜렷한 증거도 없기 때문이다. 대한민국은 보유 자산을 금융상품에 넣거나 주식에 투자하거나 혹은 부동산을 사는 것을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는 자유민주주의 국가 아닌가.

2017년 기준 다주택자는 211만9000명에 달한다. 무슨 근거로 최 후보자에게 집은 하나만 있어야 한다고 말할 수 있을까. 다주택자는 정부가 다 책임지지 못하는 임대주택 공급의 한 축을 담당하는 주체이기도 하다. 전세와 월세가 다 없어진다고 상상해보면 쉽게 이해가 간다.

그럼에도 다주택자들이 범법자 프레임에 갇혀야 하는 것은 현 정부가 집권 초기부터 ‘사는 집 아니면 다 파시라’며 부동산 가격이 급등의 주범으로 다주택자를 지목한 탓이 크다. 정부는 부동산 안정 대책을 내며 다주택자를 정조준하는 일을 반복했다. 집값이 급등한 데는 저금리와 주택 수급, 경제 상황 등이 복합적으로 영향을 줬는데, 마치 다주택자가 집값 급등의 원흉인 양 화살을 돌렸고 다주택자에 대한 인식은 점점 투기꾼으로 굳어졌다.

이제라도 구분은 명확히 했으면 좋겠다. 다주택자와 투기꾼은 다른 말이다. 심지어 정부도 다주택 장관들이 투기는 하지 않았다고 편을 들고 있지 않은가. 그러니 청문회의 초점도 다주택 여부가 아니라 투기 등 불법행위 여부와 장관으로서의 자질과 정책검증에 맞춰져야 한다. 단순히 집이 세 채라는 이유만으로 인사청문회가 인민재판의 장이 될 필요는 없다.

열심히 일해 돈을 벌고, 돈을 모으고, 법의 테두리 안에서 투자를 할 자유가 있는 것은 우리가 따르는 자유민주주의의 핵심 가치다. 주택 투자수요가 집값 급등의 한 원인이었고 그 결과 부작용이 많았다는 해석에도 동의하지만, 정상적인 경제행위까지 색안경을 끼고 보는 것에는 동의하기 어렵다.

공공성과 시장안정을 위해 투자수요를 줄일 필요가 있다면 정부가 그렇게 유도할 정책을 쓰면 된다. 정부는 이미 집을 여러채 보유한 다주택자들의 부담을 늘리는 정책을 여러 건 시행 중이고, 덕분에 집값 급등세도 얼추 잡혔다.

집이 많고 적고, 있고 없음을 떠나서 그저 상식이 지켜지면 좋겠다. 시장을 교란∙왜곡하는 진짜 투기가 문제지, 언제까지 적법하게 세금 제대로 내고 내 돈 주고 산 집이 많다는 이유 만으로 투기꾼 프레임을 씌워야 하나. 다주택자를 향한 배 아픈 시선과 투기 적폐 청산은 별개라는 인식부터 필요해 보인다.

이재원 부동산팀장(true@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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