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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4 (금)

[장태민의 채권포커스] 야당 경제통 선량들의 금리인하 압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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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금융신문

사진=이주열 한은 총재



[한국금융신문 장태민 기자] 글로벌 경기 침체 우려 속에 미국의 금리 역전 구간이 보다 늘어나면서 한국의 금리 인하 기대감이 확산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미국채 10년 금리가 기준금리 상단과 거리를 더 벌린 2.3%대까지 내려간 가운데 금융불균형을 강조하면서 금리인하에 선을 그어온 한은의 스탠스가 누그러질 가능성을 엿보는 시각도 다소 늘어났다.

전일 국회 업무보고에서 일부 국회의원들은 금리인하를 종용하는 듯한 발언을 했으며, 이주열 총재가 경기가 예상보다 크게 나빠지면 인하를 할 수 있다고 답했다.

한은은 현재 성장률이 잠재 수준에서 크게 벗어난 것은 아니라는 입장이지만, 글로벌 경기 여건이 좋지 않아 4월 한은의 경기전망도 하향 조정될 가능성이 있다.

하향 조정의 폭이 문제겠지만, 현재의 상황을 감안할 때 시간이 흐를수록 한은의 금리인하 가능성도 커지는 것 아니냐는 지적들도 다소 늘어났다.

연내 금리 동결 전망이 대세였지만, 연내 금리 인하가 가능한 환경이 조성되고 있다는 관점들도 엿보이기 시작한다.

■ 야당 경제통 김성식·추경호 의원 질문에..이 총재 '조건부' 인하 가능성 거론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25일 국회업무보고 자리에서 "예상과 달리 경기둔화가 뚜렷해지면, 그 때는 기조 변화도 고려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주열 총재는 "현재는 통화정책 기조를 바꿀 상황이 아니다"라면서도 상황이 크게 바뀌면 정책기조도 달라질 수 있음을 거론했다.

김성식 바른미래당 의원이 "지금까지 한은의 스탠스인 '완화 정도의 축소'는 금리인상을 의미했다. 이제는 인상, 인하 다 고려할 수 있다는 있느냐"고 묻자 이 같이 발언한 것이다.

이 총재는 '완화적이란 것'의 의미에 대해 시중 유동성의 스퀴즈 우려가 없는 등 유동성, 금리 측면에서 보면 완화적이라는 뜻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한은의 통화정책은 '일반적으로' 완화적이란 평가를 받았지만, 경기 상황에 따라 '더' 완화적으로 변한 경우가 많았다.

기재부 차관 출신인 자유한국당의 추경호 의원도 금리인하 필요성을 주장했다.

추경에 반대하는 추 의원은 왜 금리는 건드릴 생각을 하지 않고 정부의 추경에 찬성하냐면서 이 총재를 압박했다. 그는 추경 문제 때문에 자신(추경호)의 인지도가 올라가고 있음을 즐기면서 추경 대신 금리인하 필요성을 주장했다.

추 의원은 "사람들이 추경을 너무 쉽게 생각하고 있다. 상반기 재정도 제대로 집행해 보지 않고 추경을 거론하는 게 옳은 태도냐"면서 "추경이 필요하면 한은도 금리인하로 나와야 하는 것 아니냐"고 물었다.

이 총재는 이에 "통화정책이 긴축적이면 기조변화를 할 수 있으나, 아직은 완화적"이라고 말했다.

추 의원의 거듭된 공세에 이 총재는 "상황이 많이 나빠지면 (인하도) 검토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 총재는 잠재성장률에 대해선 2.7% 정도를 거론했으며, 일단 4월 전망은 여기서 크게 벗어나지는 않을 것으로 봤다.

그는 그러면서도 최근 글로벌 경기 상황 악화 등으로 성장률 전망은 상방보다는 하방리스크가 좀더 클 듯하다는 입장을 보였다.

숨죽인 한은에 대한 비난의 목소리도 적지 않았다. 한은에 100명이 넘는 박사급 인력이 있지만, 실제 한국경제에 도움이 되는 보고서는 없고 고담준론만 일삼는 상아탑이나 절간 마냥 고요하다는 비판들도 나왔다.

한국개발연구원(KDI) 출신인 유승민 바른미래당 의원은 "지금 성장률 2.6% 같은 수치가 중요한 게 아니다. 2026년 이후 10년은 성장률이 0.4%에 그친다는 전망도 있다"면서 향후 5년, 10년, 20년 후 우리 경제의 추락 가능성이 높지만, 8천억에 달하는 예산과 2천명 이상의 인원을 거느리는 한은에선 이를 걱정하는 목소리가 없다고 비판했다.

유 의원은 "한은엔 정부의 엉터리 성장 정책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없다. 앞으로 정책 방향이 어디로 가야 한다는 내용도 없다"면서 "굉장히 유감"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일개 조언자일 뿐인 IMF의 전망에 일희일비하는 세태도 문제 삼았다. 한국 경제는 한국 사람들이 가장 잘 아는 게 당연한데 외부의 충고가 마치 경제 해법인 것처럼 부화뇌동하는 모습을 우려했다.

그는 "IMF 사람들 말이 다 옳다고 보지 않는다. IMF가 한국 GDP 5%(9조원)를 추경하라는 말은 어이없는 소리"이라며 "황당한 상황"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 정치권의 금리인하 목소리와 변화에 대한 기대, 그리고 한계

지난해 11월 한국은행이 1년만에 금리를 인상할 때 한은은 금융불균형 시정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가계부채 증가속도가 줄어들고 있는 상황이었지만, 부채 증가 속도가 여전히 빠른 데다 부채 규모도 커져 있었기 때문이다.

특히 2017~2018년엔 서울 아파트 급등 때문에 금리인상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높았던 게 사실이다. 가계부채 문제는 부동산 상황의 이면이나 마찬가지다.

이런 가운데 지난해 9월엔 이낙연 국무총리까지 나서서 '금리인상의 필요성'을 시사하는 듯한 언급을 하기도 했으며, 두 달 뒤 금리는 인상됐다.

지금은 서울 아파트 상승세가 꺾이고 경기 우려가 보다 커진 상황이다. 이러다보니 정치권이나 주변에선 금리인하 필요성에 대한 목소리를 더 높일 개연성도 있다.

증권사의 한 딜러는 "어제 의원들 사이에 금리인하 필요성을 거론하는 목소리들이 있었다"면서 "경기가 워낙 안 좋다보니 그런 목소리가 확대되면 한은도 영향을 받을 수 있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지난해 가을 이후 진행된 미국 연준의 급격한 스탠스 전환, 글로벌 경기 침체 우려 확산 속에 한국은행은 최근까지 금리인하 기대감을 차단하는 데 힘을 썼다. 하지만 정치권에서 '금리 인하'에 대한 부담이 감소 중인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경기 둔화와 맞물려 부동산의 안정이나 가계부채 증가속도 둔화 흐름은 한은의 스탠스 변화로 이어질 것이란 기대도 보인다.

노무라증권은 25일자 보고서에 "한국의 가계부채 증가율은 작년 4분기 5.8%에서 올해 4분기엔 정부의 타겟(5%)을 밑도는 4.2% 까지 떨어질 것"이라며 "한은이 4분기, 특히 10월 경에 금리를 내리고 내년 2월 정도에 한 차례 더 내리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노무라의 권영선 연구원은 "한국의 성장률 전망을 올해 2.4%, 내년 2.1%로 하향 조정한다"면서 "만약 연준이 침체 리스크로 연내에 금리를 낮추면 내년 말 한국의 기준금리는 1.00%까지 내려가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같은 회사의 Albert Leung 이자율 연구원은 "현재 스왑커브가 연말까지 10bp 금리인하를 반영하고 있지만, 시장이 25bp 인하를 반영하는 쪽으로 움직일 수 있다. 우리는 현재 단기 구간 리시브와 1년-3년, 1년-4년를 스티프너 추천하고 있다. 다만 글로벌 이자율 시장 랠리 속에 추경 규모가 이전보다 작을 수 있어 스티프너 포지션 축소를 선호한다"고 밝혔다.

향후 금리 인하 기대감이 확대되면서 국내에서도 국고3년이 기준금리 아래 쪽을 트라이해 볼 수 있을 것이란 기대도 보인다.

김상훈 KB증권 연구원은 "대외 영향으로 국내 금리도 낮아지면서 국고3년 금리와 기준금리의 역전시도가 나올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다만 "한은 총재가 국회에서 한 필요 시 금리 인하 발언으로 금리 추가 하락도 예상되나 예전에도 그랬듯이 다소 원론적"이라며 "2분기 중 국내 통화정책, 재정정책의 윤곽이 뚜렷해지기 전까지는 낮아진 금리 박스권 하단에서 단기 대응이 나을 것으로 보이며, 전반적으로는 플래트닝이 우위를 보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은이 4월 경제전망에서 성장률과 물가 전망을 하향하고 가계부채에 대한 부담을 떨칠만한 환경이 조성되면 금리인하 기대감이 커질 수 있다는 진단은 조금씩 늘어나고 있다.

다만 여전히 한은이 적극적으로 변화할 태세는 아니며, 경기가 정말 기대처럼 크게 나빠질지 봐야 한다는 지적도 보인다. 아울러 정치권에서 중요한 것은 야당이 아니라 여당의 스탠스 변화라는 진단도 보인다.

운용사의 한 매니저는 "전날 경기가 크게 나빠지면 금리를 내릴 수 있다는 이 총재의 발언은 국회의원들의 요구에 의해 억지로 나온 말"이라며 "4월 전망에서 한은 성장률 전망을 얼마나 낮출지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그는 "경험적으로 알고 있듯이 금리인하 요구는 여당 의원들의 입에서 나와야 한다. 지금 부동산이 본격 하락한 것도 아니고 숨을 고르는 상황에서 섣불리 금리 인하와 같은 정책을 쓰기 어렵다. 정부나 여당 역시 부동산을 주시할 수밖에 없는 만큼 인하가 일각의 기대처럼 쉽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아울러 추경이 기정사실처럼 인식되는 만큼 정부의 정책 대응 이후 한은이 나설 수밖에 없다는 관점도 강하다. 경기 역시 예상보다 나빠져야 한다는 전제조건이 충족돼야 금리인하가 가능할 수 있다.

다른 채권 운용자는 “일단 국내는 추경 집행 후 상황을 봐서 한은이 움직일 수밖에 없다. 물론 미국이 금리인하로 돌아서면 한은의 인하 가능성도 커질 수 있다”면서 “경기악화, 미국 인하 등 대내외 상황이 충족되더라도 한은이 연말시점 이전에 금리를 내릴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진단했다.

장태민 기자 chang@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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