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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8 (토)

[장태민의 채권포커스] 다시 급증한 글로벌 마이너스 금리 채권..'마이너스'가 부른 글로벌 금리의 연쇄작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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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금융신문

자료=국제금융센터



[한국금융신문 장태민 기자] 세계 중앙은행들의 스탠스 전환, 경기 비관론 확산 속에 마이너스 채권 규모가 다시 10조 달러를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미국, 유럽 등의 중앙은행이 통화정책 스탠스를 극적으로 전환하면서 글로벌 채권금리가 급락하면서 마이너스 채권 비중이 급증한 것이다.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전세계 마이너스 금리 채권규모가 25일 현재 10.1조 달러로 2017년 9월 이후 1년 6개월만에 다시 10조 달러를 상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같은 증가세는 상당히 가파르다. 지난해 10월초만 하더라도 5.7조 달러였던 마이너스 금리 채권이 불과 5개월만에 77%나 증가했기 때문이다. 전체 채권시장에서 차지하는 마이너스 채권 비중은 약 20%에 달하고 있다.

■ 독일 10년물 금리 2016년 후 처음 마이너스..경기부진 속 중앙은행 스탠스 급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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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코스콤 CHECK, 독일 국채10년물 금리 흐름



코스콤 CHECK(3931)를 보면 지난 3월 22일 독일 국채10년물 금리는 5.46bp 속락해 -0.0148%를 기록하면서 마이너스에 진입했다.

이후 27일 현재 분트채 금리는 -0.822%까지 내려갔다. 분트채 금리는 마리오 드라기 ECB 총재의 "경제지표상 유로존 경기위축이 계속해서 확인된다면 금리인상 시기를 더 연기할 수 있다"는 발언 등에 영향을 받아 더 하락했다.

독일 국채 기준물은 지난 2016년 10월 20일 -0.0015% 이후 줄곧 플러스 영역에서 움직였으며, 지난해 2월엔 0.7%를 넘어서기도 했다.

하지만 연준을 필두로 글로벌 중앙은행이 갑작스럽게 태세를 바꾸면서 글로벌 금리가 급락했으며, 독일 국채10년물 금리도 다시 마이너스 영역에 진입한 것이다.

유럽 내 최고 안전자산인 독일 국채의 기준물인 10년 국채가 마이너스에 재진입하면서 최근 글로벌 마이너스 채권의 규모도 10조 달러 수준으로 급증한 셈이다.

금융시장 일각에선 글로벌 중앙은행들의 유례없이 빠른 스탠스 전환에 현기증이 날 정도라는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미국채 금리를 필두로 글로벌 금리가 급락한 데엔 글로벌 경기 둔화, 예상을 웃도는 글로벌 중앙은행들의 스탠스 전환 등이 작용했다.

중앙은행들, 특히 연준이 조변석개하는 모습을 보인 데엔 정치적인 요인이 크게 작용한 측면이 있다는 평가도 있다.

전날 국내 금융시장 개장전 알려진 스티븐 무어 연준 이사 지명자의 "연준은 기준금리를 당장 50bp 낮춰야 한다"는 발언은 많은 사람들이 놀라기도 했다.

연준의 급격한 스탠스 변화에 대한 정치적 해석에 무게를 두는 사람 중엔 "트럼프가 지난해 내내 연준을 달달 볶아 굴복시킨 뒤 이제 금리 50bp 인하라는 말을 거침없이 할 정도로 이상한 자기 사람을 연준 내에 심기에 이르렀다"고 평가하는 경우도 있었다.

■ 마이너스 정책금리, ECB의 2016년 도입 후 정상화 과정 거치다가 한계 부딪혀

마이너스 금리 채권은 2014년 6월 ECB가 디플레이션과 저성장 위험에 대응하기 도입한 뒤 자산 매입을 본격적으로 확대하면서 그 규모가 불어났다.

이후 스위스의 SNB(2014년 12월), 스웨덴의 Riksbank(2015년 2월), 일본의 BOJ(2016년 1월) 등이 마이너스 정책 금리를 도입했다.

이에 따라 ECB의 예치금리(-0.40%), BOJ의 예치금리(-0.10%), 스위스의 기준금리(-1.25~-0.25%), 스웨덴의 기준금리(-0.25%), 덴마크의 예치금리)-0.65%), 헝가리의 예치금리(-0.15%) 등이 현재에도 마이너스를 유지하고 있다.

적지 않은 나라에서 마이너스 정책금리를 채택한 2016년 마이너스 금리 채권은 12.6조 달러까지 급증한 뒤 미국 연준의 통화정책 정상화 등으로 줄어드는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지난해 후반부터 경기 우려가 한층 커지고 주요국 통화당국 스탠스이 다시 완화적인 쪽으로 돌면서 양상이 바뀌었다.

또 작년 말 ECB의 CSPP(회사채매입프로그램)가 종료됐지만, 최근 유로존 시장에서는 마이너스 금리의 회사채 발행이 재개되기도 했다. 프랑스 기업인 LVMH, Sanofi는 최근 각각 2,3년 만기의 유로화 채권을 마이너스 금리에 발행했으며, 투자자가 대거 몰리기도 했다.

■ 유로존 마이너스 금리 확대의 연쇄작용

최근 로존 마이너스 금리가 심화되면서 글로벌 채권시장이 더욱 강세로 치달았다. 독일 10년 국채금리가 2년 5개월만에 마이너스로 돌아서면서 덩달아 미국 금리는 하락 압력을 받았다.

경기 비관론과 채권 매수를 부추기는 수급 상황은 따로 놀지 않는다. 유로존에 마이너스 금리 채권이 늘어나면서 미국으로의 채권자금 유입이 확대되고, 이는 장기금리의 하락 압력을 더욱 가중시켰다.

결국 수급 영향이 가미돼 지난 22일엔 미국채10년물 금리가 국채3개월물을 금리는 밑도는 금리 역전이 이뤄졌다. 이런 모습은 또 다시 경기 우려를 보다 심화시켰다. 글로벌 채권 강세의 상승작용 혹은 경기 악화에 인식 강화라는 연쇄고리가 만들어진 것이다.

수급과 경기 악화에 대한 기대 고리가 맞물리면서 자기예언적인 글로벌 경기 침체 가능성까지 대두하는 상황에 달했다.

전날 외국인의 대규모 한국 국채선물, 현물채권 매수엔 이같은 글로벌 상황이 큰 영향을 미쳤다는 진단도 많다.

한국의 국고채 3년, 5년 등의 금리가 기준금리를 밑도는 상황도 결국 대외 환경의 영향권에서 벗어날 수 없음을 보여주는 것 아니냐는 진단도 나오고 있다.

증권사의 한 채권딜러는 "한은의 금리인하 의지가 없기 때문에 한국은 다르다는 인식이 전날 외국인의 대규모 매수세에 의해 타격을 입었다. 지금은 사람들이 한은의 금리인하 (예상) 시점에 대해 말하지 않느냐"면서 "글로벌 수급이 얽혀 있는 이상 한국이 이런 구도에서 따로 놀기 어렵다"고 말했다.

마이너스 금리 채권 비중 확대와 만성적인 저금리 속에 모멘텀이 약화된 경기 상황이 일상적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진단도 나온다.

현재 마이너스 금리의 경기 부양효과는 아직 입증됐다고 보기 어렵다. 이런 상황에서 은행 부실화 등 부작용 영향은 비교적 뚜렷하다는 분석도 있다.

국제금융센터 권도현·김연경 연구원은 "미국 금리 역전 등이 심화될 경우 경기침체 위험이 자산가격 경로를 통해 '자기실현적 예언'으로 실현될 소지가 있다"면서 "ECB, BOJ 등이 여전히 마이너스 금리정책을 유지하고 있는 상황에서 경기모멘텀이 약화되고 있는 만큼 마이너스 금리 환경은 이례적인 현상이 아니라 뉴노멀로 고착화될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했다.

이들은 "마이너스 금리에 대한 사회·문화적 저항과 현금보유 유인 등으로 예금금리가 하방경직성을 보이는 만큼 마이너스 금리 환경은 은행권의 수익성 문제를 심화시킬 것"이라며 "마이너스 금리는 연기금, 보험사 등 기관투자가들은 지급여력 확보를 위해 과도한 위험을 추구하도록 부추기며, 개인투자자들은 미래소득이 감소하면서 저축을 늘리고 소비를 억제할 소지도 있다"고 덧붙였다.

장태민 기자 chang@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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