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이 경영권을 내놓고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에 'SOS'를 보낸 가운데, 산은이 앞으로 내놓을 정상화 지원 방안에 관심이 쏠린다. 아시아나항공은 올해만 1조원대 차입금 만기가 도래하는 만큼 유동성 확보가 시급한 과제다. 산은이 아시아나항공이 발행하는 영구채에 '상환보증'을 서 주는 대신 박 회장 일가가 경영실패에 대한 책임 차원에서 보유 주식을 추가로 담보로 내놓는 방안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29일 금융권에 따르면 산은 등 채권은행은 다음 달 6일 아시아나항공, 아시아나항공의 모회사인 금호아시아나그룹과 재무구조 개선을 위한 MOU를 연장해야 한다. MOU는 그간 1년 단위로 연장돼 왔는데 재무구조 개선 약정이 이행되지 않으면 만기 도래 여신 회수, 경영진 교체 권고 등의 조치를 취하게 된다. 박 회장이 퇴진을 한 것은 MOU 연장 협상을 위한 차원으로 볼 수 있다.
채권은행과 금호그룹은 MOU를 맺는 과정에서 경영 정상화를 위한 방안을 다각도로 모색할 것으로 보인다. 가장 급한 것은 '유동성 확보'다. 올해 만기가 돌아오는 아시아나항공의 차입금은 ABS(자산유동화증권)만 4557억원에 달한다. 이 밖에도 장기차입금 2580억원, 사채 1080억원, 금융리스 2702억원 등을 합하면 1조원의 빚을 올해 안에 갚거나 만기를 연장해야 한다.
유동성 확보를 위해서는 중단됐던 영구채 발행을 재개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아시아나항공은 당초 이달 중 영구채를 발행하려 했으나 회계이슈와 실적악화로 중단된 상태다. 아시아나항공은 회사채 발생조차 하지 못할 정도로 시장의 신뢰를 잃었기 때문에 영구채 발행에 성공하려면 결국 국책은행인 산은이 '상환보증'에 나설 수 밖에 없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관건은 산은의 보증을 받는 대가로 박 회장이 어떤 자구안을 내놓느냐다.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도 퇴진하는 박 회장에게 "시장 신뢰 회복을 위한 대책을 내놔라"고 요구했다. 금융권에서는 박 회장을 포함한 박 회장 일가가 보유 중인 금호고속 주식이나 계열사 주식을 담보로 내 놓은 방안이 거론된다.
금호고속은 금호아시아나그룹의 지주회사로, 지난해 말 기준 박 회장과 특수관계인의 금호고속 지분은 보통주 기준 67.6%에 달한다. 박 회장 지분이 31.1%로 가장 많고 박 회장의 아들 박세창 지분도 21.0%다. 박 회장 일가 지분만 50%가 넘는다. 박 회장은 지난해 말 아시아나항공의 700억원 규모 차입금 만기 연장을 위해 산은에 금호고속 지분 5.28%를 제공한 바 있다. 금호산업과 아시아나항공 보통주도 각각 1만주씩 제공했지만, 담보 가치 대부분은 금호고속 지분이었다.
한 채권단 관계자는 "박 회장 일가가 경영실패에 대한 책임을 지고 보유 주식을 담보로 제공하는 수준의 자구안을 내놔야 산은이 움직일 수 있을 것"이라며 "결국 박 회장이 어떤 선택을 할지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채권발행이나 채권단의 추가적인 여신지원 등으로 '급한 불'을 끄더라도 근본적인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아시아나항공의 차입금은 3조4000여 억원인데 금융권 여신은 4000억원에 불과해 구조조정 과정에서 채권은행의 '역할'에도 한계가 있다. 시장성 차입이 많은 아시아나항공의 경영 정상화를 위해선 증자 등을 통해 산은이 주주로 나설 수 밖에 없을 것이란 시나리오도 나온다.
이와 관련 채권단 관계자는 "시나리오별로 대응 방안을 고민하고 있지만 선택지가 많지는 않다"며 "금호 측에서 어떤 자구안을 내놓느냐가 현재로선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권화순 기자 firesoon@mt.co.kr, 변휘 기자 hynews@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