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주주 일가가 충분한 자구책 내놔야
새 약정 조기체결 가능” 압박
회사채 등 시장성 차입금 비중
은행권에서 빌린 돈의 갑절 육박
채권단 양보만으론 신뢰회복 곤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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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디비(KDB)산업은행 등 채권단이 아시아나항공과 맺은 기존 재무구조 개선 약정(MOU)을 대체할 새 약정을 추진하겠지만, 체결까지 상당한 가시밭길이 예상된다. 당장 회사채·금융리스 부채 일부 등 시장성 차입금이 은행 등 채권단에서 빌린 돈의 갑절 가까이 되다 보니 시장 불안이 만만찮다. 채권단은 대주주 일가와 회사 쪽이 ‘충분한’ 고통분담을 담은 자구계획을 내놓지 못한다면 채권단의 양보만으로 시장신뢰가 회복될 상황이 아니라고 보고 강도 높은 압박에 나서기로 했다.
31일 채권은행과 금융당국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1년 전 맺은 재무개선 약정이 4월6일로 만료됨에 따라 새 약정이 추진되지만 산은 등은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의 경영 퇴진에 더해 대주주 일가의 추가 고통분담을 강력하게 요구할 것으로 전해졌다. 채권은행 관계자는 “기존 약정이 만료된다고 해서 대출을 당장 갚아야 하는 ‘기한이익 상실’ 같은 문제가 발생하진 않는다”며 “그러나 대주주와 회사 쪽이 얼마나 진정성 있는 자구책을 제출하느냐가 새 약정 조기 체결 여부에 관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아시아나는 자율협약이나 워크아웃으로 갈 경우엔 조기 상환을 해야 하는 시장성 차입금 등의 부담이 있다. 기내식 대란 등 대주주 경영실패 책임이 워낙 뚜렷한 만큼 새 재무개선 약정으로 가려면 대주주 일가가 시장신뢰 회복에 ‘충분한’ 자구안을 내놓는 게 반드시 전제돼야 한다”고 말했다. 사재든 지분이든, 대주주 일가의 자기희생이 담긴 추가 고통분담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박 회장이 퇴진했다 해도 ‘대주주 일가-금호고속-금호산업-아시아나’로 이어지는 지배력은 사라지지 않기 때문이다.
아시아나 부채현황을 보면 은행 등 금융기관에서 직접 빌린 돈은 지난해 말 현재 4200여억원이고 자산유동화증권(ABS) 등 시장에서 조달한 차입금이 1조6천억원이나 된다. 항공기 리스 등 금융리스 부채가 1조4천억원인데 일부는 금융기관 차입으로 일부는 시장성 차입금으로 분류된다. 채권은행 관계자는 “아시아나는 은행 등 금융기관 부채는 3분의 1에 그친다”고 설명했다. 아시아나의 재무적 생존이 채권단 지원만으로 가능하지 않다는 얘기다.
최근 회계법인이 아시아나 재무제표 감사에서 ‘한정’ 의견을 낸 직후 신용평가사들이 신용등급 하향 검토에 나서면서 시장 불안은 크게 고조됐다. 흔히 기업들은 은행의 까다로운 담보요구 등을 피하려고 회사채·기업어음 등에 손을 벌리는데, 이런 시장성 차입금은 시장신뢰를 잃을 경우 순식간에 재무적 생존을 위협하게 된다.
재무상황은 녹록지 않다. 통상 부채비율이 200%를 넘으면 과도한 부채를 진 것으로 보는데 아시아나는 649%까지 올라갔다. 지난해 이자비용만 1634억원을 썼다. 영업이익은 282억원에 그쳤으니 부채를 최대한 줄여야 하는 상황이다. 게다가 1년 이내에 현금화할 수 있는 유동성 자산을 1년 내 갚아야 하는 유동성 부채와 견줘보는 ‘유동비율’은 44.9%밖에 안 된다. 통상 유동비율이 100%를 넘어야 돈을 돌려막는 데 급급하지 않고 사업을 할 수 있다.
채권은행 관계자는 “채권단이 새 약정을 체결하는 등 어떤 신호를 주느냐에 따라 시장신뢰가 상당한 영향을 받는다”며 “3월29일 재무제표가 확정된 만큼 대주주와 회사 쪽이 들고 올 자구안 내용을 봐서 채권단 논의를 시작할 텐데 이번주가 상당한 고비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세라 기자 sera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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