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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4 (금)

[장태민의 채권포커스] 2019년 1분기, 역대급으로 낮은 물가상승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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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금융신문

자료=통계청



[한국금융신문 장태민 기자] 올해 1분기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통계 작성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을 나타냈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올해 들어 3개월 연속 전년비 0%대 상승률을 기록한 여파다.

2일 통계청에 따르면 3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전년 동월비 0.4%에 그쳤다. 이는 2016년 7월(0.4%) 이후 2년 8개월만에 가장 낮은 상승률이다. 이보다 낮은 수치는 1999년 7월에 기록한 0.3%다.

올해 1분기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0.5%에 그쳐 통계가 제공되기 시작한 1965년 이후 가장 낮았다.

■ 분기별 물가 흐름을 보면...2012년 1%대로 떨어진 뒤 낮은 상승률 고착화

국내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1980년대 초반까지 대체로 두 자리수의 상승률을 기록하는 경우가 많았다. 이후엔 물가 상승률이 한 자리수로 떨어지면서 안정기에 접어 들었다.

IMF 외환위기 여파가 반영된 1999년엔 원화 강세로 0%대의 물가상승률을 기록하기도 했으나 특수한 상황으로 볼 수 있었다.

이후 2010년대 들어서는 물가 상승률은 많은 사람들이 상상하지 못했던 수준으로 빠르게 낮아졌다. 물가 상승률이 2%를 밑도는 상황이 일상화된 것이다.

2012년 3분기부터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1%대로 뚝 떨어지자 국내 경제학계에선 디플레이션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오곤 했다.

이후 얼마 지나지 않아 물가상승률은 0%대까지 떨어졌다. 특히 2015년 2분기와 3분기엔 물가 상승률이 통계작성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인 0.6%를 나타냈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014년 4분기 1.0%를 기록하더니 2015년 1분기부터 2016년 3분기까지 7분기 연속으로 0%대 상승률을 나타냈다. 낮은 물가 오름세로 인해 한국은행은 2016년 6월 기준금리를 사상 최저 수준인 1.25%로 인하하기도 했다.

2016년 4분기부터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1%를 넘어섰으나 한은의 목표(2%)와는 대체로 괴리를 보였다.

최근 상황을 보면, 한국은행은 2017년 3분기(2.2%) 2%를 넘어선 물가상승률을 확인한 뒤 11월에 금리를 올렸다. 2018년엔 물가 상승률이 1분기 1.1%, 2분기 1.5%, 3분기 1.6%, 4분기 1.8%로 오름폭을 확대했으며, 한은은 4분기(11월)를 금리인상 시점으로 잡았다.

하지만 올해 1분기 물가상승률이 역대급으로 뚝 떨어져 버린 것이다.

물가상승률이 1%대에 진입하는 모습을 보인 2012년부터 2016년까지 한국은행은 8차례 금리를 내린 바 있다.

■ 1분기의 물가 서프라이즈..0%대로 떨어진 기조적 물가 흐름

한국금융신문

자료=통계청



최근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낮은 이유는 농축수산물 및 석유류 가격 하락, 개인서비스 상승세 둔화 때문이다.

농축수산물은 양호한 기상여건 등으로, 석유류는 기저효과 등으로 오름세에 한계가 있다.

지난달 공공서비스 물가는 시외버스 요금 인상에도 불구하고 통신비 감면 및 입원실 등 건강보험 적용 확대 등으로 하락세를 유지했다.

수요 측면의 물가 압력이 크지 않은 데다 정부의 선심성 정책 등에 따른 관리 물가 상승 제약 등으로 물가 상승률은 한계를 나타내고 있다.

3월엔 물가의 기조적 흐름을 보여주는 근원물가마저 0%대로 내려갔다. 계절 요인이나 일시적 충격 영향을 제거한 물가 지수들도 별로 못 오르고 있는 것이다.

농산물·석유류를 제외한 근원물가 상승률은 0.9%를 기록해 작년 8월 이후 가장 낮았다. 식료품 및 에너지 제외지수는 0.8% 오르는 데 그쳤다.

다만 한국은행은 시간이 흐를수록 물가 오름세가 점차 확대될 수 있다고 본다.

■ 한은의 물가 인식..하반기 1%대 중반 전망 실현될까

인플레이션이 예상보다 낮은 수준을 나타내고 있는 가운데 한은은 일단 저물가가 국내만의 일이 아니라고 보고 있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1일 언론 간담회에서 저물가 현상에 대해 "금융위기 이후 여러 나라에서 일어나고 있는 공통적인 현상"이라고 밝혔다.

이 총재는 세계적 저물가 원인에 대해 △ 수년간 주요국의 공급과잉 지속 △ 2014년 이후 국제유가 큰 폭 하락 △ 제한적인 임금 상승 등이 작용했다고 풀이했다. 아울러 이런 현상이 국내로 파급된 것으로 해석했다.

국내 물가가 낮은 데엔 글로벌 밸류체인 참여, 온라인 거래 확산과 같은 구조적 요인 등도 작용했다고 보고 있다.

총재는 또 최근엔 이에 더해서 수요측면에서 물가압력이 크지 않은 점 등도 저물가에 기여를 하고 있다고 풀이했다. 최근엔 석유, 농산물 가격 약세와 같은 일시적 공급 충격 등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본다.

이 총재는 물가 상승률이 당분간 상당히 낮은 수준에서 등락하다가 공급 측 물가 하락요인이 완화되면서 하반기 이후엔 1%대 중반으로 올라설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시장에선 최근 물가 상황이 한은의 '낮은' 물가 전망조차 밑돌고 있다는 점을 주목하기도 한다. 한은 내부에서도 최근 금리인상에 반대한 금통위원들을 중심으로 저물가 상황을 크게 우려하고 있다.

■ 낮은 물가 상승률..'금리인하로 귀결될 것' vs '향후 저물가 요인 점차 희석될 것'

한국금융신문

자료=통계청, 3월 소비자물가 품목별 기여도



올해 초 금융시장에도 예상을 밑도는 물가상승률에 놀란 사람들이 적지 않았다. 다른 선진국 상황과 비교하더라도 한국의 물가 오름폭은 유독 낮은 측면이 있다.

지난 2월 미국의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전년비 1.5%였다. 이 상승률은 2016년 9월 이후 가장 낮은 것이지만, 우리보다는 크게 높다.

증권사의 한 채권딜러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마치 조작한 수치인 마냥 낮다"면서 "일단 물가는 향후 금리인하 가능성을 강하게 시사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다만 4월 이후엔 물가의 점진적 상승이 예상된다는 관점도 적지 않다. 우선 5월 유류세 인하 종료, 6월 개별소비세 인하 종료 등으로 정책이 잡아 놓은 물가가 좀더 위쪽으로 움직일 수 있기 때문이다.

저물가 '정책 효과' 종료로 일단 물가상승률이 0.2~0.3%p 높아진 뒤 교통비 상승 등이 동반되면 한은이 예상하는 방향으로 움직일 수 있다는 관측도 보인다. 아울러 단시간 내에 한은의 금리인하를 촉발하기가 쉽지만은 않을 것이란 예상도 적지 않다.

김두언 KB증권 이코노미스트는 "저물가 상황이 글로벌 공통 현상이긴 한데, 한국은 경기 둔화 우려까지 있는 상황이어서 긍정적으로 보이지 않는다"고 평가했다.

그는 그러나 "최근 물가 상승률이 낮은 데엔 날씨가 예년보다 따뜻했던 것도 영향을 미쳤다"면서 "일각에서 얘기하는 한은의 금리인하는 과한 것으로 본다. 여전히 연내 금리동결 가능성이 높다"고 풀이했다.

글로벌 경기 부진이 완화될지 여부도 물가 상승률과 관련해서 주목된다.

나중혁 하나금융투자 이코노미스트는 "최근 식료품과 채소류 가격 하락, 서비스물가 내 비중이 높은 학교급식비 하락 등이 물가를 낮게 나오게 했다"면서 "다만 이것들은 정부의 무상급식 영향이기도 해서 추세적으로 더 떨어진다고 보기 어렵고, 연초 이후 국제 유가 상승 및 원화 환율 약세 움직임을 감안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그는 "2분기를 기점으로 글로벌 경기 부진 흐름이 완화될 수 있다. 완만하지만 4~5월 이후엔 물가가 반등할 수 있을 듯하다"고 내다봤다.

장태민 기자 chang@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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