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삼구 회장에 "복귀 꿈꾸지 말라" 압박
채권단이 아시아나항공에 강도 높은 자구계획안을 요구하고 있다. 채권단 안팎에서는 아시아나항공(020560)과 금호아시아나그룹이 절벽 끝에 서 있다며 이것저것 재지말고 오로지 생존을 위한 선택만 하라는 목소리까지 나오고 있다.
3일 금융당국과 산업은행을 비롯한 채권단에 따르면, 아시아나항공은 다음주쯤 재무구조 개선약정(MOU) 재체결을 위한 자구계획안을 제출할 예정이다. 채권단과 아시아나항공이 지난해 체결한 MOU는 오는 6일로 1년이 되지만 채권단은 6일에 맞출 필요 없이 충분한 시간을 준다는 입장이다. 대신 그만큼 확실한 자구계획안을 내놓으라는 게 채권단의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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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나항공은 지난 1일 자산 매각과 비수익 노선 정리, 조직 개편 등을 통해 경영정상화에 나서겠다고 발표했다. 한창수 아시아나항공 사장은 "노선 체계 개편을 통해 수익성을 높이고 추가적인 자산 매각을 통해 유동성을 확보하겠다"고 밝혔다. 대한항공과 치열하게 신경전을 벌이면서 확보한 일부 노선까지 포기하겠다는 선언이었다.
하지만 채권단과 금융당국은 아시아나항공이 앞서 발표한 정도로는 유동성 위기를 넘어서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고 판단하고 있다. 이미 아시아나항공의 개별적인 노력으로 해결될 단계는 지나섰다는 분석도 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아시아나항공은 리스한 비행기를 운영하면서 돈을 버는 회사인데 리스한 비행기를 팔 수 있는 것도 아니고 기본적으로 매각할 자산이 많은 회사가 아니다"라며 "갚아야 할 부채는 계속 돌아오고 있기 때문에 오로지 사느냐 죽느냐를 놓고 결정해야 할 단계"라고 말했다.
실제로 아시아나항공이 올해 안에 해결해야 할 재무부담액만 1조7000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됐다. 당초 알려진 1조3000억원보다 훨씬 많은 수준이다. 한화투자증권이 아시아나항공 총차입금과 운용리스를 합산한 결과를 보면 아시아나항공은 올해에만 1조7403억원의 재무부담을 지고 있다. 2020년과 2021년에도 각각 9801억원, 8821억원의 재무부담이 예정돼 있고, 2022년 이후에는 2조5087억원의 재무부담이 기다리고 있다. 한마디로 산 넘어 산이다.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의 추가적인 사재 출연과 산업은행의 추가 출자 가능성이 제시되고 있지만, 채권단 안팎에서는 이들 방안에 대해서도 실효성이 없거나 현실성이 떨어진다고 보고 있다. 한 채권단 관계자는 "박 회장을 비롯한 오너일가가 책임감 있는 모습을 보여주는 건 당연히 필요하지만 그렇다고 박 회장이 출연할 수 있는 사재가 조 단위인 것도 아니지 않느냐"며 "어떻게 해야 할 지는 금호아시아나그룹도 잘 알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 회장은 지난해말 아시아나항공의 차입금 만기 연장을 위해 700억원 상당의 주식을 담보로 제공한 바 있다. 이번에는 이 정도 사재 출연으로는 끝나지 않을 것이라는 게 금융권의 관측이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과거에도 박 회장이 한 번 퇴진했다가 복귀한 적이 있는데 또 그렇게 한다면 시장의 신뢰를 얻기 어려울 것"이라며 박 회장에 대한 압박강도를 높이기도 했다.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 /조선DB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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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은행의 추가 출자 가능성도 낮다. 이번 위기는 아시아나항공의 시장성 차입 비중이 지나치게 높은 탓에 벌어졌기 때문에 산업은행이 먼저 나서서 출자를 늘릴 명분이 없다는 게 금융권의 설명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산업은행 입장에서보면 아시아나항공과 금호아시아나그룹은 이미 한 번 말썽을 일으킨 학생 같은 존재"라며 "이동걸 회장이 취임하면서 산업은행이 구조조정 기업들에 호락호락하지 않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만큼 이번에도 산업은행이 쉽게 돈을 대주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결국 금호아시아나그룹 차원에서 아시아나항공의 알짜 자회사를 매각하는 결단을 내릴 수밖에 없다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주식시장에 상장돼 있어 바로 현금화할 수 있는 에어부산(298690)이 가장 가능성이 큰 매물이다. 아시아나항공은 에어부산 지분 44.17%를 가지고 있다. 아시아나항공의 또다른 저비용항공사인 에어서울이나 아시아나IDT(267850)도 좋은 매물로 평가받는다.
채권단 관계자는 "아시아나항공과 금호아시아나그룹은 지금 절벽 끝에 서 있다고 해도 무방한 상황"이라며 "이런저런 선택지가 많아서 고민해야 하는 상황이 아닌만큼 현금을 확보할 수 있는 확실한 자구계획안을 내는 것만이 시장의 신뢰를 찾는 방법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종현 기자(iu@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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