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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8 (토)

[장태민의 채권포커스] 못 오르는 물가와 정책효과의 반작용..그리고 한은의 인내심 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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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금융신문 장태민 기자]
한국금융신문

자료=한국은행



올해 1분기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예상을 밑돈 뒤 낮은 물가가 한은의 금리인하 '액션'으로 연결될지를 놓고 논박이 오갔다.

올해 들어 1~3월 소비자물가의 전년동기 대비 상승률은 각각 0.8%, 0.5%, 0.4%에 그쳤다.

지난해 9월~11월엔 2.1%, 2.0%, 2.0%를 기록하면서 한국은행의 목표수준(2.0%)까지 도달하는 모습을 보였으나 12월에 1.2%로 상승률이 둔화되더니 올해 들어서는 0%대로 내려앉은 것이다.

지난 2015년과 2016년 전년비 0%대의 물가 상승률을 자주 목격한 뒤 올해 들어 다시금 0%대 물가상승률이 익숙해지는 모습이다.

당장은 한은이 경제전망에서 현재 1.4%인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를 하향 조정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3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2016년 8월 이후 가장 낮았던 데다 예상을 밑돈 1분기 수치가 연간 전망에 반영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 한은 올해 물가 전망 하향 불가피할 듯..일각에선 0%대 상승률 가능성도 제기

지난 1월 한은이 올해 소비자물가 전망치를 1.4%로 하향 제시한 가운데 이 수치는 더 낮아질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선 한은이 물가전망을 낮추지만,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1%에 못 미칠 가능성도 있다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우선 1분기 상승률이 예상을 밑돈 영향은 반영될 수밖에 없다.

김지만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한은의 올해 소비자물가 전망은 1.0~1.1% 수준으로 하향 조정될 듯하다"면서 "예상 경로를 다양하게 추정해봤지만, 연간 물가상승률이 1%에 미치지 못할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분석했다.

1분기 예상을 밑도는 물가를 확인한 뒤 소비자물가 상승률 예상치를 낮추면서 금리인하 기대감을 높이는 모습도 보인다.

권영선 노무라증권 연구원은 "올해 소비자물가 전망을 1.0%에서 0.8%로 수정한다"면서 "이는 한국은행의 인플레이션 타겟인 2%와 상당히 동떨어진 것이며, 한은은 올해 4분기와 내년 1분기에 각각 금리를 인하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더 낮아진 인플레이션과 2월 경제활동과 3월 수출의 부진 등을 감안할 때 한은이 4분기 이전에 금리를 내릴 가능성도 있다"고 주장했다.

■ 복지정책, 혹은 선심성 정책의 반작용 감안..향후 물가상승률 지금보다 높아질 듯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예상보다 낮게 나온데는 날씨 영향 등이 작용했다.

하지만 인위적 요인도 적지 않게 작용했다. 정부의 무상급식 확대, 유류세나 개별소비세 인하 등 정책 효과도 무시할 수 없다.

이 가운데 개소세나 유류세는 한시적 인하 성격이기 때문에 향후 반작용을 감안해야 한다.

문정희 KB증권 연구원은 "4월 이후 물가는 점진적 상승이 예상된다. 5월엔 유류세 인하고 종료되고 6월엔 개소세 인하가 종료된다"면서 "이런 정책물가 효과 종료는 물가상승률을 0.2~0.3%p 상승시키는 요인"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다만 "3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예상을 하회함에 따라 상반기와 연간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0.1%p 내외의 하락요인이 발생했다"고 분석했다.

정부 정책에 따라 눌렸던 물가는 일정 부분 상방 압력을 받을 수밖에 없을 듯하다.

버락 허비츠 HSBC 연구원은 "3월 물가 서프라이즈는 개학과 함께 영향을 미친 급식비 영향을 크게 받았다"면서 "하지만 다음 분기엔 헤드라인 인플레이션이 더 오를 수밖에 없다"고 내다봤다.

그는 "정부의 일시적인 유류세 15% 인하는 5월 초에 끝난다"면서 "이를 통해 헤드라인 물가는 30bp 정도 오르게 된다"고 분석했다.

올해 1분기 예상보다 낮은 물가 상승률에도 불구하고 연간으로 0%대까지 낮아질 것이란 전망은 과도하다는 지적도 많다.

메어리 김 씨티은행 연구원은 "올해 한국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을 0.2%p 낮춘 1.1%로 수정한다"면서 "올해 상반기 물가 하방 압력이 크지만, 하반기엔 1% 위로 오를 수 있는 환경"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유류세 인하 종료가 연간으로 10~20bp 물가 상승압력을 높인다. 브렌트유 기준으로 유가도 올해 70달러 수준을 나타낼 수 있다"면서 "복지정책에 따른 디플레 압력은 하반기에 누그러질 수밖에 없다"고 풀이했다.

서울 지역에서 시작된 택시와 버스 요금 인상이 다른 지역으로 확대되고 가스 등 공공요금이 오를 수밖에 없어 상반기보다는 물가 상승 여건이 힘을 발휘할 수밖에 없다는 관점이다.

아울러 분석가들 사이에 향후 물가 상승률은 지금보다는 높아진다는 게 일반적 관측이다. 한은과 마찬가지의 시각인 셈이다.

버락 허비츠 HSBC 연구원은 "달러/원 환율이 연말 1160원까지 오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면서 "이 환율 부분을 감안하면 보면, 올해 한국 소비자물가는 올해 1.2% 정도 상승하는 것으로 나온다"고 밝혔다.

■ 상시적 논란거리가 된 관리물가

최근 수년간 한국은행에 있어서 '관리물가'는 늘 논쟁거리였다.

지난해 여름 정부의 전기세 인하 등에서 보듯이 정부가 '물가에 개입'하는 경우가 허다해 통화당국은 골머리를 앓아왔다.

한은은 정부의 억제에 의해 물가 수치가 인위적으로 낮아지는 경우가 많아 이를 제외하고 봐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곤 했다.

금융당국의 한 관계자는 "정부가 포퓰리즘적으로 특정 재화나 서비스의 가격에 지나치게 개입하는 게 좋아보이지 않는다"면서 "한은도 그로 인해 정책적 혼란을 겪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런 가운데 우선 최근 전반적인 물가가 낮아진 가운데 '관리물가 제외 물가' 역시 낮아진 것으로 분석된다.

아이린 최 골드만삭스 연구원은 "많은 금통위원들 사이에 기조적 물가압력 평가를 위해 더 중시되는 관리물가 제외 코어물가는 2월의 1.6%에서 1.3%로 낮아진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그는 "이 현상이 발생한 이유는 다양한 CPI 구성요인 전반에 걸쳐 하락이 일어났기 때문"이라며 "이 수치는 이제 2018년 2월 이후 가장 낮다"고 밝혔다.

전체 물가 상승률이 둔화되고 관리물가 제외물가마저 하락하면서 향후 한은이 보다 금리인하 쪽으로 움직일 가능성도 있다.

증권사의 한 채권딜러는 "낮은 물가 상승률에 대해 한은이 관리물가를 제외하고 봐야 한다는 입장을 보였다"면서 "다만 이 물가도 낮아지고 있다는 차원에선 한은의 금리인하 가능성이 좀 더 커졌다고 보는 것은 합리적 접근"이라고 말했다.

■ 낮은 물가 상승률 속 한은도 '인내심' 전략으로

한은은 최근 물가가 당분간 1% 아래 쪽에서 등락하다가 하반기 들어서면 1%대 중반으로 오를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정책 효과가 되돌려지고 향후 물가 오름폭이 커질 것으로 보는 사람들 사이엔 한은이 '인내심'을 유지하면서 올해 내내 금리를 움직이지 않는 초식을 구사할 것으로 보기도 한다.

버락 허비츠 HSBC 연구원은 "한은은 연준의 금리인상 중단에 따라 인내심을 유지할 것"이라며 "연말까지 금리를 동결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3월 코어 물가마저 0%대로 내려가고 금리인하 기대감이 커질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는 듯하지만, 한은의 인내심 전략을 쉽게 꺾이지 않을 것이란 관점이다.

크리스탈 탠 ANZ 연구원은 "한국 소비자물가가 당분간 2%를 크게 밑돌 수밖에 없고 이 는 향후 금리인하의 문이 열려 있음을 의미한다"면서 "다만 우리는 상당한 경제적 쇼크가 아니면 한은이 올해 금리를 내리기 어려울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그는 "한은은 경기부양을 정부 재정정책에 맡겨 놓을 상황이며, 기존 스탠스를 계속 유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홍남기 경제부총리가 지난주 국회업무보고 자리에 이어 이날 경제활력대책회의에서도 이달 중 추경안을 마련해 국회에 제출하도록 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가운데 재정정책의 효과를 지켜본 뒤 한은이 나설 수밖에 없다는 관점도 강한 편이다.

은행의 한 채권딜러는 "올해 물가상승률 흐름이 다소 충격적이지만 작년 11월 30일에 금리를 인하한 한은이 서둘러 금리 인하로 대응하긴 어렵다"면서 "정부 재정정책 효과를 본 뒤 한은이 나설 수밖에 없다. 금리 인하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 수 있다"고 말했다.

장태민 기자 chang@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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