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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7 (일)

“26세에 일본 조선소 끌려가 개돼지만도 못한...” 피폭까지 당한 101세 징용피해자 소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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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들이 일제 전범기업들을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하기 위해 4일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법에 소장을 제출하고 있다. 정반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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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같은 인간인데, 왜 끌려가서 개돼지 대우도 못 받으며 살아야만 했을까.”

올해로 101세인 김한수 씨는 일제강점기만 떠올려도 속에서 울컥 치밀어 오르는 감정을 참을 수 없다. 1944년 스물 여섯의 ‘청년 김한수’는 일본 나가사키에 있는 미쓰비시 조선소에 끌려가 1년이 넘도록 강제노동에 시달려야 했다. 그는 일제의 태평양 전쟁에 동원된 항공모함을 제작하는 일을 맡았다. 그러다 1945년 8월 나가사키에 투하된 원자폭탄에 피폭됐지만, 겨우 목숨을 구해 고국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

한일 양국 정부의 무관심에 70년 이상 숨죽이고 살았던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들이 일본 전범기업들을 상대로 잇달아 소송을 제기했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공익인권변론센터와 민족문제연구소는 4일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법 앞에서 ‘일제 강제동원 추가소송 기자회견’을 열고 일본 기업들을 상대로 강제동원 피해에 대한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이 소송에는 김한수씨 외에도 김용화(90)씨 등 강제동원 피해 당사자 4명과 유족 27명이 원고로 참여했다. 이들이 배상을 요구하는 일본기업에는 일본제철(구 신일철주금), 후지코시ㆍ미쓰비시중공업, 일본코크스공업이 포함됐다.

고령에도 불구하고 이날 기자회견까지 참석한 김한수씨는 강제노역 피해 보상을 외면해 온 일본 정부를 향해 ““스스로 반성해야만 앞으로 친구의 나라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꾸짖었다. 후쿠오카에 있던 일본제철 야하타 제철소에 강제동원됐던 김용화씨는 “힘 있는 자가 힘 없는 자를 노예로 만들었던 사건”이라며 “인류가 용납할 수 없는 죄악에 대해 마땅히 보상하고 사과하지 않는다면, 한일관계는 정상화될 수 없고 일본은 야만국가로 전락하고 말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앞서 지난해 10월 30일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이춘식(95)씨 등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 4명이 일본제철을 상대로 2005년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한일청구권 협정이 체결됐다고 해서 원고들의 손해배상청구권이 사라졌다고 볼 수 없다”면서 피해자 손을 들어줬다. 이후 일제 전범기업을 상대로 한 10여건의 소송에 속도가 붙었고, 일본제철ㆍ미쓰비시중공업에 대한 재산 압류 결정도 내려졌다.

민변은 강제동원소송대리인단을 꾸려 1월 소송설명회를 개최한 뒤 두 달여간 200명이 넘는 강제동원 피해자 및 유족들을 상담했다. 민변 측은 “더 이상 소 제기를 늦출 수 없다고 판단했다”면서 “다른 일본 기업들에 대해서도 추가소송을 계속 제기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정반석 기자 banseo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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