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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7 (일)

[홍콩여행 ②] 작지만 ‘추억과 매력’이 숨어 있는 홍콩의 골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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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심 속 전망대 ’빅토리아 피크‘ 트램타고 올라가면 홍콩 전경이 한눈에

짝퉁과 기념품점 늘어선 ’야시장‘…침사추이 19층 바에선 ’그림같은 야경‘

[헤럴드경제(홍콩)=김성진 기자] 홍콩은 한국인들에게 친숙한 곳이다. 최근 많은 사람들이 일본 대만 동남아 등을 찾고 있지만 오랜 기간 한국인들의 해외관광지 중 상위권에 올라있었다. 2030 세대들에겐 각종 TV와 블로그, 유투브 등을 통한 맛집투어의 천국으로 각광받고 있다. 3040은 명품이나 한국에서 구하기 힘든 물건들을 싼값에 살 수 있었던 ‘구정세일’이 인기였다. 그 보다 연배가 높은 이들은 출장지로, 혹은 한 시대를 풍미한 느와르 영화로 홍콩에 친근함을 느끼는 경우가 많다.

서울의 약 1.8배 크기인 홍콩엔 700여만명이 살고 있다. 1000만명에 육박하는 서울에 비하면 적은 인구지만 워낙 국제적인 도시인데다 관광객도 많아 복잡하다는 인상을 준다. 홍콩의 매력은 찾는 만큼 보인다. 반나절이면 더 볼게 없다고 느끼는 사람도 있을 수 있고, 2박3일도 부족하다는 사람의 말도 틀리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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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크트램으로 오르는 ’빅토리아 피크‘

우리나라의 63빌딩 전망대나 서울스카이 전망대를 떠올리면 된다. 다만 100년 넘는 역사를 자랑하는 등산열차를 타고 산등성이의 아파트와 숲을 헤치고 올라간다는 점에서 큰 차이가 난다. 주말이면 탑승은 물론 티켓을 사려는 줄이 어마어마하게 길게 늘어선다. 주중에 가는 것이 현명하다. 가장 위쪽 전망대는 추가요금을 지불해야하지만 그 값어치는 한다. 관광객은 물론 홍콩 현지인도 많이 찾는 곳이며, 홍콩 시내를 배경으로 ’인생샷‘이 나오는 포인트에는 사진을 찍으려는 사람들이 차례를 기다리는게 일상이다. 여유로운 일정이라면 전망대를 내려와 산책로를 걸어보는 것도 괜찮다. 아이스크림 하나 사 들고 걷다보면 붐비는 홍콩시내에서는 느낄 수 없는 여유로움을 즐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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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된 아파트 사이에 늘어선 ’몽콕 야시장‘

왕가위 감독의 영화 ’열혈남아‘를 기억하는 이라면 몽콕이라는 지명이 낯설지 않을 것이다. 열혈남아의 원래 제목이 ’몽콕하문(旺角卡門)이기 때문이다. 쓰러질 것 같은 오래된 아파트, 영화 속 조폭들이 어디선가 튀어나와도 이상하지 않을 컴컴한 골목 사이에는 낡은 테이블이 펼쳐져있고 홍콩인들이 평범한 술과 안주를 나누며 길었던 하루를 서로 위로한다. 해가 저물 무렵이면 건물과 건물 사이로 뻗은 긴 도로에 각종 기념품, 가방, 장난감, 옷 등을 파는 노점 수백개가 일제히 장사준비를 한다. 건물에 딸린 식당, 전자제품상, 성인용품점 등 가게들은 노점에 가려 간판도 안보일 지경이지만 그들은 별 다른 갈등없이 공존하고 있었다. 물론 관광객이 주 대상인 야시장 물건에 품질까지 기대하긴 어렵다. 그저 홍콩의 추억을 담아 간다는 생각으로 둘러보면 가성비가 그리 나쁘지 않다. 중국말을 못하는 사람에게 비싸게 부르는 건 ‘가격 깎기’ 입담으로 극복해야한다.

근처에는 ‘홍콩스타일’의 소박하거나 혹은 허름한 식당들이 많다. 관광객들을 노리고 목 좋은데 자리잡은 야외식당은 바가지 쓰기 십상이니, 조금 용기를 내 현지인들 옆 테이블에 앉아서 주문해보자. 손짓발짓에 사진있는 메뉴판이라도 있다면 그리 어렵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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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골 영화촬영지 더들 스트리트 ‘가스등 계단’

일정이 바쁘다면 빼놓는게 낫지만, 시간이 있다면 들러볼 만하다. 센트럴지구 더들 스트리트에 있는 이 계단에는 홍콩에서 유일하게 가스등이 남아 있다. 19세기 말에 설치됐다는 4개의 가스등은 밤이 되면 은은하면서 따뜻한 빛을 뿜는다. 높은 빌딩 사이에 있지만 각도를 잡기에 따라 오래 전 풍경처럼 보이기도 한다. ‘천장지구’ ‘금지옥엽’ ‘희극지왕’ 등 우리에게도 친숙한 홍콩 영화에 단골로 등장하는 장소로 관광객들 역시 사진을 찍기 위해 많이 찾는 곳이다. 계단 중간에 있는 커피샵은 1960년대풍 인테리어와 현대의 인테리어를 매장안에 함께 해놓아, 이 계단을 찾은 관광객들이 자연스럽게 들르게 되지만 자리잡기가 쉽지 않다.

센트럴의 주빌리 스트리트에 있는 ‘미드 레벨 에스컬레이트’ 역시 빼놓으면 아쉽다. 영화 ‘중경삼림’의 왕페이와 양조위를 기억하는 사람들은 이곳을 그냥 지나칠 리 없다. 정상까지 오르는데 20분 가량 소요되는데 정상에는 현지 주민들이 사는 주택가이기 때문에 관광객들은 대부분 중간에서 내려 소호거리로 흩어진다. 허름하지만 소문난 ‘란펑유엔’에서 밀크티와 토스트 하나 먹어보는 것도 좋다. 좁고 합석이 필수지만 동양인 서양인 모두 붐빈다. 소호거리 주위를 둘러보면 은근히 맛집과 핫 플레이스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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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경을 빼놓고 갈 수는 없다면 침사추이 ‘더원몰 루프탑’

이 쇼핑몰은 낮에는 쇼핑을 즐기거나 식사를 하려는 사람들로 붐비는 ‘잘 알려진 곳’이다. 낮에는 관광객들과 현지인들이 쉴 새없이 오가는 침사추이의 번화가에 위치해 있어 더 복잡하다. 하지만 불야성을 이룬 홍콩의 밤을 보고 싶다면 이곳의 루프탑은 좋은 선택이다. 빅토리아피크의 야경도 나쁠리 없지만 인파를 뚫고 티켓을 사서 오르기가 만만찮다. 최고의 야경명소 중 하나로 꼽히는 리츠칼튼 호텔 118층의 바 오존도 숙소가 근처라면 도전해볼 만하다. 더원몰의 19층과 21층에 위치한 바와 식당은 야외 테이블이 있어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술 한잔 들고 야경을 둘러보는 맛이 괜찮다. 마천루들이 즐비한 홍콩에서 그리 높지 않지만 시야가 탁 트여있어 야경감상에 아무런 걸림돌이 없다.

withyj2@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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