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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8 (토)

[장태민의 채권포커스] 노르웨이 국부펀드의 신흥국 채권 줄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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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금융신문

자료=국제금융센터



[한국금융신문 장태민 기자] 2017년 9월 26일.

한국 채권시장에서 외국인이 2조원 가량 채권을 팔면서 노르웨이 국부펀드에 대한 경계감이 증폭됐다.

당시 외국인은 국고13-6호를 5553억원, 국고17-4호를 4057억원, 국고15-9호를 4000억원 순매도하는 등 채권을 대규모로 팔았다.

이날 외국인들이 주로 매도한 채권들의 잔존 만기는 5~7년이었다. 외국인이 보유하고 있던 장기채권 경과물을 대거 팔면서 시장을 긴장시켰던 것이다.

한국물 장기채권은 주로 중앙은행이나 연기금 등이 보유하는 가운데 노르웨이 국부펀드가 유독 주목을 받았던 이유는 당시 이들이 신흥국 채권을 정리할 수 있다는 입장을 보였기 때문이다. 당시 노르웨이 국부펀드는 한국 채권을 7조원 넘게 들고 있었다.

노르웨이 국부펀드(GPFG) 2017년 9월 들어 '채권 글로벌 분산투자'의 실익이 크지 않다면서 신흥국 채권투자규모를 줄일 것이란 입장을 보였다.

노르웨이가 한국 채권을 처음 대규모로 산 연도는 2012년이다. 그 당시 한국 채권시장에선 노르웨이, 스위스 등이 한국물을 대거 사면서 큰 관심이 끌었다. 중국은 이듬해인 2013년부터 한국 채권시장의 외국인 큰 손으로 부상했다.

■ 예고한 대로 신흥국 채권 투자 줄이기로 한 GPFG

2017년 9월로부터 대략 1년 반의 시간이 흐른 뒤.

GPFG는 보유채권을 유로, 달러, 파운드 등 주요 통화국으로 한정하는 방안을 재무부에 제출한 뒤 검토 과정을 거쳐 승인을 얻었다. 2017년 제출한 안이 승인된 것이다.

노르웨이는 글로벌 국채시장간 연동성이 높아진 가운데 주식을 통해 이미 다양한 통화를 보유한 만큼 다양한 국가들의 국채를 보유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는 판단에 신흥국 국채를 팔기로 한 것이다.

노르웨이 재무부가 4월 5일 채권지수 내 신흥국을 제외한다는 결정을 내 주면서 신흥국(한국, 멕시코 등 10개국)과 브라질, 인도네시아 등 지수 외 신흥국 채권투자 축소가 불가피해졌다.

작년 말 기준 GPFG의 전체 운용자산은 1조 달러 규모로 이중 채권투자는 3100억 달러다. 채권지수에 포함된 신흥국 채권 보유는 170억달러(전체 채권투자의 5.5%)으로 한국과 멕시코가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채권지수에 포함되지 않은 신흥국 채권도 168억 달러 가량 보유하고 있어 GPFG가 보유한 전체 신흥국 채권은 약 338억달러로 전체 채권투자의 11.0%를 차지하고 있다.

노르웨이 재무부는 GPFG에게 포트폴리오 조정에 필요한 시간을 충분히 줄 방침인 것으로 전해졌다. 아울러 GPFG가 신흥국을 채권지수에서 빼지만, 전체 채권투자에서 최대 5%(150억달러)까지 신흥국 채권에 투자할 수 있는 했다.

■ GPFG 신흥국 채권축소 이슈..영향 크지 않다는 게 일반적 평가

이번 GPFG의 결정이 서프라이즈는 아니며, 실제 채권시장에 미칠 영향도 제한적일 것이란 시각이 강하다.

국제금융센터는 " GPFG의 신흥국 채권투자 축소가 점진적으로 진행될 것으로 보이며, 새로운 이슈가 아니라는 점 등으로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크지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다수"라고 밝혔다.

작년 말 기준 GPFG가 보유한 원화 국채 규모가 5조원대로 줄어든 데다 노르웨이 국부펀드가 이미 물량을 더 줄여놓은 것으로 추정돼 수급 부담이 될 가능성은 없다는 진단도 나온다.

강승원 NH투자증권 연구원은 "GPFG가 작년 12월 기준으로는 5.7조원의 원화 채권을 들고 있었지만, 현재 이들이 보유하고 있는 원화채 규모는 0~2조원 수준인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그는 "현재 외국인의 원화채 보유잔액이 111조원, 국채시장 잔액이 678조원이라는 점을 감안할 때 이들 물량이 추가적으로 시장에 영향을 행사하기 어렵다"고 진단했다.

그는 "2016년 이후 시장을 흔들던 템플턴 펀드의 수급 이슈는 이 펀드가 보유하고 있는 원화 잔액이 2조원 이하로 하락한 이후 영향력이 급감한 바 있다"면서 "1분기 중 국고채 금리가 큰 폭으로 하락했음을 감안하면 시장은 노르웨이 국부펀드 매도 물량을 충분히 소화하면서도 오히려 추가로 매수에 나섰다는 의미"라고 진단했다.

향후 GPFG가 한국 채권을 전부 처분한다는 보장이 없는 데다 작년 말 수준의 규모를 들고 있더라도 시일도 넉넉해 이를 수급 부담으로 해석하는 게 부적절하다는 분석도 보인다.

오창섭 한투증권 연구원은 "앞으로 GPFG는 11%인 신흥국 채권투자 비중을 5.8%까지 축소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으며, 수년에 걸쳐 주요 신흥국 위주로 투자재편을 계획함에 따라 국내 채권시장에서의 자금유출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그는 "작년 말 기준 노르웨이 국부펀드의 국내채권 투자규모는 430억크로네, 한화로 5조 7천억원 가량이며, 이는 외국인 채권투자 전체에서 5% 수준을 차지한다"면서 "향후 GPFG 신흥국 채권투자 축소는 점진적으로 진행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지적했다.

한국 채권이 신흥국 채권에서 가장 비중을 차지하지만 자금 유출의 영향이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 GPFG와 외환시장

한국금융신문

자료=국제금융센터



GPFG는 2017년 9월에 밝혔던 것처럼 글로벌 채권가격 동조화로 분산효과 실익이 없는 만큼 신흥국 채권 투자를 더 줄이게 된다.

국제금융센터의 황재철 연구원은 "GPFG 결정엔 25개국 채권 운용에 비용이 상당한 데다 신흥국 익스포저는 주식 비중 확대로 충당이 가능한 상황이라는 점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면서 "비중이 작은 국가들을 중심으로 우선 제외시킬 가능성이 크다"고 진단했다.

이런 가운데 외환 수급 측면에선 GPFG의 채권 자금 이탈 속도가 제한적인 데다 신흥국 주식에 대해선 비중 확대 정책을 취하고 있다는 점도 같이 고려해볼 필요가 있다.

황 연구원은 "GPFG가 신흥국 주식에 대해서 비중확대 정책을 지속하면서 올해 2월 국내보유 주식 보유액은 14.1조원으로 전체 외국인 보유의 2.5%, 즉 8위에 해당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최악의 경우 GPFG 자금이 전부 유출되더라도 수년에 걸쳐 이뤄질 것이며, 외환시장에 관련 물량이 출회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아 달러/원 환율에 미칠 영향 역시 제한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전날 외환시장에서 달러/원이 8.1원 속등한 1144.7원에 종가를 형성해 2017년 9월 28일 이후 가장 높은 수준까지 올라간 것과 관련해 GPFG 영향이 작용했다는 추론도 꽤 있었다.

우선 환율이 급등한 데엔 4월 배당 시즌을 맞아 역송금에 대한 경계감이 컸다. KB금융지주가 외인들에게 지급한 배당금 규모가 5천억원에 달할 것이란 추정 속에 배당 시즌에 대한 경계가 적지 않았지만, 일각에선 노르웨이 국부펀드에 대한 우려를 거론하기도 한 것이다.

강승원 연구원은 "환율이 특별한 재료 없이 하루 만에 크게 움직였음을 감안하면 환율 변동은 실제로 노르웨이 국부펀드 매도 자금의 역송금 영향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면서 "캐시로 보유하던 물량을 역송금에 나섰던 것으로 보인다. 1분기 중 국고채 금리가 큰 폭으로 하락했음을 감안하면 시장은 노르웨이 국부펀드 매도 물량을 충분히 소화했다"고 지적했다.

전체적으로 GPFG 이슈가 향후 금융시장 전반에 미칠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다.

■ GPFG 수급 이슈, 보수적으로 접근하자면..

세계 최대 연기금 펀드인 GPFG의 운용 규모는 우리 돈으로 1천조원을 약간 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거대 공룡인 한국 국민연금처럼 이 펀드도 수익률 픽업 등을 위해 위험자산의 투자비중을 높여 왔다. 이 펀드는 2007년부터 2009년까지 주식비중을 40%에서 60%로 높였으며, 2017년엔 70%까지 비중을 더 높이기로 결정한 바 있다.

이처럼 예정된 수순을 밟은 과정에서 거래 비용은 많이 들고 투자 메리트는 떨어지는 신흥국 채권을 팔기로 한 것이다. 외국계 금융사 등도 이 펀드의 방침 변화가 영향이 제한적일 것으로 보는 시각이 다수다.

모간 스탠리는 "시장 영향력을 줄이기 위해 상당히 오랜 기간에 걸쳐 신흥국 채권을 매도할 가능성이 높다"면서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제한적일 것으로 봤다.

다만 보수적으로 수급 측면을 지켜볼 필요가 있다는 조언이 없는 것은 아니다.

임재균 KB증권 연구원은 "GPFG가 보유한 한국채권은 7.3조원, 그 중 국채는 5.7조원으로 적지 않은 규모"라며 "분산효과도 없고 낮아진 금리 때문에 메리트도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그는 "한국물 10년 금리 1.87%가 노르웨이(1.75%)와 비교해 크게 높지 않은 데다 환율 변동성을 고려하면 신흥국 채권 메리트가 더욱 떨어진다. 재량적으로 5%까지 투자할 수 있지만, 비중 감소는 불가피할 것"으로 봤다.

이어 "GPFG는 채권 포트폴리오를 달러, 유로, 파운드만으로 단순화하겠다고 제안한 바 있다. 글로벌 1위 연금펀드인 GPFG의 신흥국 축소는 다른 연기금에도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한편 전일 주식시장 쪽에선 이 이슈와 환율 상승 등을 연계해서 쳐다보는 사람도 있었다. 수급 이슈 차원에서 GPFG의 매각 일정을 좀 더 볼 필요가 있지 않느냐는 것이다.

자산운용사의 한 주식매니저는 "2013년 상반기 뱅가드가 인덱스 조정으로 대략 6개월 6조원 정도를 판 적이 있다"면서 "당시 분석가들이 별 영향이 없을 것으로들 얘기했는데, 두고두고 이 물량이 부담이 돼 주가 반등이 가로막힌 적이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어제 환율 급등 이유를 찾다가 GPFG의 영향 가능성을 의심했다. 일단 단시간 내 급하게 나올 물량이 더 있다면 환율에 부담을 줄 수도 있지도 않겠느냐"고 반문했다.

장태민 기자 chang@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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