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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2 (토)

[레이더P] 낙태죄 7년만에 합헌→헌법불합치 결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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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11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심판정에서 열린 낙태죄 처벌 위헌 여부를 밝히 재판에 재판관들이 입장하고 있다. [사진=한주형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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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재판소가 11일 임신 초기의 낙태까지 금지하고 위반 시 처벌토록한 형법 규정은 위헌이라고 결정했다. 다만 당장 낙태를 전면 허용할 수는 없다는 판단에 따라 법조항을 개정하라는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2012년 낙태죄 합헌 결정을 내린 후 7년 만이다. 1953년 형법 제정 이래 지난 66년 간 한국 사회는 낙태를 한 여성을 처벌하는 형법 269조 1항(자기낙태죄)과 낙태 의료인을 처벌하는 270조 1항(동의낙태죄)을 통해 낙태를 죄로 규정 해 왔다. 낙태와 관련해 우리 사회는 지금까지 어떤 과정을 거쳐 왔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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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재판소[사진=한주형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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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헌재 심판대 올라간 낙태죄

2009년 부산에서 조산원을 운영하는 조산사가 원치 않은 임신을 했다며 태아 낙태를 부탁하는 A씨의 요청을 받고 임신 6주의 태아를 낙태한 혐의로 기소됐다. 조산사는 낙태죄와 관련해 법원에 위헌법률심판 제청을 했으나 기각됐고 이후 헌법소원을 냈다.


2. 임부 자기결정권 < 태아 생명권

헌재는 2012년 8월 형법 270조 1항(낙태 시술을 한 의료인의 경우 2년 이하의 징역형)에 4(합헌) 대 4(위헌)로 합헌 결정을 내렸다. 위헌 결정은 헌법재판관 9인 가운데 6인 이상이 위헌 의견을 나타내야 가능하다. 헌재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인간으로 성장할 가능성이 크므로 태아에게도 생명권이 인정되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자기낙태죄 조항으로 제한되는 사익인 임부의 자기결정권이 위 조항을 통하여 달성하려는 태아의 생명권 보호라는 공익에 비하여 결코 중하다고 볼 수 없다"고 강조했다.


3. 낙태죄 사문화 논란

당시 헌재는 합헌 결정 이유 중 하나로 "사회·경제적 사유로 인한 낙태로까지 그 허용의 사유를 넓힌다면, 자칫 자기낙태죄 조항은 거의 사문화되고 낙태가 공공연하게 이루어져 인간생명에 대한 경시풍조가 확산될 우려마저 없지 않다"고 밝혔다.

그러나 사문화 논란이 이어졌다. 공공연하게 낙태 시술이 이루어지고 있음에도 묵인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주장이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연간 낙태시술 추정 건수는 2017년 4만9754건이었다. 반면 대검찰청 자료에 따르면 같은 해 낙태 혐의로 사건이 접수된 것은 62건, 처벌로 이어진 경우는 13건이었다.


4. 부당·폐지찬성 여론 분위기

여론조사도 있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올해 2월 발표한 조사에 따르면, 응답 여성의 75.4%가 낙태 처벌이 부당하다며 개정돼야 한다고 답했다. 앞서 2017년 여론조사업체 리얼미터가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에서는 낙태죄를 폐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응답이 51.9%, 유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응답이 36.2%를 기록했다.


5. 헌재소장 "초기 중절, 허용 고려할 필요"

이러한 사회적 변화 속에 유남석 헌재소장은 지난해 9월 인사청문회에서 입장을 밝혔다. 당시 낙태 허용에 대해 묻는 질문에 "임신 초기 중절은 전문가들 상담을 거쳐 허용하는 방안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답했다.


6. 11일 헌재 결정 예정

2017년 2월 낙태죄로 기소된 산부인과 의사 B씨는 낙태죄가 임신부의 자기결정권을 과도하게 침해한다는 등의 이유로 헌법소원을 제기했다. 그리고 다음해인 2018년 5월 첫 변론이 열렸다.

헌재는 11일 낙태죄의 위헌 여부를 심판하는 헌법소원 사건에서 재판관 7대 2 의견으로 위헌 결정을 내렸다. 헌재는 "임신한 여성의 자기결정권을 제한하고 있어 침해의 최소성을 갖추지 못했고 태아의 생명보호라는 공익에 대해서만 일방적이고 절대적인 우위를 부여해 임신한 여성의 자기결정권을 침해했다"며 "임신한 여성의 촉탁 또는 승낙을 받아 낙태하게 한 의사를 처벌하는 동의낙태죄 조항도 같은 이유에서 위헌"이라고 밝혔다.


7. 2020년까지 법개정하라, 헌법 불합치 결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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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태죄폐지공동행동 단체 회원들이 11일 오후 서울 종로구 재동 헌법재판소 앞에서 헌법불합치 결정이 나오자 환호하고 있다. [사진=한주형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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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재는 다만 낙태죄 규정을 곧바로 폐지해 낙태를 전면 허용할 수는 없다는 판단에 따라 2020년 12월 31일까지 낙태죄 관련 법조항을 개정하라는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이 기한까지 법이 개정되지 않을 경우 낙태죄 규정은 전면 폐지된다.

[강보인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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