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시 한 금융사 대표는 호반건설에 이렇게 조언했다. "가능한 낮은 금액을 써내도록 하세요. 어차피 아시아나항공은 3년 뒤쯤 더 좋은 조건에 매물로 나올 겁니다."
얼마 뒤 호반건설이 금호산업 입찰가로 써낸 금액은 6007억원. 시장 예상가 8000억~1조원을 훨씬 밑도는 금액이었다. 결국 금호산업은 우선매수권을 가진 박삼구 전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이 7228억원에 품었다.
박 전 회장도 시장 예상가보다 낮은 가격에 인수한 셈이다. 시장에서는 호반건설의 낮은 인수가에 의심의 눈초리를 보냈다. 호남에 기반을 둔 호반건설이 박 회장을 도운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왔다.
하지만 당시 금호산업 실사에 참여했던 실무진 생각은 달랐다. 예상보다 아시아나의 재무구조가 너무 허약했다. 당시 호반건설은 입찰가의 절반에 달하는 3000억원 규모의 추가 자금을 아시아나에 지원하는 것도 인수 계획에 포함했다.
아시아나는 유동성 부족으로 2010년 KDB산업은행과 자율협약을 맺고, 2014년 졸업했다. 독자적인 경영이 가능하다고 채권단이 판단했다. 하지만 오판이었다.
유가와 환율 변동, 경영진 오판 영향도 있었겠으나 2014년에도 아시아나 부채비율은 715.4%였고, 순차입금만 3조7000억원이 넘었다. 최근 문제가 되고 있는 자산유동화채무(ABS)도 1조1000억원이나 됐다.
아시아나(금호산업) 인수 4년 만에 박 전 회장은 백기를 들었다. 경영에서 물러남과 동시에 보유한 금호고속 지분 전량을 채권단에 담보로 제공했다. 3년 내에 정상화하지 못하면 아시아나를 매각하겠다는 계획까지 내놨다.
사실상 아시아나는 9년전 자율협약을 맺을 상황으로 돌아갔다. 박 전 회장과 아시아나 경영진의 실패와 별개로 당시 자율협약 졸업이라는 채권단 판단이 옳았는지도 따져봐야 한다.
김남이 기자 kimnami@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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