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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16 (일)

낙태죄, 66년 만에 헌법불합치…“2020년까지 법 개정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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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일보

유남석 헌법재판소장 등 헌법재판관들이 11일 서울 재동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 착석하고 있다. 왼쪽부터 이영진, 이은애, 이선애, 서기석 헌법재판관, 유남석 헌재소장, 조용호, 이석태, 이종석, 김기영 헌법재판관. 연합뉴스


임신 초기에 중절을 선택하는 여성에 대한 낙태죄 처벌이 헌법에 어긋난다는 헌법재판소의 결정이 나왔다. 1953년 형법 제정과 함께 등장한 낙태죄가 66년 만에 바뀌는 근거가 될 전망이다. 그동안 낙태죄는 태아의 ‘생명권’과 여성의 ‘자기결정권’ 간의 이분법적 구도에서 논쟁이 제기돼 왔다. 이에 헌재가 ‘자기결정권을 과도하게 침해한 위헌’이라는 결정을 내리면서, 임신 후 일정 기간 내 낙태를 부분적으로 허용하는 법 개정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11일 헌법재판소는 산부인과 의사 A씨가 ‘자기낙태죄’와 ‘동의낙태죄’를 규정한 형법 269조와 270조가 위헌이라며 낸 헌법소원 사건에서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헌법불합치는 법 조항이 헌법에 위반되지만 즉시 효력을 상실하는 대신 법 개정 시한을 두는 것으로, 헌재는 국회가 2020년 12월31까지 관련법을 개정하도록 했다.

‘자기낙태죄’로 불리는 형법 269조는 임신한 여성이 낙태한 경우 1년 이하의 징역이나 200만원 이하의 벌금으로 처벌하는 내용이다. ‘동의낙태죄’로 불리는 270조는 의사가 임신한 여성의 동의를 받아 낙태한 경우 2년 이하의 징역으로 처벌하는 조항이다. 동의낙태죄는 자기낙태죄에 종속된 조항이지만, 오히려 처벌수위가 더 높아 논란이 되기도 했다.

앞서 산부인과 의사 A씨는 2013∼2015년 임신중절수술을 한 혐의(업무상 승낙 낙태)로 기소되자 “자기낙태죄와 동의낙태죄 규정이 임산부의 자기결정권을 침해해 위헌”이라며 2017년 헌재에 헌법소원을 제기했다.

이에 대해 헌재는 “임신한 여성의 자기결정권을 제한하고 있어 침해의 최소성을 갖추지 못했고 태아의 생명보호라는 공익에 대해서만 일방적이고 절대적인 우위를 부여해 임신한 여성의 자기결정권을 침해했다”고 판단했다. 이어 “임신한 여성의 촉탁 또는 승낙을 받아 낙태하게 한 의사를 처벌하는 동의낙태죄 조항도 같은 이유에서 위헌”이라고 밝혔다.

다만 낙태죄를 곧바로 폐지하고 낙퇴를 허용하는 것에 대해서는 2020년 12월31일까지 낙태죄 관련 법 조항을 개정하라는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만약 이 기한 내 법 개정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낙태죄는 전면 폐지된다.

헌재가 낙태죄에 대한 위헌 결정을 내리면서 산부인과 의사 A씨와 같은 기소된 피고인들은 공소기각으로 무죄가 선고될 가능성이 높다. 또 2012년 헌재의 합헌결정 이후 기소돼 형사처벌된 사람들의 재심청구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다만 헌법불합치 결정이 재판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는 이견이 있어 낙태죄 형사재판과 관련한 일각의 논란도 예상된다.

권구성 기자 ks@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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