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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16 (일)

낙태죄 폐지에 여성계·시민들 "환영"…종교계 등 반발(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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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재의 낙태죄 헌법불합치 결정에 여성계·시민들 환호

“여성의 자기결정권 존중하는 당연한 결과”

여성계 전문가들 “앞으로의 입법 과정이 더 중요”

일부 시민들 “낙태 예방 조치 없이 성급하다”

천주교·개신교 "낙태 정당화될 수 없다" 강력 반발

이데일리

헌법재판소의 낙태죄 위헌여부 판결이 열린 11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앞에서 낙태법 폐지 찬성을 주장하는 시민단체들이 집회를 열고 있다.(사진=방인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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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최정훈 기자] 7년 만에 다시 열린 낙태죄 처벌 형법의 합헌여부에 대해 헌법재판소(헌재)가 위헌이라 판결하고 2020년까지 국회에서 관련 법안을 개정하라는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리자 여성 단체와 시민들은 환영의 뜻을 보였다. 그러나 종교단체를 중심으로 일부는 태아 생명권을 주장하며 낙태죄 폐지에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11일 헌재에서 위헌 판결이 나오자 여성계에서는 시대 흐름에 맞는 당연한 판결이라며 환영의 뜻을 전했다. 이정은 성남 여성의 전화 이사는 “헌재의 위헌 판결은 여성의 몸에 대한 자기 결정권을 되찾은 것”이라며 “낙태를 불법으로 하고 여성을 처벌한다면 여성과 태아 둘 다 생명이 위험한 순간이 오는 만큼 헌재의 판결이 시대의 흐름이나 여론을 반영한 것 같다”고 전했다. 서혜진 변호사도 “66년 만에 폐지가 이뤄졌는데 낙태죄가 여성의 자기결정권과 행복추구권을 침해한다는 결론에 대해 여성의 가치가 존중되어야 한다는 뜻으로 해석된다”고 말했다.

이날 위헌 결정에 시민들도 환영했다. 직장인 강모(29·여)씨는 “학창시절 학교에서 태아가 고통스러워하는 장면을 보여주며 낙태를 살인처럼 취급했지만 원치 않는 임신은 낙태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자영업자 윤모(64)씨도 “피치 못할 사정이 있으면 낙태할 수도 있고 그걸 죄로 여겨 처벌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다만 여성계 전문가들은 이번 결정이 `헌법불합치`라 앞으로가 더 중요하다고도 지적했다. 차인순 국회 여성가족위원회 입법심의관은 “헌법불합치 결정으로 모자보건법 개정 논의가 진행될 것”이라며 “헌재에서 의미를 부여한 자기결정권, 건강권, 평등권이 보장되는 방식의 모자개정법 개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윤정원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여성위원회 위원장도 “의료계에선 정부가 책임을 방기해왔던 낙태에 관련한 의학교육, 약물 임신중지의 안전한 방법에 대한 교육과 보험 적용 부분 등 할 일이 많이 남아 있다”고 덧붙였다.

다만 이번 헌재 판결에도 불구하고 낙태죄는 여전히 남아 있어야 한다는 시민들의 목소리도 상존해 있다.

주요셉 낙태죄 폐지 반대 국민연합 공동대표는 “미국이나 유럽도 낙태를 예방하는 조치들이 있지만 우리나라 여성 중에선 낙태를 원치 않음에도 주위의 강요로 낙태를 하는 경우도 있다”며 “생명은 지켜져야 하고 말 못하는 태아의 인권도 지켜져야 한다”고 말했다. 직장인 조모(44·여)씨도 “외국이라면 몰라도 우리나라는 아직 이른 것 같다”며 “섣부르게 낙태를 결정해 후회하는 사람들도 분명히 있을 것 같다”고 전하기도 했다.

특히 종교계 반발이 크다. 이날 한국천주교주교회의 의장인 김희중 대주교는 “수정되는 시점부터 존엄한 인간이며 자신을 방어할 능력이 없는 존재인 태아의 기본 생명권을 부정할 뿐만 아니라 원치 않는 임신에 대한 책임을 여성에게 고착시키고 남성에게서 부당하게 면제하는 결정”이라며 깊은 유감의 뜻을 밝혔다. 그는 “낙태는 태중의 무고한 생명을 직접 죽이는 죄이며 어떤 이유로도 정당화될 수 없는 행위라는 가톨릭 교회의 가르침에는 변함이 없다”고 강조했다.

개신교계도 낙태죄 폐지 결정에 대해 반발했다. 한국교회총연합 사무총장 신평식 목사는 “이번 결정은 인간의 생태적 법칙을 무시했다”고 지적하면서 “인류의 대를 이어가며 보존하는 것은 국가와 사회의 존립을 지키는 유일한 방식이며 하나님이 정한 법칙”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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