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6.16 (일)

'12주? 14주? 22주?'… '낙태허용시기' 어떻게 될까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머니투데이 유동주, 송민경 (변호사) 기자] [the L]프·독 '12주'이내 낙태허용, 정의당도 '12주' 개정안 발의예고…헌재 '14주' 언급 '22주' 제시

머니투데이

유남석 헌재소장과 재판관들이 낙태죄 위헌 여부 선고를 위해 11일 오후 서울 재동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 앉아 있다./사진=뉴스1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헌법재판소(헌재)가 11일 ‘헌법불합치’ 판단을 내리면서 던진 '낙태허용시기'라는 화두가 향후 낙태죄 개정입법의 핵심 쟁점이 될 전망이다.

헌재는 낙태죄 조항이 2020년 말까지 개정돼야 한다고 선언하면서 특히 '시기, 사유' 등에 따라 낙태 허용을 고민해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개정이 되지 않으면 2021년부터 기존 낙태죄 조항은 효력을 잃는 만큼 정부와 국회도 서두를 수밖에 없다.

◇헌재 "14주 혹은 22주이내 허용, '사회경제적 사유'도 포함"

헌재는 결정문에서 "국가가 생명을 보호하는 입법적 조치를 취함에 있어 인간생명의 발달단계에 따라 그 보호정도나 보호수단을 달리하는 것은 불가능하지 않다"고 밝혔다. '태아의 단계에 따라 낙태가 가능하다'는 이 논리는 지난 2012년 '합헌'결정 당시엔 소수의' 반대의견'에 들어 있던 내용이다. 이것이 7년 후엔 주요 의견으로 채택됐다.

아울러 윤리적·의학적 이유가 아닌 '사회경제적 사유'에 따른 낙태에 대해 허용할지도 논의가 필요하다는 게 헌재 결정 내용에 포함됐다. 음성화된 낙태 사유의 대부분이 △학업·직장생활 등 사회활동 지장 우려 △소득 불안정 △상대남성의 출산 반대, 낙태 종용 및 육아책임 거부 △미혼의 미성년자가 원치 않은 임신을 한 경우 등이기 때문이다.

단순위헌 의견을 낸 이석태·이은애·김기영 재판관은 아예 '임신 14주' 무렵까진 "어떠한 사유 요구 없이 임신 여성이 자신의 숙고와 판단 아래 낙태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했다. 이 기간 낙태는 만삭분만보다도 안전하고 산모 사망의 상대적 위험도가 임신 8주 이후 2주마다 2배씩 증가하는 점을 이유로 들었다.

이들은 또 "임신 22주 이후 낙태를 원칙적으로 제한하고, 임신 여성에게 임신 유지를 기대하기 어려운 극히 예외적인 경우에 한해 낙태를 허용할 수 있다"라고도 했다.

결국 헌재는 시기에 따라 태아에 대한 낙태를 허용할 수도 있다는 견해를 처음으로 밝히면서, 태아가 독자 생존할 수 있는 시점을 관련 연구결과 등에 따라 '임신 22주' 내외라고 판단하고 있다.

헌재는 "임신 22주 내외 도달 전이면서 동시에 임신 유지와 출산여부에 관한 자기결정권 행사에 충분한 시간이 보장되는 시기(이하 결정가능기간)까지의 낙태는 국가가 생명보호의 수단 및 정보를 달리 정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헌재가 제시한 '14주'나 '22주'는 향후 국회 입법과정에서 '가이드라인' 정도의 역할은 할 수 있다. 하지만 국회가 헌재 의견에 종속되지는 않기 때문에 입법과정서 다양한 의견이 나올 수밖에 없다.

정부도 법무부와 보건복지부를 중심으로 5개 부처가 낙태죄 조항 개정을 위해 발 빠르게 움직일 것으로 보인다. 헌법불합치 결정 직후 5개 부처 공동 보도자료에서 이미 "후속조치를 차질없이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현 모자보건법은 ‘사유’를 엄격하게 하는 대신 ‘시기’는 24주로 하고 있다. 따라서 향후 부처간 조율을 거쳐 나올 정부 개정안의 모습은 ‘사유’를 완화하는 대신 ‘시기’는 짧게 줄이는 방향으로 나올 것이 예상되고 있다.

머니투데이

헌법재판소가 낙태죄 처벌조항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린 11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앞에서 시민단체 회원들이 낙태법 유지를 촉구하고 있다. 2019.4.11/사진=뉴스1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프랑스·독일 등 '12주' 이내엔 '사유'없어도 낙태 허용

국회에선 정의당이 발 빠르게 '12주'를 들고나왔다. 유럽 여러 나라들이 낙태허용기간으로 ‘12주’를 선택하고 있다. 국회 입법조사처 자료에 따르면 프랑스·독일·오스트리아가 관련법령에 12주를 의사 상담을 거치면 낙태가 가능한 기간으로 상정하고 있다.

프랑스는 모자보건법에서 1주의 숙려기간만 있으면 12주이내의 태아는 낙태가 가능하다. 독일도 시술 3일 전 상담을 거치면 12주 이내의 낙태는 형법상 낙태죄 구성요건해당성에서 배제하고 있다. 12주이내는 아예 죄가 되지 않게 한 것이다. 독일은 임신 22주이내에도 의사 상담을 거치면 낙태죄에는 해당되는 것으로 보지만 형을 면제해준다. 오스트리아도 12주이내에 대해선 처벌하지 않는다.

낙태 허용방식은 크게 3가지다. 일정 기간 이내엔 무조건 허용하는 ‘기한방식’, 원칙적으로 금지하되 특정 사유에 대해서만 허용하는 ‘적응방식’, 기한과 적응을 모두 적용하는 ’결합방식‘이 있다.

현 모자보건법은 적응방식 중에서도 윤리적·의학적 사유만 인정해 매우 엄격한 상황이다. 결국 헌재 결정으로 개정 입법은 ‘기한방식’을 도입하는 방향으로 갈 수밖에 없다.

머니투데이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종교계 등 낙태 '반대' 입장도 여전…개정입법 험난할 듯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2005년 연간 30만건을 넘던 인공임신중절 건수는 최근 10만건수 내외로 줄었다. 숫자상으론 낙태가 줄어든 것처럼 보이지만 처벌이 강화되면서 오히려 음성화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지난 2016년 9월엔 보건복지부가 불법 인공임신중절수술을 한 의료인의 자격정지기간을 최대 12개월로 늘리는 의료법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가 의료계와 여성단체들의 반발로 한 달도 안돼 철회하기도 했다.

당시 보건복지부의 '헛발질'은 소강상태에 있던 낙태죄 폐지 운동에 불을 붙게 해 역설적으로 이번 헌재 결정에 사실상 영향을 미쳤다고 볼 수 있다.

헌재가 ‘태아의 생명권’도 중요하지만 ‘임산부의 자기결정권’에 대한 배려도 필요하다고 강조한만큼 그 방향의 개정이 바람직한 상황이다.

그러나 태아의 생명권을 더 중시해야 한다는 천주교 등 종교계와 일부 시민단체의 반대도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여 낙태죄 개정 입법과정은 또 다른 사회 갈등을 야기할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유동주, 송민경 (변호사) 기자 mksong@mt.co.kr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