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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7 (일)

[여행+] 숨만 쉬어도 `새하얀 행복` 듬뿍…셔터 누를때마다 인생사진 가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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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절벽을 따라 설치된 철제계단을 걷는 `클리프워크`. 하늘 위를 걷는 듯한 아찔한 체험을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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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위스는 자유죠."

알프스 설산을 병풍처럼 두른 산악 마을 그린델발트. 융프라우 여행 직전 들른 이 동네에서 묘한 할아버지 한 분이 말을 걸었다. 그의 자유는 차원이 달랐다. 1964년, 1968년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두 번 받은 국가대표 피겨스케이팅 선수. 소련 태생인 그분은 명예보다 자유를 원했단다. 1979년 스위스로 망명했고 지금은 그린델발트 주민으로 살고 있다. 하필이면 왜 이곳이었을까. 그러고 보니 유독 스위스를 안식처로 삼은 유명인이 많다. 찰리 채플린, 오드리 헵번, 프레디 머큐리는 스위스 태생은 아니지만 스위스에서 생을 마감했다. 이번 융프라우 여행에서 그 해답을 찾을 수 있을까.

◆ 열차가 출발하는 순간부터 여행

융프라우로 가는 길은 인터라켄에서 시작한다. 열차를 타고 유럽에서 두 번째로 높은 봉우리 융프라우로 향했다. 해발 3454m 융프라우역에 도착하려면 2시간이 걸린다는 설명을 들었다. 장거리 비행의 피곤함이 남아 있는 상태였다. 열차 좌석에 앉자마자 팔짱을 끼고 눈을 붙일 채비를 했다. 하지만 잠을 자는 건 불가능했다. 열차가 출발하자 숨이 턱 막힐 만큼 장엄한 설경과 봉우리들이 차창 바깥에 펼쳐졌다. 눈은 감기지 않고 더 커지기만 했다. 고백하자면 스위스 설산은 사진으로 충분히 예습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겨울왕국을 두 눈으로 마주한 순간 팔짱부터 스르르 풀렸다.

내친김에 열차 창문을 열고 세상에서 가장 깨끗한 공기를 듬뿍 마셨다. 이렇게 숨을 마음껏 들이마신 게 얼마 만인지. 미세먼지는 상상할 수 없는 이곳에선 숨 쉬기만으로도 위로받는 기분이었다. 컨디션은 자연스레 회복됐다. 2시간이 훅 지나갔고, 융프라우역에 도착했다. 구름 한 점 없는 맑은 날씨 덕분에 웅장한 융프라우가 선명하게 드러났다. 저 멀리 빙하 위를 하이킹하는 사람들이 티끌처럼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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융프라우 여행의 핵심인 열차. VIP 패스를 이용하면 기간 내내 무제한으로 철도를 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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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눈으로만 보기엔 아까운 융프라우

융프라우와 더 깊게 교감하는 방법, 액티비티다. 해발 2000m쯤 위치한 클라이네 샤이데크에 갔다. 여기엔 액티비티에 필요한 장비, 옷, 신발, 장갑을 대여해주는 렌탈숍이 있다. 스키와 눈썰매 중 하나를 체험하기로 했다. 스키 실력에 자신이 없어 눈썰매를 선택했다. 일반 눈썰매를 생각했다간 큰코다친다. 여긴 알프스다. 초급, 중급자 썰매 코스 길이만 4㎞가 넘는다. 가장 큰 문제는 속도였다. 경사가 심한 코스에서 가속도를 제어하기 어려웠다. 몇 번이나 썰매에서 튕겨져 나가 눈밭을 굴렀다. 금세 눈사람꼴이 됐다. '차라리 스키를 탈걸….' 황망한 마음으로 썰매를 질질 끌며 목적지로 걸었다. 그 와중에 일행이 발꿈치가 아니라 무릎을 굽혀 발바닥 전체로 브레이크를 밟아보라고 했다. 조언을 따르자 눈썰매 제어가 수월해졌다. 그제야 알프스 썰매의 진가를 음미하며 설원을 달렸다.

◆ 액티비티 천국 피르스트

더 짜릿한 액티비티는 피르스트에 준비돼 있다. 그린델발트에서 6인승 곤돌라를 타고 편하게 피르스트까지 올랐다. 이곳에서 즐길 수 있는 액티비티는 글라이더, 플라이어, 백점프, 마운틴카트 등이 있다.

독수리 모양 글라이더에 4명이 동시에 탑승했다. 안내요원이 안전장치 확인을 마치자 글라이더는 빠른 속도로 피르스트 정상까지 후진해 올라가 멈췄다. 공중에 대롱대롱 매달린 상태에서 몇 초의 정적이 흘렀다. '괜히 탔나' 하는 긴장이 절정에 달하는 순간 글라이더는 인정사정없이 내리막 코스로 내달린다. 시속 80㎞ 속도로 설원 위를 새처럼 활강했다. 신기하게도 하늘을 나는 순간엔 무서움보다는 짜릿한 감정이 온몸을 휘감는다. 클리프워크도 피르스트 필수 코스다. 절벽 옆구리를 따라 설치된 철제 다리를 걷는 체험이다. 다리에 발을 들이자 간담이 서늘해진다. 발아래는 까마득한 허공이다. 최대한 앞만 보며 엉거주춤 한 걸음씩 뗐다.

고생 뒤에 보상도 있다. 클리프워크 끝엔 포토존이 있는데 웅장한 설산을 배경으로 인생사진을 얻을 수 있다. 클리프워크를 빠져나오면 산악 레스토랑이다. 융프라우처럼 이곳에서도 신라면을 판다. 스위스 신라면의 명성은 이미 알고 있었다. 세계에서 가장 비싸다는 1만원짜리 컵라면. 물값, 젓가락 값까지 따로 받으니, 말 다했다. 본능에 이끌려 허겁지겁 라면 스프를 뜯었다. 찰리 채플린, 오드리 헵번, 프레디 머큐리도 스위스에 머무른 건, 이 라면 맛 때문이 아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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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위스 융프라우 여행 팁

1. VIP패스는 필수

융프라우 지역에 하루 이상 머문다면 VIP패스를 추천한다. 철도, 마을버스를 무제한 이용할 수 있다. 각종 액티비티 할인 혜택도 포함돼 있다.

융프라우, 피르스트에서 약 1만원에 판매하는 신라면을 1회 무료로 받을 수도 있다. VIP패스는 융프라우철도 한국총판 동신항운 홈페이지에서 구매할 수 있다.

2. 필수 준비물

자외선이 강하다. 선블록크림, 립밤을 틈틈이 덧발라야 한다. 또한 강한 햇빛이 흰 눈에 반사돼 눈이 부시다. 선글라스가 없다면 이 기회에 장만하자.

3. 주의사항

고산지대라 호흡이 힘들 수 있다. 의식적으로 평소보다 천천히 걸어야 한다.

*취재 협조=융프라우 한국총판 동신항운(주)

[융프라우(스위스) = 조성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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