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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05 (수)

이슈 국회와 패스트트랙

1년 뒤 총선…속도내던 선거제개편 왜 멈췄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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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선이 1년 앞으로 다가왔다. 하지만 '게임의 룰'인 선거제도는 아직까지 미정이다. 지난달 더불어민주당과 바른미래당, 민주평화당, 정의당이 '잠정 합의안'을 마련해 패스트트랙(신속처리 안건) 처리를 추진했지만 한 달 가량 논의가 멈춰 있다. 왜 지지부진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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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른미래당 김성식(왼쪽부터), 정의당 심상정 위원장, 더불어민주당 김종민, 민주평화당 천정배 간사가 17일 여야 4당 정치개혁특별위원회 회의를 하기 위해 회동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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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례 늘리는 연동형 마련

지난 달 17일 민주당과 바른미래당, 평화당, 정의당 등 여야 4당 정치개혁특별위원회(정개특위) 위원들은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을 골자로 한 선거제 개편안 잠정 합의안을 마련했다. 국회의원 정수는 300석을 유지하면서 253석인 지역구 의석을 225석으로 줄이고, 47석인 비례대표 의석은 75석으로 늘렸다.

정당 득표율에 따라 계산된 정당별 의석수에서 지역구에서 당선된 의석수를 빼고, 남은 의석수를 6개 권역으로 나눠 비례대표로 채우는 방식이다. 권역별 비례대표를 통해 지역 대표성을 보정하겠다는 것이다. 권역은 서울, 경기·인천, 충청·강원, 대구·경북, 부산·울산·경남, 호남 등이다.

여야 4당은 이 개편안을 '패스트트랙'에 올려 처리하는 것에도 합의했다. 패스트트랙 처리에는 여당이 원했던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법(공수처법)과 검경수사권 조정 법안도 포함됐다. 바른미래당, 평화당, 정의당 야3당이 원했던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을 골자로 한 선거법 개정안과 이른바 '빅딜'을 하는 것이었다. 잠정 합의안이 마련되고 패스트트랙 처리도 합의되면서 여야 4당은 각 당 의원총회에서 추인을 받는 과정으로 넘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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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달 12일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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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당 "의원 축소·비례 폐지"

자유한국당은 즉각 반발했다. 한국당은 선거법과 공수처법, 검경수사권 조정을 함께 패스트트랙으로 처리하는 것을 '3대 날치기 악법'이라고 규정했다. 특히 선거법 개정을 여야 전체 합의 없이 패스트트랙으로 처리하는 것에 반발했다. 나경원 원내대표는 "내각제에 가까운 권력 구조 개선을 위한 원포인트 개헌이 함께 추진되지 않는 한,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을 담은 선거제 개편은 사실상 의회 무력화 시도이고 의회민주주의 부정이다"라고 비판했다.

한국당도 자체 선거제 개편안을 발표했다. 하지만 이는 여야 4당이 발표한 잠정 합의안과 내용이 판이하게 다르다. 골자는 '의원정수 축소'와 '비례대표 폐지'다. 현역 국회의원 정수를 300석에서 270석으로 10% 줄이고, 비례대표제를 없애 전원 지역구 의원으로 한다는 내용이다.

여야 4당은 한국당 없이 선거법 패스트트랙 처리에 합의하긴 했지만, 선거법 논의 과정에서는 한국당이 참여하길 원했다. 하지만 한국당이 정반대 안을 발표하면서 선거제 개편 논의는 난항을 겪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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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달 20일 유승민 바른미래당 전 공동대표가 의원총회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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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른미래 내 반대목소리

이뿐만이 아니었다. 바른미래당이 의원총회 추인을 받는 과정에서 의원들의 반대에 부딪혔다. 유승민 전 공동대표를 비롯한 바른정당 출신 의원들과 이언주·김중로 의원 등은 선거제 패스트트랙 처리에 공개적으로 반대 의사를 밝혔다.

지난달 20일 의원총회에서 유 전 대표는 "선거법은 게임의 규칙에 관한 문제이기 때문에 과거 어떤 다수당이 있을 때도 끝까지 협의를 통해 (합의를) 하던 게 국회의 오랜 전통이었다"고 했다. 이언주, 김중로 의원 역시 "선거법도 100% 연동형 비례대표제가 아닌, 이상한 편법", "저는 연동형 (비례대표제) 자체를 반대한다"고 말했다. 이날 의원총회에서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하지만 4.3 보궐선거에서 저조한 성적표를 받은 이후 선거제 개편안 논의에 대한 당내 동력은 사실상 꺼진 상태다. 오히려 당의 정체성과 향후 진로에 대한 논의가 시급하다는 분위기로, 손학규 대표를 비롯한 지도부가 총사퇴해야 한다는 요구가 나오고 있다. 이런 가운데 유 전 대표는 지난 9일 "선거법을 패스트트랙에 태우는 것은 제가 (의원총회에) 가서 반드시 막겠다"고 다시 언급했다.

게다가 민주당과 평화당 일각에서도 지역구 의석을 줄이는 잠정 합의안에 대해 부정적인 목소리들가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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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달 20일 김관영 바른미래당 원내대표가 의원총회 결과 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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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수처 이견 노출

패스트트랙으로 함께 처리하기로 한 공수처법과 검경수사권 조정 법안도 여야가 세부 사항을 두고 이견을 보이고 있다. 바른미래당은 '기소권 없는 공수처'와 함께 '인사추천위 구성을 통한 독립성 확보'를 주장하고 있다. 김관영 원내대표는 "우리 안이 관철되지 않으면 패스트트랙을 진행하지 않겠다"고까지 말했다.

이에 대해 여당은 반대 입장이다. 여당은 '기본적으로는 공수처가 기소권과 수사권 둘 다 가져야 한다'는 입장이다. 여기에 공수처장 인사추천위원회 7인의 구성 방식을 두고도 두 당의 의견 차를 보이고 있다. 바른미래당은 인사위에서 국회 추천 몫 4명 중 3명을 야당이 임명하자고 주장하는 반면, 여당은 국회의장과 교섭단체가 합의해 4명을 임명하자고 맞서고 있다.

여기에 검경수사권 조정 법안을 두고도 국회 사법개혁특별위원회(사개특위)에서 여야 간사들 간 이견이 계속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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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일 여야 교섭단체 3당 원내대표가 회동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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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야 ‘이미선' 대치

선거제 개편안 논의가 지지부진해지자 심상정 정개특위 위원장은 지난 9일 기자간담회를 열고 "선거제도 개혁을 위한 여야 4당의 노력이 좌초 위기에 봉착했다"며 "적어도 다음 주 중에는 패스트트랙 일정이 가시화돼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15일 여야 교섭단체 3당 원내대표들이 모여 4월 임시국회 의사일정을 논의했지만, 합의에 실패했다. 이미선 헌법재판관 후보자의 인사청문 경과보고서 채택 여부를 둘러싼 여야 갈등이 계속된 탓에 의사일정조차도 합의하지 못한 것이다. 이에 따라 선거제 개편 논의 자체가 어려울 전망이다.

또, 선거제 개편이 의원들의 생존이 걸린 '게임의 룰'인 만큼 관례에 따라 여야가 모두 합의 처리해왔기 때문에 지금 상태로는 논의가 쉽지 않을 거란 주장도 나온다. 한 국회의원은 "지역구 축소만 해도 지금은 의원들이 조용히 있지만, 막상 수정안 표결 때가 되면 아무리 여당 의원일지라도 자신의 지역구가 줄어드는 의원들은 절대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라며 "그만큼 선거법 개편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형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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