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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9 (목)

“계엄의 대가, 온 국민이 할부로 치를 것”…정치가 낳은 ‘코리아 디스카운트’ [이은아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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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주의 회복력 보여줬지만
계엄 이후 치러야 할 대가 커
정치 양극화 해법 못 찾으면
韓증시 저평가 심화 불가피


매일경제

CNBC에서 다룬 윤 대통령 계엄 선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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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이후 국회의 계엄 해제 의결까지는 2시간 30분이면 충분했다. 윤 대통령의 계엄해제 발표까지도 3시간 30분이 더 필요했을 뿐이다. 계엄 선포 11일 만에 국회는 대통령 탄핵소추안 가결까지 마무리 지었다.

많은 이들이 한국 민주주의의 회복력을 말한다. 신속한 계엄 해제와 탄핵소추는 민주주의 작동과정과 제도적 회복력을 보여줬다. 정치 지도자에게 책임을 묻는 시민의 힘도 확인됐다. 그렇다고 치러야 할 대가가 없는 것은 아니다. 특히 경제적 대가는 크다.

충격에 휩싸인 증시는 계엄령 이전 수준을 회복하지 못했고, 원화값도 떨어졌다. 기업은 물론 국가신인도 추락까지 걱정해야 하는 처지가 되면서 고질적 문제였던 코리아 디스카운트는 심화했다. “윤 대통령이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주장하는 투자자들이 옳다는 것을 증명했다”는 평가(포브스)도 나왔다.

한국 상장기업의 주가가 유사한 외국 기업에 비해 낮게 형성되는 현상인 코리아 디스카운트는 우리 주식시장의 허약성을 상징하는 표현이다. 취약한 기업지배구조, 미흡한 주주환원, 낮은 기관투자자 비중 등이 원인으로 꼽히는데 지정학적 위험과 정치 불안도 한국 증시 투자를 망설이게 하는 요인이었다.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해소하겠다며 정부는 밸류업 정책을 추진했지만 약발은 오래가지 못했다. 글로벌 인공지능(AI) 기술 경쟁에서 밀리고, 내수 침체 마저 장기화하면서 기업 실적에 대한 우려도 커졌다.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이후 높아질 관세장벽으로 수출에도 적신호가 켜졌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한국 증시는 글로벌 왕따 신세였다. 올들어 지난 17일까지 미국 나스닥 지수가 33% 오르는 동안 코스피는 7.4% 하락했다. 전쟁 중인 이스라엘 TA-125지수도 같은 기간 20% 넘게 올랐는데 말이다.

이미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경계해온 투자자들에게 이번 계엄 사태는 한국 정치의 불확실성을 부각하고, 증시 신뢰를 저하하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가뜩이나 경제 여건이 좋지 않은데 굳이 정치적 불확실성이 큰 곳에 투자하고 싶을 리 없기 때문이다.

더 큰 문제는 45년 만의 계엄이 촉발한 정치적 갈등을 치유할 뾰족한 해법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탄핵 정국 이전부터 상대방을 악마화하고, 사사건건 발목을 잡는 정치적 대립은 한국 정치의 고질병이었다. 상대편은 ‘그냥 싫다’는 반감이 커지면서 정책 토론이나 협의는 사라지고, 반대를 위한 반대와 음모론만 넘쳐났다. 월스트리트저널이 “미국보다 더 강한 정당 간 갈등을 겪는 나라는 한국이 유일하다”고 지적했을 정도다. 여론조사기관 퓨리서치센터 조사를 인용한 것인데, 2022년 조사에서 한국 성인 10명 중 9명은 서로 다른 정당을 지지하다는 사람들 사이에 강한 갈등이 있다고 응답해, 조사 대상 19개국 중 정치적 갈등이 가장 심한 나라로 꼽혔다. 윤 대통령이 끝까지 싸우겠다고 선언한 만큼 정치 양극화는 심화할 가능성이 크다. 이념적, 지역적 대립 격화는 경제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 정부 정책은 표류하고, 정책의 연속성도 기대하기 어렵다. 기업은 투자를 주저하고, 외국인들은 한국 시장을 부정적으로 인식하게 된다.

한국은 가난한 나라에서 부유한 나라로, 독재국가에서 민주주의 국가로 거듭난 모범사례였다. 하지만 이번 계엄 사태는 민주주의의 완성이 얼마나 어려운지, 정치가 어떻게 경제를 흔드는지 명확히 보여줬다. 계엄 직후 출렁였던 금융시장은 한 차례의 스트레스 테스트를 견뎌냈지만, 극단적 정치대립은 두고두고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요인이 될 것이다. 포브스 지적 대로 그 대가를 온 국민이 할부로 치르게 될까 걱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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