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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3 (목)

[장태민의 채권포커스] 한은 금통위의 정치·정책적 고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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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금융신문

자료=2월 28일 열렸던 금통위의 통방문



[한국금융신문 장태민 기자] 금융시장이 오는 18일 금통위의 기준금리 동결을 당연시하고 있는 가운데 한은의 '정책, 그리고 정치적 선택' 관점에서 상황을 관전하려는 모습들도 엿보인다.

특히 최근 KDI나 기재부가 '경제동향'을 통해 경기에 대한 평가를 낮췄기 때문에 한은이 여전히 매파적인 입장을 유지할 수 있을지 관심이 많다.

무엇보다 정부가 추경안을 만들어 다음 달 국회 통과를 목표로 해야 하는 상황임을 감안할 때 한은이 '정책 공조' 차원에서 어떤 입장 변화를 보일지 주목하는 시선들도 보인다.

■ 정책·정치적 고려 때문에...한은은 변하지 않는다.

금융시장은 한은의 금리인하 가능성과 관련해 '재정정책이 우선'이라고 인식하고 있다.

올해 들어 이주열 총재가 여러 차례 '금리인하를 논할 때가 아니다'라는 입장을 명확하게 전달하면서 투자자들도 추경 등 재정정책 우선에 보다 무게를 둔다.

이런 상황에서 섣불리(?) 성장률 전망 등을 낮춘다면 시장에 통화완화 기대감을 줄 수 있어 일단 최대한 지금의 스탠스를 끌고 갈 수밖에 없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증권사의 한 딜러는 "아직 한은이 스탠스에 변화를 줄 때가 아니다"라며 "추경을 하면 2.6% 성장이 가능하다는 정도의 태도를 보이면서 최대한 지금의 입장을 유지하려고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한은 성향 자체도 금리 인하에 부정적인 상황에서 정부가 부동산 투기 근절을 목표로 하고 있어서 향후에도 한은이 능동적으로 금리를 내리기는 생각보다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은이 강하게 '재정정책 우선'이라는 자신들의 입장을 피력해 놓은 상황이기 때문에 성장률 전망치를 하향 조정하는 것 조차 힘든 환경 아닌가 하는 추론도 적지 않다.

다른 증권사 관계자는 "한은이 경기를 좋게 본다기 보다는 전략적인 필요성에 의해 성장률 전망을 유지할 것"이라고 관측했다.

그는 "한은이 성장률 전망을 내리고 통방문 등에 변화를 보인다면, 시장 분위기는 한순간에 쏠릴 수 있다"면서 "따라서 이번 통화정책 회의에서도 변화를 자제하면서 지켜보자는 입장을 보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 정책·정치적 고려 때문에...한은은 변화를 택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반대 쪽에선 정치·정책적 고려 때문에 한은이 스탠스에 변화를 줄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기도 한다.

이번주 들어 국고3년 금리가 기준금리를 살짝 웃돌고 있는 가운데 한은이 정부의 정책을 뒷받침하는 차원에서 경기 판단을 낮출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추경안 제출을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경기 상황이 안 좋다는 점을 어필해야 추경안의 국회 통과가 힘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수년간 경기 비관론을 기반으로 금리 정상화에 부정적인 인식을 보였던 KDI가 경기 판단을 더 낮춘 것과 별도로 기재부도 최근 그린북을 통해 경기에 대한 우려를 강화했다.

기재부는 지난주 나온 4월 그린북을 통해 "불확실 요인이 상존하는 가운데 대외여건 악화에 따른 하방리스크가 확대되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설 연휴를 배제한 1~2월 평균적인 통향을 볼 때 서비스업 생산은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으나 광공업생산, 설비투자, 수출 등 실물지표 흐름이 부진한 모습이라고 판단했다.

그런 뒤 추경안을 신속히 마련하고 주요 대책 과제들을 속도감 있게 추전하는 하는 게 중요하다는 입장을 전했다.

이런 상황에서 이주열 총재가 경기에 대해 마냥 긍정적인 스탠스만 취하기는 어려울 것이란 진단도 보인다.

은행의 한 딜러는 "일단 한은이 금리를 동결하고 총재도 이전과 똑같이 말하더라도 국고3년이 1.80% 위로 가지는 못할 것으로 본다"면서 "금리 상승에도 한계가 있는 상황이며, 금통위를 계기로 다시 채권시장이 강세로 돌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고 밝혔다.

그는 "정부가 경기판단을 낮춘 것은 추경을 고려했기 때문"이라며 "추경안이 5월 국회를 통과하기 위해선 객관적인 경기판단 근거인 한은의 시각도 바뀌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 딜러는 한은이 경기 판단을 낮추지 않으면 야당의 추경 반대가 극심해질 것으로 내다봤다. 현실적으로 추경을 배제한다면 성장률이 내려갈 수 밖에 없는 환경이어서 한은도 좀 스탠스를 누그러뜨릴 수밖에 없다고 평가했다.

그는 "한은이 금리 인하를 직접 말하지는 않겠지만, 전반적으로 톤이 좀 도비시하게 바뀔 것"이라며 "지금은 한은이 경기가 좋다면서 아무 것도 안 하겠다고 하기는 힘든 분위기다. 한은이 성장률도 약간 낮출 수밖에 없는 상황이며, 경기 낙관론만 말하기 곤란한 상황"이라고 풀이했다.

기재부, KDI 등이 성장에 대한 우려를 강화한 가운데 '정부와 경기를 보는 시각에 큰 차이 없다'는 입장을 강조해 온 한은 역시 이에 보조를 맞출 것이란 기대감이다.

한은은 최근까지 '완화 정도의 조정'이라는 틀을 가지고 통화정책을 운용하고 있다. 즉 아직 금리 인상기라는 틀은 유지하고 있는 것이다. 정부와 국책연구기관의 경기관이 한 단계 나빠진 가운데 한은이 얼마나 태도를 바꿀 수 있을지 주목을 받고 있다.

보험권의 한 운용역은 "커브가 눕고 스프레드가 너무 줄어들어 뭘 하기 힘든 상황"이라며 "현재 시장에 향후 금리인상에 대한 기대는 없어졌다. 금통위의 이주열 총재 코멘트에 많은 게 달려 있는 상황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편 정부는 조만간 6조원대 규모의 추경안을 확정할 것으로 예상된다. 추경은 2015년부터 매년 편성되고 있다. 문재인 정부는 2017년 대통령 당선 직후 일자리 창출을 위한 11조 원 규모의 추경을 편성한 뒤 지난해엔 청년고용과 구조조정에 따른 위기 지역 지원을 위한 3.8조원 규모의 추경을 편성한 바 있다.

장태민 기자 chang@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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