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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9 (목)

이슈 아시아나항공 매각과 인수

금호아시아나그룹 경영권 승계 비상…박세창 사장 거취 주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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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비즈

박세창 아시아나IDT 사장./조선일보DB




금호아시아나그룹이 핵심 계열사 아시아나항공을 매각하기로 하면서 그룹 경영권 승계에도 ‘적신호’가 켜졌다. 채권단이 박삼구 전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과 박세창 아시아나IDT 사장(박삼구 전 회장의 장남) 등 총수 일가가 아시아나항공 경영에서 완전히 손을 뗄 것을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은 자산의 60%를 차지하던 아시아나항공 매각으로 재계 25위에서 60위권 밖으로 밀려 날 전망이다. 결국 승계가 이뤄지더라도 일부 기업에 그칠 뿐 아니라 오너 일가의 영향력은 상당히 축소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16일 재계에 따르면 금호산업은 아시아나항공 지분 33.47%과 함께 아시아나항공의 자회사 에어부산, 에어서울 등 항공 계열사도 통째로 매각하기로 했다. 아시아나IDT(정보통신 서비스), 아시아나에어포트(지상 조업), 아시아나세이버(항공 예약 서비스) 등 항공업과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아시아나항공 자회사들도 패키지로 묶일 가능성이 높다.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은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자회사는 아시아나항공과 시너지를 위해 만든 것인 만큼 가능하면 일괄 매각을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아시아나IDT가 아시아나항공과 함께 매각될 경우 박세창 사장은 아시아나IDT 대표이사직을 내려놓을 것으로 보인다. 박 사장은 지난해 ‘기내식 대란’ 이후 그룹 전략경영실 사장에서 아시아나IDT 사장으로 자리를 옮겨 아시아나IDT의 기업공개(IPO)를 주도했다. 아시아나IDT는 지난해 11월 한국거래소 유가증권시장에 상장했다.

박 사장은 아시아나IDT 사장 외에 그룹 내 계열사에 직책을 맡고 있지 않기 때문에 아시아나IDT마저 팔리면 아무런 직책을 갖지 않게 된다. 금호아시아나그룹 지배구조 정점에 있는 금호고속 지분 21%를 보유하고 있지만, 아시아나항공이 그룹에서 떨어져 나간 뒤 지분 가치가 얼마나 영향력을 가질지는 알 수 없다. 금호아시아나그룹 지배구조는 ‘금호고속→금호산업→아시아나항공→아시아나IDT 등 계열사’로 구성돼 있다. 박 전 회장과 박 사장은 금호고속을 통해 그룹을 지배하고 있었다.

당초 재계에서는 박 사장이 아시아나IDT 상장으로 경영 능력을 입증한 뒤 아시아나항공으로 자리를 옮겨 본격적인 승계 준비에 나설 것으로 봤다. 박 사장은 2002년 아시아나항공으로 입사한 뒤 금호타이어와 그룹 전략경영본부 등에서 근무하면서 경영 수업을 받는데 주력해왔다. 하지만 아시아나항공 매각으로 향후 행보가 불확실한 상황이다.

산은 등 채권단은 금호타이어 회생 과정 등에서 박 전 회장에 대한 신뢰를 잃어 오너 일가의 경영 참여에 부정적인 입장이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지난 11일 금호아시아나그룹이 첫번째 경영정상화 자구계획을 제출한 후 "박 전 회장이 물러나면 아들이 경영을 한다는데 아들은 뭐가 다른지 이런 것도 감안해서 봐야 한다"고 말했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이 채권단에 제출한 자구안에는 박 전 회장과 박 사장이 보유하고 있는 금호고속 지분 42.7%도 담보로 제공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해당 지분은 채권단이 2015년 금호타이어를 지원할 때 담보로 잡은 지분인데, 해지되면 다시 담보로 제공된다.

아시아나항공과 자회사가 매각되면 금호아시아나그룹에 남은 계열사는 금호고속, 금호산업, 금호리조트 일부에 불과할 전망이다. 지난해 세 회사의 영업이익은 다 합쳐도 800억원 수준이다.

조지원 기자(jiwon@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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