잿더미 속 극적으로 발견된 청동수탉조상
파이프오르간·가시면류관·장미창 피해없어
시청사 임시 보관…루브르박물관 이동 예정

프랑스 파리 노트르담 대성당의 첨탑 끝을 장식했던 ‘청동 수탉 조상’이 화재 폐기물 더미에서 기적적으로 발견됐다. 지붕과 첨탑은 붕괴됐지만 성당 안에 있었던 역사적 유물들은 대부분 화재 발생 초기에 밖으로 옮겨져 훼손되지 않았다. 유물들은 루브르 박물관으로 옮겨져 안전하게 보관될 예정이다.

프랑스건축연맹 자크 샤뉘 회장이 2019년 4월 16일 자신의 소셜미디어(SNS)에 노트르담 대성당의 첨탑 끝을 장식했던 청동 수탉 조상을 회수했음을 알리고 조상을 들고 찍은 사진을 올렸다. /트위터

16일(현지 시각) 프랑스 일간 르 피가로에 따르면 성당 지붕 위 첨탑 상단에 설치돼 90m 높이에서 파리 시내를 내려다보고 있던 청동 수탉 조상이 화재 진압 후 잿더미를 뒤지던 프랑스건축연맹 자크 샤뉘 회장에 의해 안전하게 회수됐다.

당초 이 조상은 화재가 발생한 지점 중심에 있던 첨탑이 소실돼 무너지면서 완전히 사라진 것으로 추정됐다. 샤뉘 회장은 그러나 이날 조각상 사진을 찍어 자신의 소셜미디어(SNS)에 올리면서 "믿을 수 없다"면서 "닭 조상이 추락으로 인한 충격을 받았음에도 멀쩡하다는 것은 프랑스 장인들의 역량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밖에 그리스도 가시면류관(Crown of Thorns)과 13세기 프랑스 왕 루이 9세(세인트 루이)가 착용한 ‘튜닉’(고대 그리스나 로마인들이 입던 옷)도 무사히 다른 곳으로 옮겨졌다. 그리스도의 가시면류관은 가치를 돈으로 환산할 수 없을 정도로 귀중한 보물이다. 황금으로 만들어진 나무 가지를 원형의 다발에 엮은 것으로, 그리스도 희생의 상징이기도 하다.

기록에 따르면 예루살렘의 시온 산에 있었던 가시면류관은 6세기 콘스탄티노폴리스로 옮겨진 것으로 보인다. 1238년 베네치아의 상인 손에 저당물로 들어갔다가, 프랑스 왕 루이 9세가 사와서 파리로 가져왔다. 프랑스 혁명 동안에는 프랑스 국립 도서관에 보관됐다가 1806년 이후 노트르담 성당 안 금고로 옮겨졌다.

노트르담 성당의 보물 중 하나인 마스터 오르간도 손상 없이 구출됐다. 15세기에 제작된 노트르담 성당의 마스터 오르간은 파이프 8000개로 만들어져 엄청난 규모를 자랑한다.

안 이달고 파리 시장이 2019년 4월 16일 자신의 트위터에 노트르담 성당 내부의 보물들이 안전한 곳으로 옮겨졌다며 사진을 찍어 올렸다. /트위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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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이달고 파리 시장도 16일 자신의 트위터에 성당 내부 보물들을 찍은 사진과 함께 "경찰과 시 정부 요원들 덕분에 가시면류관과 세인트 루이의 튜닉, 그리고 여러 주요 작품들은 이제 안전한 곳에 있다"고 올렸다. 화재 발생 직후 성당 밖으로 옮겨진 유물과 미술품 상당 수는 우선 파리 시청으로 옮겨졌으나, 다시 루브르 박물관으로 이동할 예정이다.

성당 내부의 스테인드글라스 ‘장미창(Rose Window)’은 한때 훼손됐다는 증언이 있었으나, 프랭크 레이스터 문화부 장관은 "훼손 흔적이 없어 보인다"고 말했다. 관광객들이 사진을 가장 많이 찍는 ‘성인들의 석조상’은 피해가 없었고, 두 석조 종탑과 내부 종도 그을리기만 했다. 프랑스 전국 도로의 측정 기준점이 되는 ‘광장 바닥의 표석(point zero)’도 무사했다.

하지만 예수가 못 박혔던 ‘십자가(True Cross)’ 파편과 ‘못(Holy Nail)’은 피해 여부가 확인되지 않고 있다. 또 대성당 중심 제단의 예수상, 성모가 예수를 끌어안고 슬퍼하는 14세기 피에타상을 비롯한 37개의 성모 마리아 작품 등은 일부가 그을리는 등의 부분적인 피해를 봤을 것이라는 추정이 나온다.

[전효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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