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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7 (일)

쫄깃함이 즐거운 여행-소금산 출렁다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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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식 명칭이지만, ‘출렁’은 다소 과장된 표현이다. 이런 다리가 전국에 꽤 많고 인기도 좋다. 경험이 있는 분들은 잘 알겠지만 사실 출렁다리는 이름처럼 출렁대지는 않는다. 날씨나 환경, 또는 개인에 따라 느낌이 다르겠지만, 평균적으로 조금 흔들거리는 정도이다. 소금산은 인기 여행지이자 야영 캠프인 간현관광지와 이어지는, 야트막한, 그러나 깎아지르는 예쁜 산이다. 출렁다리 하나 걷겠다고 가기엔 보고 느낄 것들이 너무도 많은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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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금산 삼산천을 조망하며 걷다

소금산은 해발 350m, 근처를 흐르는 섬강 어귀에서 보면 수직으로 떨어지는 절벽이 무섭기보다 어여쁘게 보이는 산이다. 산이 비교적 낮은 것도 이유겠지만, 소금산 주변을 흐르는 삼산천과의 어우러짐 때문이다. 역시 기암괴석 아래엔 물이 흘러야 제 맛이다. 소금산 출렁다리는 소금산 탐방로와 연결되는 계곡 위에 있다. 소금산 출렁다리를 걸으려면 일단 간현관광지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매표소까지 10분쯤 걸어가야 한다. 초입에 무인 매표소 부스가 있지만 아직 관광객이 몰리는 시즌이 아니라 그런지 문은 닫혀 있었다. 섬강을 가로지르는 간현교를 건너자 유인 매표소가 나온다. 후덕한 인상의 매표 직원이 2인 입장료 6000원을 받더니 원주사랑상품권 4000원(1인당 2000원)을 준다. 원주에서만 사용할 수 있는 일종의 마중물이다. 실제로 우리는 돌아가는 길에 간현관광단지 특산물인 브레드밸리의 ‘황금소보로’를 사 먹느라 상품권에 몇천 원을 더 지출했다. 지방 정부에서 돈을 투자해 관광지를 활성화 시키고 입장료 수입의 일부를 돌려주는 것이다. 원주시 소금산 출렁다리의 경우 입장료 3000원을 받아 원주시 지역 상인에게 2000원을 되돌려 주는 셈이다. 내가 그렇게 했듯, 되돌려 받는 상품권은 원주시 어떤 상점이나 식당에서 현금 대신 사용할 수 있으니, 여행자와 상인은 물론, 지역에도 좋은 선순환 구조인 것이다.

입장권을 사면 손목 밴드를 주는데, 그것을 꼭 손목에 고정해야 한다. 출렁다리를 오갈 때 밴드에 입력되어 있는 바코드를 대야 문이 열리기 때문이다. 간현철교를 건너 잠깐 걸어가자 소금산 출렁다리 입구가 나온다. 이 계단은 소금산 출렁다리를 지나 소금산 정상까지 이어지는 길목이다. 방부목으로 설치한 계단은 모두 578개. 여기를 다 올라가면 건강 수명이 38분30초 늘어난다고 한다. 큰 무리 없이 계단 끝까지 오르자 지하철 개찰구처럼 생긴 무인 출입문이 등장한다. 밴드를 대고 통과해서 들어가보니 오른쪽으로 길고 아찔한 소금산 출렁다리가 한눈에 들어온다. 다른 여행지에 가면 거들떠도 보지 않는 시설 제원표에 나도 모르게 눈길이 간다. ‘다리의 길이는 200m, 주케이블 소재는 아연….’ 사실 이런 내용보다도 피부에 와닿는 내용은 이런 것들이다. ‘주케이블이 끊어지려면 1280톤의 무게가 작용해야 한다. 건설현장에서 볼 수 있는 25톤짜리 덤프트럭 50대를 이 다리에 매달 수 있는 힘을 갖고 있다는 말이다. 통행 하중으로 계산해 보면, 소금산 출렁다리는 체중 70kg의 성인 1280명이 동시에 지나갈 수 있도록 설계되었다.’ 높은 곳, 그것도 계곡을 가로지르는 시설물이라 바람도 좀 걱정이 되었다. 설계 풍속은 34m/s, 즉 초속 34m의 강풍을 기준으로 한 것이다. 규모 5.5의 내진 설계도 적용되었다. 5.5 규모의 지진은 500년 주기로 발생할 수 있는 지진이다. ‘출렁다리 제원’을 읽어보고 다시 출렁다리를 올려다 보았다. 다리 위에는 10여 명의 관광객이 오가고 있었다. 제원을 읽고 나니 무척 안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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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렁다리는 이름처럼 출렁대지는 않았다. 단지 조금 꿀렁거릴 뿐이었다. 저 앞에 한 가족이 다가오고 있었다. 맨 앞에 딸, 그 뒤에 동생으로 보이는 아들, 그리고 그 뒤로 아버지 순으로 걷고 있었다. 맨 앞의 딸이 다리의 흔들림에 몸을 맞춰 흔드는 것 같은 동작을 하고 있다. 동생은 반응이 없고, 아버지는 딸에게 “그러지 마! 위험해!”라고 외치자 딸이 대꾸한다. “아빠가 무서워서 그러는 건 아니고?” “맞아, 엉엉엉” 출렁다리는 누구에겐 재미있고 누구에겐 무섭게 느껴진다. 아빠가 좀더 무서웠던 것은 시야가 난간 위, 그러니까 까마득한 지상의 풍경이 저 아래로 보이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그렇다고 바닥을 보고 걷기에도 어려운 이유가 출렁다리 바닥은 엠플 스타일로 작은 구멍들이 숭숭 나 있다. 아마도 바람의 길이 아닐까 싶다. 아무튼 그 구멍들 아래도 아찔한 아래 세상이 보이니 누구나 조금은 어질어질해 질 수 있다. 그래서 출렁다리를 걷는 사람들의 시야는 다리 끝의 먼 곳, 또는 소금산 정상에 눈을 둔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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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렁다리를 다 건너면 사진을 찍을만한 조촐한 공간이 있고, 소금산 정상으로 이어지는 게이트가 또 나온다. 이곳에서도 손목 밴드를 대고 올라가야 한다. 출입자의 인원을 헤아리는 일종의 안전 장치로 보인다. 주말이나 성수기 때 이 출입문은 소금산 출렁다리 출구 역할을 한다. 관광객들이 몰려드는 시간에는 출렁다리는 일방통행으로 운영되기 때문이다. 왕복으로 운영할 경우 그 혼잡을 조종할 재간이 없을 것, 해서 출구로 나가 등산로를 걸어 내려가도록 한 것이다. 탐방로 경사는 완만하고 야자 매트가 깔려있어서 쿠션을 느끼며 걸을 수 있다. 혼잡을 피하거나 탐방로를 걷기 싫다면 비수기 또는 주중에 가는 게 최고다. 출렁다리를 되돌아 입구 쪽으로 오니 또 한 곳의 포토존이 등장한다. 나도 그랬고, 이곳에서 사진을 찍는 사람 대부분도 모두 이런 감탄사를 터트렸다. “아이고, 여기가 출렁다리보다 훨 무섭다~” 실제로 그렇다. 출렁다리는 케이블, 난간 등 마음을 편하게 해 주는 장치가 되어 있어 두려움이 일어날 틈이 거의 없다. 포토존은 발코니 구조인데, 통철골로 되어 있어서 바닥 쪽에 기둥도 없다. 보이는 안전 장치가 없으니 심리적으로 다소 무서워질 수 있다. 게다가 발코니는 절벽 밖으로 나가있기 때문에 아찔함을 감추긴 어렵다. 모두들, 나 역시 안 무서운 척 하며 사진을 찍었지만, 어서 이곳을 벗어나고 싶은 마음까지 굳이 감추고 싶진 않았다. “빨리 찍어!!”

▷Info 소금산 출렁다리

위치 (주차장) 강원도 원주시 지정면 소금산길 14 시간 (하절기) 09:00~18:00 *입장 마감 16:00 입장료 3000원, 원주 시민 1000원(3000원 입장객에게 2000원권 원주상품권 증정)

▶간현관광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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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금산 출렁다리 위에서 내려다 보이는 간현관광지의 모습은 참으로 평화로웠다. 구비구비 흐르는 삼산천, 깎아지르는 절벽, 당장 건너고 싶은 돌다리, 잘 정돈되어 있는 캠핑장, 번잡스럽지 않은 상가와 숙박 시설들의 모습에서 여유로운 소풍의 한 장면이 떠올랐다. 간현관광지는 섬강과 삼산천이 합쳐지는 지역 전체를 아우르는 곳이다. 강과 산과 백사장과 소소한 문화 공간들이 적당히 섞여 있어서 조용한 휴식은 물론 한가로운 산책도 즐길 수 있다. 물론 소금산 출렁다리를 통하지 않고 소금산 등산도 할 수 있다.

특히 섬강의 아름다움은 바라보는 사람의 생각마저 정지시킬 만큼 고요하고 깊고 유유하다. 송강 정철의 ‘관동별곡’도 사실은 이곳 섬강에서 시작되었다고 할 수 있다. 그는 선조 14년 1580년에 강원도 관찰사로 명을 받고 당시 강원도 감영(지금의 도청) 소재지였던 원주로 향했다. 그가 경기도 여주를 지나 처음 만난 강이 바로 섬강이다. 그는 섬강의 아름다움을 이렇게 노래했다.

‘평구역(양주) 말을 가라(갈아타고) 흑슈(여주)로 도라드니(돌아드니) 섬강이 어듸메오(어디인가) 티악(치악산)이 여긔로다(여기로다) 쇼양강(소양강) 나린(흘러내린) 물이 어드러로(어디로) 든단 말고(흘러 간단 말인가)’

섬강의 이름을 누가 명명했는지 모르겠으나 그 섬 자가 ‘달 섬蟾’인 것을 보면 달빛 아래 빛나는 섬강의 모습이 얼마나 황홀한지 추측할 수 있다. 또한 달 빛에 비치는 섬강이 유난히 아름다운 이유 가운데 유유히 흐르는 섬강을 묵묵히 내려다 보고 있는 소금산의 기암괴석 또한 큰 역할을 하는 게 아닐까? 세상에 혼자 빛나는 것은 없을 터!

간현은 이처럼 섬강, 삼산천, 소금산, 소나무, 그리고 달빛 등 정서적 정체성을 생각해 볼 때 왁지지껄 시끄럽게 떠들면 놀기보다는 산책하고 사색하고 소소한 대화와 함께 지내기에 적당한 곳인 것이다.

▶원주레일파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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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현관광지 주차장 가는 길에 간현역에 들렸다. 청량리역에서 출발하는 중앙선(경의중앙선 말고) 열차의 강원도 구간 첫 번째 역이다. 1940년 일제 강점기 때 문을 연 뒤 70여 년 동안 운영되다 중앙선 철도 일부 구간이 새로 건설되면서 간현역을 피해가게 되자 그 본래의 기능을 내려놓았다. 원주레일파크는 바로 이곳 간현역에서 판대역을 오가는 노선이다. 그런데 이곳은 여느 레일바이크와 조금 다른 운행 방식을 갖고 있다. 일반 레일바이크가 출발역에서 레일바이크를 타고 목적지까지 간 뒤 버스 등 다른 서비스 교통 수단을 이용해 출발 지점으로 되돌아온다면, 이곳은 간현역에서 ‘풍경열차’를 타고 판대역까지 가서, 판대역에서 레일바이크를 타고 간현역으로 가는 방식이다. 간현역에서 판대역으로 향하는 풍경열차는 개방형으로,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섬강과 소금산 풍경을 구경하고 사진도 찍을 수 있도록 디자인되었다. 판대역에서 간현역으로 향하는 레일바이크 노선은 그 옛날 송강 정철이 여주를 지나 원주 지역으로 진입하며 걸었던 방향과 얼추 일치하고 있다. 소금산 자락이 그렇고, 삼산천, 섬강의 풍경 또한 그렇다. 레일바이크나 풍경열차에서 볼 수 있는 최고의 절경은 역시 섬강철교 위에서 바라보는 섬강과 소금산 풍경. 유유히 흐르는 섬강과 소금산 형제바위의 모습에서 원주의 자연과 아주 오래된 문명의 색바랜 풍경을 즐길 수 있다. 구간에서 만나는 여섯 곳의 터널도 인상적이다. 터널마다 특별한 주제를 설정, 어떤 터널은 레이저 조명과 신나는 음악이 나오고, 어떤 터널은 ‘대놓고 사랑고백’을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놓았다. ‘고함터널’은 배에 힘을 꽉 주고 있는 대로 소리를 지르며 마음에 쌓인 세상의 때를 날려버릴 수 있다.

▷Info 원주레일파크

-이용료 2인승 3만8000원, 4인승 4만8000원 / 운행 시기 3~11월 중순

-운행 소요 시간 풍경 열차 약 20분+레일바이크 약 40분 (왕복 총 소요 시간 약 1시간40분) 출발 시각 (성수기) 09:30 – 11:10 – 12:50 – 14:30 – 16:00 – 17:50(이 시간은 탄력 운행) / (비수기) 10:00 – 11:30 – 13:00 – 14:30 – 16:00 *예약 및 자세한 정보는 원주레일파크 공식 홈페이지에서 확인 가능

전국 출렁다리 - 구름다리 여행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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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악산 출렁다리(사진 파주시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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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파주 감악산 구름다리 2016년에 생긴 길이 150m의 등산용 다리. 해발 675m의 감악산은 정상에 오르면 임진강과 개성 송악산이 눈이 잡히고, 장군봉 아래에는 임꺽정이 관군을 피해 잠시 숨어살았다는 말이 전해지는 동굴도 있다. ‘감색 바위산’이라는 뜻의 감악산은 사계절 등산객들이 찾는 인기산인데, 구름다리가 생긴 이후 더욱 많은 사람들이 즐겨 찾는 명소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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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장호수 흔들다리 (사진 파주시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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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파주 마장호수 흔들다리 마장호수는 파주시 광탄면 일대에 위치한 파주의 대표적인 휴양 구역에 있다. 주변에 국립아세안자연휴양림, 기산골캠핑장, 허브테마공원, 기산미술관 등 여행 시설들도 많다. 마장호수는 일종의 산정호수로, 하늘과 호수와 산세가 잘 어울리는 명소다. 마장호수 흔들다리는 호수 산책로 근처와 전망대를 연결하고 있다. 길이 220m로 국내 최장이다.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개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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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천산 현수교 (사진 순천군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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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순창 강천산 구름다리 ‘용이 꼬리를 치며 승천하는 모습을 연상케 한다’고 해서 용천산으로 불리기도 하는 강천산은 깊은 계곡과 기암괴석이 어우러지는 ‘호남의 소금강’이다. 봄에는 진달래, 개나리, 벚꽃이, 여름에는 시원한 폭포와 계곡이 마음을 씻어주는 곳이다. 강천산 구름다리는 고도 50m, 길이 75m의 구름다리이다. 모든 산악 다리가 그렇듯, 이곳 역시 다리 위에서 내려다 보이는 산세가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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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봉화 청량산 하늘다리 해발 870m, 12개의 암봉이 치솟아 있는 명산이다. 해발 826m 선학봉과 806m 자란봉 사이를 연결하는 다리다. 물론 다리 아래 풍경이 수직 800여 m는 아니다. 하지만 넓게 펼쳐지는 산자락과 까마득한 지상을 보노라면 심장이 쫄깃해짐을 피할 도리는 없다. 길이는 90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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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화순 백아산 하늘다리 우리나라에서 지명으로 은유되는 일이 거의 없는 ‘거위’의 모습을 이름으로 본 딴 백아산. ‘멀리서 보이는 백색 바위들이 마치 거위들이 모여 있는 모습 같다’ 해서 흰거위산, 백아산이 되었다. 하늘다리는 백아산 756m 지점의 봉우리와 절터를 연결하는 길이 66m의 다리다. 다리 한 가운데에 강화유리 조망창이 있어서 아찔한 지상 세계를 내려다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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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출산국립공원 구름다리(사진 StormDaebak by 위키미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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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암 월출산 구름다리 월출산은 영암평야에 우뚝 솟아오른, 그래서 더욱 거대하게 보이는 명산이다. 산세가 아름답고 깊어서 국립공원으로 관리되고 있다. 곳곳의 기암괴석들은 숲과 어우러져 한폭의 산수화를 연출하고 있다. 구름다리에서 내려다 보이는 평야지대의 모습은 장관 그 자체이다. 우리나라 구름다리의 원조격이기도 하다.

[글 이영근(여행작가) 사진 안동수(다큐PD)]

[본 기사는 매일경제 Citylife 제675호 (19.04.23)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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