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5.10 (금)

27억 제프 쿤스 작품, 870억 땅…예보에 큰장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예보공사 담보 매각설명회 성황

시세보다 싸게 살 수 있어 인기

내달 8일부터 4주간 일괄공매

유치권·임대차 등 권리관계 주의

중앙일보

미국의 현대 미술가 제프 쿤스의 대형 설치 작품


한쪽 벽면을 따라 유명 작가들의 작품이 전시돼 있다. 앤디 워홀의 후계자로 불리는 미국의 현대 미술가 제프 쿤스의 대형 설치 작품(Encased-Five Rows·사진)이 눈에 띄었다. 작품 앞에는 감정가(27억원)도 함께 였다. 중국의 ‘85 신사조운동’에 동참했던 웨민쥔(岳敏君)의 ‘삶(Life·1억3110만원)’도 있었다.

다양한 작품이 전시된 이곳은 미술관이 아니다. 예금보험공사가 지난 19일 서울 중구 본사에서 연 ‘파산금융회사 담보 부동산 매각설명회’다. 파산한 금융회사가 보유했던 자산을 공매하기 전 투자자에게 알리기 위해 마련한 자리다.

이날 미술품을 비롯해 전국 각지의 아파트와 리조트 부지·상가·골프장 등 85개 부동산이 투자자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이들 자산을 팔아 회수한 돈은 2012년 저축은행 사태로 파산한 솔로몬·부산저축은행 투자자 중 돈을 돌려받지 못한 예금자 등에게 지급할 계획이다. 이날 행사에는 기관투자가와 부동산중개업자, 일반투자자 등 300여 명이 참석했다.

중앙일보

지난 19일 매각설명회에 참석한 투자자가 매물인 작품을 보고 있다. [사진 예금보험공사]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기관투자가의 관심이 집중된 곳은 100억원 이상의 대형 복합쇼핑몰과 골프장이었다. 대표적인 곳이 대전시 대흥동의 메가시티 쇼핑몰 부지다. 감정가가 870억원으로 이날 나온 부동산 중 가장 비쌌다. 정민 회수개발팀 차장은 “지하철 1호선 중앙로에 연결된 역세권에 있고 골조가 거의 완성돼 투자만 결정되면 단기간에 완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현재 18홀 회원제 골프장으로 운영되는 충남 천안의 마론뉴데이(감정가 730억원)와 충북 음성의 골든뷰(280억원) 등 골프장도 기관투자가의 관심을 끌었다.

익명을 요구한 기업금융(IB) 담당자는 “요즘 금융사는 빌딩이나 쇼핑몰 용지를 사는 등 적극적으로 부동산 사업을 하고 있어 주변 시세보다 저렴하게 살 수 있는 공매에 관심이 많다”고 말했다.

일반 투자자는 20억원 미만의 상가를 선호했다. 역세권으로 유동인구가 많은 서울 강남권 상가가 인기가 높았다. 사업가인 박연순(서울 용산구·50) 씨는 “지난해 공매로 경기도 일산 상가를 저렴하게 샀다”며 “매력적인 물건을 꼽아뒀다가 유찰로 몸값이 떨어질 때를 노리면 감정가 절반에도 살 수 있다”고 말했다.

중앙일보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부동산은 다음달 8일부터 4주간 일괄공매할 예정이다. 입찰 방법은 경매와 비슷하다. 인터넷 입찰(온비드)이나 부동산신탁사를 찾아 입찰할 수 있다. 가장 높은 가격을 쓴 사람에게 팔린다. 유찰되면 1차 입찰 가격을 기준으로 약 10%씩 떨어진다. 예보에 따르면 지난해 낙찰가는 감정가의 64%였다. 주변 시세보다 30% 이상 싼값에 살 수 있다는 의미다.

물론 주의할 점도 있다. 선순위 임차인 등 권리관계를 꼼꼼하게 따져야 한다. 최주희 신앤파트너스 법률사무소 변호사는 “부동산을 산 뒤 곧바로 개발해야 할 경우 유치권과 임대차 등 법적 문제가 없는지를 먼저 살펴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예보는 2017년부터 일괄공매로 2년간 102건의 부동산을 매각해 3254억원을 회수했다. 미술품은 2012년 이후 6004점(233억원)을 매각했다.

위성백 예보 사장은 “투자자들이 이번 설명회를 통해 관심 있는 물건을 미리 파악할 수 있을 것”이며 “예보는 이번 자산 매각으로 저축은행 파산 당시 지급하지 못했던 5000만원 이상 예금자와 후순위 예금자의 예금을 추가로 지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염지현 기자 yjh@joongang.co.kr

중앙일보 '홈페이지' / '페이스북' 친구추가

이슈를 쉽게 정리해주는 '썰리'

ⓒ중앙일보(https://joongang.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