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사카성 벚꽃 풍경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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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터 옷을 입은 잘 익은 옥수수가 팡 하고 터진 줄 알았다. 연분홍빛 팝콘으로 뒤덮인 듯한 거리는 한 걸음 한 걸음 내디딜 때마다 몽실몽실했다. 4월의 어느 봄날 찾은 교토와 오사카 모습은 치명적이었다. 한국에 돌아온 지 수일이 지난 지금도 그곳의 벚꽃을 생각하면 가슴이 두근거린다.
◆ 교토 기요미즈데라
우리에게 청수사(淸水寺)로 잘 알려진 교토 기요미즈데라를 먼저 찾았다. 오토와산(音羽山) 중턱에 자리한 기요미즈데라는 긴 언덕길을 따라 올라야 한다. 평소 업무와 육아에 지친 몸은 역시나 금방 신호를 보냈다. 헉헉 소리가 좀 더 거세질 때쯤 왜 이곳을 1순위로 들렀는지 알게 됐다. 핑크 융단처럼 펼쳐진 벚꽃과 기요미즈데라 특유의 붉은빛 건물을 배경으로 여기저기서 찰칵 세례가 펼쳐졌기 때문이다. 기요미즈데라 본전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오래된 목조 건물과 어우러진 경내가 고사찰의 분위기를 물씬 풍긴다. '본전 경내를 보지 않으면 기요미즈데라를 가봤다고 하지 말라'는 혹자도 그만큼 본전 경내에서 바라보는 풍경을 보여주고 싶었던 것은 아닐까. 하지만 지금은 개·보수 공사 중으로 가림막을 설치해 아쉬움이 컸다. 이곳에는 지혜, 사랑, 장수에 효험이 있다는 오토와 폭포(音羽の瀧)가 있다. 세 가지 효험에 모두 욕심을 내기보다는 두 물줄기만 마셔야 운이 따른다고. 기회가 되면 기요미즈데라 길목 중 폰토초 거리도 거닐면 좋다. 만개한 벚꽃이 좁은 내천을 따라 길게 늘어서 소박한 옛 건물과 함께 어울려 눈을 즐겁게 한다.
아라시야마 대나무숲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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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라시야마 대나무숲
벚꽃은 분명 매혹적이다. 남녀노소 가리지 않고 마음을 설레게 하는 마력이 있다. 하지만 벚꽃을 마중하러 나온 사람들에 치여 비명을 지르고 나면 생각이 조금 달라진다. 기요미즈데라의 구름 같은 인파에 시달려 잠시 정신이 혼미해진 순간이 그랬다. 이럴 때 필요한 건 당연히 힐링. 멀지 않은 곳에 있었다. 호즈강이 잔잔히 펼쳐진 풍경만으로 마음에 고요가 찾아왔다. 아라시야마 대나무숲이다. 이곳은 사실 벚꽃보다 단풍놀이로 찾는 이가 더 많다. 헤이안 시대 귀족들 별장이었던 '바람이 부는 산'이란 뜻을 가진 아라시야마는 선선한 바람과 자연의 경치가 조화를 이룬다. 특히 이곳에 위치한 고즈넉한 덴류지 사찰(天龍寺)을 돌아 대나무숲 지쿠린을 한가롭게 주유(周遊)하는 호사는 으뜸이다. 빽빽하고 높게 치솟은 지쿠린에서는 힐링을 마음껏 만끽할 수 있다. 포토존 명소로 잘 알려져 있어 인증샷은 필수다. 아라시야마에는 랜드마크인 154m의 도게쓰교(渡月橋)도 있다. 도케쓰교는 '달이 건너는 다리'라는 뜻으로 밤에 달이 뜨면 마치 달이 다리를 건너는 모습이라고 해 붙여졌다. 연인과 손잡고 주변 풍경을 보면 아무 말 없이 걷기만 해도 좋을 것 같다.
오사카성의 새 볼거리 `케렌` 공연 장면. 게렌공연 ⓒKEREN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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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사카
'천하의 부엌'이라 불릴 정도로 미식의 고장으로 알려진 오사카. 이맘때 오사카 역시 벚꽃 천국이다. 도톤보리 강 주변 식도락 여행이 뒤로 밀려도 아쉽지 않을 만큼 오사카성 주변 수천 그루의 벚꽃 구경은 찬란하다. 그렇다고 산해진미를 놓칠 수는 없는 법. 밀가루 반죽에 문어를 넣어 굽는 오사카 대표 길거리 간식 다코야키, 한국 빈대떡과 비슷한 철판 부침 요리 오코노미야키, 초밥, 이치란 라멘. 여기에 시원한 맥주 한잔 곁들이면 배 속은 금세 든든해진다. 오사카성은 16세기 도요토미 히데요시가 일본 통일을 달성한 후 권력을 과시하기 위해 지은 성이다. 이후 소실과 재건의 역사를 거쳐 지금의 건물은 1913년 콘크리트로 복원된 것이다. 오사카성까지 오르고도 뭔가 아쉽다면 색다른 재미를 찾아보는 것을 추천한다. 최근 '쿨 재팬 파크 오사카(Cool Japan Park Osaka)'가 완공되면서 새로운 볼거리가 생겼다. 일본 세계관을 테마로 한 넌버벌 형식의 '케렌(Keren)' 공연과 오사카성 공원을 무대로 독특한 이야기를 빛과 음악으로 연출한 일루미네이션은 오사카를 찾는 관광객에게 오사카만의 '별미'를 제공한다.
[오사카(일본) = 전종헌 디지털뉴스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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