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5.21 (화)

[현장에서]시험대 오른 금감원 종합검사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4년 만에 부활…KB금융 첫 낙점

"윈윈할 결과 나와야 순항도 가능"

[이데일리 장순원 기자] “첫 타자인 KB금융지주가 고생을 할 수밖에 없을 겁니다.”

금융감독원은 4년 만에 부활하는 종합검사 대상으로 국내 최대 금융그룹의 하나인 KB금융지주와 국민은행을 택했다. 은행권서는 이미 KB금융이나 신한금융지주 둘 중 한 곳이 대상이 될 것으로 짐작해왔다. 국내 최대 금융회사로서 상징성이 크고 전반적으로 검사를 받은 지 오래됐기 때문이다. 채용비리 문제가 얽힌 신한이 유력하다는 전망이 많았으나 부담이 덜한 KB를 낙점한 게 아니냐는 게 금융권 안팎의 분석이다.

종합검사는 대규모 검사인력이 한 달 여간 투입돼 금융회사를 샅샅이 훑어 수검 부담이 큰 검사방식이다. 과거 먼지털이식 검사로 악명이 자자하기도 했다. 이런 부작용이 부각하며 2015년 이후 사라졌다 배당사고나 금리 부당산출 같은 금융사고가 잇따르자 올해 부활했다.

금감원이 종합검사를 바라보는 우려를 불식하려 내세운 게 ‘유인부합적’ 방식이다. 저인망식과 달리 건전성 점검이나 소비자 보호 같은 감독 목표를 제대로 따르지 않는 금융사를 대상으로 맞춤형 검사를 벌이겠다는 얘기다. 수검부담을 줄이려 종합검사 대상 금융기관도 대폭 축소하고 금융사의 의견을 받아 핵심적인 문제를 중심으로 들여다보겠다는 방침이다.

‘문제 있는 곳’이라는 꼬리표가 붙지 않도록 검사를 해봤더니 생각했던 것보다 좋으면 다음엔 검사를 아예 면제하는 인센티브도 주겠다고 했다. 과거처럼 금융사에 부담을 주거나 관치의 수단으로 쓰는 게 아니라 금융회사에 도움을 주는 새로운 종합검사가 되리라는 것을 상징하는 단어가 ‘유인부합’인 셈이다. 윤 원장은 기회가 될 때마다 “부활하는 종합 검사는 과거와 다를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현장에서는 이런 금감원의 설명을 그다지 믿지 않는 분위기다. “금융소비자보호 수준, 재무건전성, 내부통제·지배구조 등을 고려해 평가가 미흡한 금융회사를 선정하겠다”고 해놓고 문제가 없다는 결론을 내릴 수 있겠느냐는 것이다.

특히 종합검사 부활을 놓고 금융권과 국회, 상급기관인 금융위원회까지 나서 반대하는 목소리를 낸 상황에서 부활을 주장한 금감원으로서는 성과를 만들어내야 하는 처지다. 금감원이 약속한 ‘유인부합적 방식’이 제대로 작동할 수 있겠느냐는 의구심이 커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시장에서는 벌써 “KB가 뭔가 제대로 하지 못한 거 아니냐”라는 낙인효과가 확산하고, 일부에서는 “(금감원에) 밉보인 게 아니냐”는 얘기마저 흘러나오고 있다.

KB금융은 겉으로는 “한번은 거쳐야 하는 과정”이라며 애써 담담한 반응이다. 하지만 속으로는 끙끙 앓는 분위기다. 금감원의 눈치가 보여 대놓고 불만을 토로할 수도 없지만 애꿎은 자신들이 유탄을 맞는 게 아니냐는 불안감 때문이다. 한화생명 등 종합검사 대상으로 지목된 다른 금융사도 비슷한 분위기다.

금융사의 한 임원은 “종합검사가 워낙 스포트라이트를 받다보니 KB를 포함한 금융사나 금감원 모두 부담이 너무 큰 상황이 됐다”며 “이런 분위기 속에서 종합검사의 애초 의도와 달리 부작용이 커질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은행권의 한 관계자는 “첫 종합검사 결과가 앞으로의 가늠좌가 될 것”이라며 “금감원의 설명대로 모두가 윈윈할 수 있는 결과를 내와야 종합검사가 순항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