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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07 (금)

[단독] 금융당국, '부동산 리스' 규제 푼다…中企 돈줄 트일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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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는 규정 까다로워 사실상 금지…취급 건수 ‘0’
중소기업, ‘매각 후 재임대’ 등으로 자금 확보 가능

자금 융통에 어려움을 겪는 중소기업을 위해 금융당국이 부동산 리스(lease)를 활성화하기로 했다. 지금도 캐피탈 등 여신금융전문회사(여전사)가 부동산 리스 사업을 할 수 있긴 하지만, 취급 관련 규정이 까다로워 업계는 사실상 금지된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부동산 리스란 매월 리스 업체에 이용료를 내고 공장, 토지 등 부동산을 빌려 쓰는 것을 말한다. 부동산 리스가 활성화되면 부동산을 보유하고 있는 중소기업은 ‘세일 앤드 리스백(sale and lease back·매각 후 재임대)’ 방식으로 은행권에서 더 많은 자금을 확보할 수 있고, 부동산이 없는 중소기업은 보다 안정적으로 부동산을 임대할 수 있게 된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23일 "중소기업이 보유하고 있는 공장이나 토지 등 부동산을 활용해 자금을 보다 쉽게 끌어올 수 있도록 올해 내로 부동산 리스 관련 규정을 바꿀 예정"이라며 "구체적인 규정은 현재 마련하고 있다"고 말했다. 부동산 리스 활성화는 금융권이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의 혁신 성장을 지원하는 ‘생산적 금융’의 일환으로, 생산적 금융은 금융당국의 올해 정책적 목표 중 하나다.

여신전문금융업법(여전법)에 따르면, 여전사는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부동산 리스 사업을 할 수 있다. 금융당국은 지난 2015년 여전법 시행령을 개정해 부동산 리스 이용자를 ‘중소 제조업체’에서 ‘중소기업’ 전체로 확대한 바 있다. 그러나 동시에 장애물도 세웠다. 여전업 감독규정을 통해 총자산의 30% 이상을 자동차 리스가 아닌 다른 기계설비 리스 사업에 투자하고 있는 여전사만 부동산 리스를 취급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캐피탈 업계의 경우 자동차 리스를 주로 취급하기 때문에 다른 기계설비 리스만으로 총자산 30% 이상을 넘기기 쉽지 않다"며 "이 때문에 부동산 리스를 하고 싶어도 할 수 없다"고 말했다.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지금까지 여전사의 부동산 리스 취급 실적은 ‘0건’이다. 총자산의 30% 이상이 자동차 외 기계설비 사업에 투자된 여전사도 전체 시설대여업 등록 여전사 50여개 중 단 2곳에 불과하다.

조선비즈

금융당국이 중소기업 대상 부동산 리스를 여전사가 취급할 수 있도록 관련 규정을 손질하기로 했다./조선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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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계에서는 감독규정 개정 방안으로 크게 세 가지가 거론되고 있다. 먼저 부동산 리스를 허용하되 ‘총한도’를 설정하는 것이다. 부동산 거래는 거래규모가 큰 만큼 위험이 크고, 위험이 현실화됐을 때 금액 피해가 크다. 이 외에는 ‘자동차 리스 외 다른 기계설비 리스 자산이 총자산의 30% 이상이어야 한다’는 조항을 완화하거나 자산 한도를 계산할 때 자동차 리스를 제외해야 한다는 조항을 삭제하는 방법도 있다.

금융당국과 업계는 부동산 리스가 활성화되면 중소기업의 자금 공급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전망한다. 이미 부동산을 보유하고 있는 중소기업의 경우 ‘세일 앤드 리스백’이 가능해진다. 세일 앤 리스백이란 보유하고 있는 부동산을 여전사에 팔고, 이를 다시 임대해 사용하는 것이다. 이 경우 부동산은 그대로 사용하면서 매각 자금을 손에 쥘 수 있게 된다. 또 리스 이용 금액은 법인 경비처리도 가능하다.

업계 관계자는 "업황이 어려운 중소기업의 경우 부동산을 담보로 은행에 대출을 신청하면 금리를 높게 설정하거나 지나치게 낮은 한도로 돈을 빌려준다"며 "반면 매각후 재임대를 선택하면 담보 가치의 100%까지 돈을 받을 수 있어 수요가 많다"고 말했다.

부동산이 없는 중소기업도 부동산 리스를 이용할 수 있다. 2015년 이전까지는 부동산 리스 방식이 ‘세일 앤드 리스백’으로만 제한돼 있었지만, 법 개정을 통해 방식 제한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부동산 미보유 중소기업의 경우, 여전사를 끼고 자신이 원하는 부동산을 임대할 수 있다. 직접 부동산 소유자와 임대 계약을 맺을 경우 소유자 사정에 따라 임대료나 임대 기간이 조정될 수 있지만 여전사와 계약을 맺으면 보다 안정적으로 임대할 수 있다. 또 여전사들이 기계설비도 취급하고 있는 만큼, 공장 등에 포함된 기계설비도 함께 통으로 임대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다만 부동산 리스가 활성화된다 해도 관련 상품을 제공할 수 있는 업체는 대형 캐피탈사 위주에 그칠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부동산 리스 사업 자체가 많은 자산을 필요로 하기 때문에 중소형 캐피탈사는 쉽게 뛰어들 수 없다"며 "KB캐피탈, 현대커머셜 등 적어도 5조원 이상 자산을 보유한 대형 캐피탈사에 한해 부동산 리스 사업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윤정 기자(fact@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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