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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8 (금)

[법조 인사이드] 노소영 위자료 20억, 법조계 “사망 사고 정신적 피해 배상도 최고 9억인데...”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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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태원 SK그룹 회장이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에게 이혼 위자료로 20억원을 지급하라고 한 서울고법 항소심 판결을 두고 법조계에서는 “이례적”이라는 말이 나오고 있다. “기존 이혼 위자료 최고액인 2억원의 10배나 되는 액수” “사망 사고 정신적 피해 배상도 최고 9억원인데…” 등의 반응이다. 앞으로 대법원이 어떤 방향으로 최종 판단을 내릴 것인지도 주목된다.

조선비즈

최태원 SK그룹 회장(왼쪽)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 /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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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고법 가사2부(재판장 김시철 부장판사, 김옥곤·이동현 부장판사)는 최 회장과 노 관장의 혼인 기간, 혼인 관계가 파탄에 이르게 된 경위, 재산 상태와 경제 규모 등을 종합한 뒤 이혼 위자료 액수를 20억원으로 정했다. 1심에서 1억원만 인정된 위자료 액수가 20배로 늘어난 것이다.

위자료는 정신적 피해에 대한 손해배상을 뜻한다. 재산적 피해에 대한 손해배상과는 별개다. 실제 재판에서는 정신적 손해가 얼마나 되는지 산정하기 어렵다보니 판사들이 기존 판례를 기준으로 위자료 액수를 정하는 경향이 있다.

‘최태원-노소영 이혼 항소심 판결’ 이전에 국내 이혼 소송에서 인정된 위자료 최고액은 2억원이었다. 이 판결 역시 김시철 부장판사가 재판장인 서울고법 가사2부가 작년 6월에 선고한 것이다. 이후 대법원에서 그대로 확정이 됐다. 그동안 이혼을 원인으로 한 손해배상 청구 사건에서 위자료 액수가 3000만원을 넘기는 경우가 드물었다.

대법원은 지난 2016년 유형별 위자료 상한액을 가이드라인 형태로 제시한 바 있다. 앞서 법원은 사망 사고에서 피해자 과실이 전혀 없는 경우에 위자료로 최대 1억원을 인정하고 있었다. 대법원 가이드라인은 이를 상향 조정했다. 교통사고 사망은 최대 3억원, 대형 재난에 따른 사망은 최대 6억원, 영리를 목적으로 하는 불법행위에 따른 사망은 최대 9억원까지 위자료로 인정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송영훈 법무법인 시우 변호사는 “(최태원-노소영 이혼 위자료 20억원의 경우) 배우자의 부정 행위가 크나큰 정신적 고통을 줄 수는 있지만 그 정신적 고통이 사람의 사망보다 크다고 할 수 있을 것인지가 첫번째 문제”라고 했다.

반면 가사 전문 법관 출신 한 변호사는 “2015년 간통죄가 폐지돼 유책 배우자를 형사 처벌할 수 없게 되면서 이혼 재판에서 배우자의 부정 행위에 따른 정신적 피해를 위자료를 통해 충분히 배상받을 수 있게 해줘야 한다는 논의가 생겼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위자료가 최고 1억~2억원인 현재 수준으로는 부족하다는 지적에 공감대가 이뤄지고 있다”고 했다.

한편 최 회장이 보유한 자산이 많다고 해서 이혼에 따른 위자료가 커져야 하는지 따져봐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부장판사 출신인 대형 로펌 변호사는 “교통사고로 인한 손해배상액을 산정할 때 귀책이 있는 상대방이 재벌이라고 해서 돈을 더 주진 않는다”라고 했다. 다른 변호사는 “법원이 일반인의 이혼 위자료로 인정하는 금액이 보통 5000만원인데, 대기업 회장의 불륜에 따른 배우자의 정신적 피해가 일반인보다 40배 크다고 하기도 힘들 것”이라고 했다.

법조계에선 위자료 20억원이 적정했는지가 앞으로 대법원 상고심에서 쟁점이 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사실관계를 다투는 1·2심과 달리 3심은 법규 적용이 잘못됐는지만 따진다.

그러나 이번 사건은 1·2심에서 인정한 사실관계가 달라지면서 재산 분할 금액이 크게 바뀐 만큼 최 회장 측이 심리 미진, 채증 법칙 위배(법관이 증거를 채택하는 데 기본 원칙을 어긴 것) 등을 이유로 상고할 경우 대법원이 판결의 전제가 된 사실관계를 다시 살필 여지가 있다.

부장판사 출신인 이은정 법무법인 동인 변호사는 “그동안 이혼 위자료가 추상적인 기준에 따라 정해지는 측면이 있었다”라며 “대법원에서 이 사건을 위자료 산정은 물론 재산 분할, 특유재산 등에 대한 명확한 기준, 입장을 제시하는 계기로 삼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부장판사 출신인 대형 로펌 변호사는 “1·2심 위자료 판결액이 20배 차이가 나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느낌을 피하기 어렵다”라며 “대법원이 이번 항소심 판결에서 비롯된 여러 의문점에 대해 명확하게 의견을 밝혀줬으면 한다”고 했다.

이현승 기자(nalhs@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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