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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9 (목)

이슈 아시아나항공 매각과 인수

아직은 예열 중인 `아시아나 인수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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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시아나에 1.6조원 투입 ◆

정부가 23일 '1조6000억원 투입'을 골자로 하는 아시아나항공 경영 정상화 추진 방안을 밝히면서 아시아나항공 매각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아시아나항공의 '연내 매각'을 전제로 이 같은 지원이 이뤄지는 만큼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놓고 재계와 투자금융(IB) 업계를 중심으로 손익 계산 판단이 분주하게 이뤄질 전망이다.

이날 IB 업계에 따르면 EY한영이 회계자문사로 선정돼 현재 매각자 실사 작업(due diligence)을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IB 업계에서는 아시아나항공 매각 작업이 속도를 내기 위해서는 시간이 좀 더 필요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정부 주도로 이뤄지는 매각 작업이라는 점과 항공 업황에 대한 불안감 등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이동걸 산업은행장이 16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매각주간사 선정 절차를 진행하겠다고 밝혔지만 외국계 IB들이 신중한 모습을 보이는 것도 정부가 주도하는 매각 작업이라는 점과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이다. IB 업계에서는 최종구 금융위원장이 11일 아시아나항공 자구안에 대해 "진정성이 있는지 의문" "다시 3년의 기회를 달라고 하는 건 어떤 의미인지 봐야 한다"고 말한 이후 이번 인수전이 정부의 영향력에서 자유롭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아시아나항공 회계처리 문제가 불거진 이후 제출된 자구안을 정부가 거부하고 아시아나항공 매각이 결정된 만큼 정부의 '입김'이 앞으로도 영향을 끼칠 것이라는 분석이다. 한 IB 업계 관계자는 "기업들 입장에서는 '공개 매각'이라는 방식을 통해 투명하게 매각이 이뤄져도 정권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다"며 "인수에 성공해도 나중에 정권이 바뀔 수 있다는 우려 등을 고려해 쉽게 나서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형 항공사 업황에 대한 불안감도 이번 인수전에 적극적으로 뛰어들지 못하게 만드는 요인 중 하나다.

최근 항공 업계에 따르면 미국 아메리칸항공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26억6000만달러(약 3조300억원)로 전년 대비 40%가량 급감했다. 유럽 최대 항공사인 루프트한자의 영업이익도 같은 기간 10%가량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도 지난해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각각 31%, 88.5% 감소했다.

대형 항공사 업황 악화 요인으로는 환율·유가에 민감하다는 점과 저비용 항공사(LCC)와의 경쟁이 꼽힌다. 한 사모펀드 관계자는 "금호고속처럼 현금 흐름이 좋은 회사라면 인수 의지를 밝히는 기업이 줄을 서겠지만 외부 요인에 취약한 아시아나항공은 사모펀드에 매력적인 매물이 아니다"고 밝혔다.

아시아나항공 채권단의 향후 행보도 변수가 될 전망이다.

23일 정부가 1조6000억원을 투입한다는 지원 방침을 밝혔지만 이는 경영 정상화를 위한 지원 방침일 뿐 아시아나항공의 천문학적인 차입금과는 무관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 IB 업계 관계자는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고려하는 측에서는 3조원에 달하는 차입금이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며 "아시아나항공이 이 지경에 이른 것은 채권단도 어느 정도 책임이 있는 만큼 채무 부담 완화와 같은 방안이 나올 때까지는 시장이 쉽게 움직이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산업은행 등 채권단이 당초 예상 지원 규모보다 세 배 이상인 1조6000억원을 지원한 것을 놓고 아시아나항공 인수전이 예상보다 속도를 내고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금호그룹의 요청 금액인 5000억원을 훌쩍 뛰어넘는 지원을 한 것은 산업은행이 이미 원매자를 구했기 때문에 지원금 회수에 자신감을 갖게 된 것 아니냐는 분석이다. 즉 원매자 후보군에 '확실하게 아시아나항공을 살리겠다'는 시그널을 보낸 것으로 보고 있다. IB 업계 관계자는 "매각자 실사가 끝나고 구체적인 인수 구조가 발표되는 다음달 초·중순 이후 후보자들이 본격적으로 부상할 것"이라고 밝혔다.

[정석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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