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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4 (토)

바른미래당, 안철수계·유승민계 지도부 `비토` 확장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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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스트트랙 처리 정국을 거치면서 적나라하게 드러난 바른미래당의 계파 갈등이 좀처럼 잦아들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손학규 대표와 김관영 원내대표가 기자회견을 자청하며 "당이 분란과 내홍을 겪었던 점에 대해서는 대표로서 송구스럽다" "서로 배제가 아닌 통합, 비난이 아닌 위로를 해주자"고 역설했지만, 1일 지명직 최고위원 임명에서 다시 '마이웨이' 행보를 보이면서 다른 계파의 반발을 사고 있다. 바른정당계 인사들의 '비토'에 안철수계 의원들과 원외 인사들까지 가세하고 나서면서 당 지도부에 대한 반대여론은 점점 커지는 분위기다.

손 대표는 주승용 국회부의장과 문병호 전 의원을 지명직 최고위원으로 임명하며 최고위원회의를 비롯한 당무 정상화를 꾀했지만, 결과는 신통치 않은 상황이다. 손 대표는 바른정당계 최고위원 3명(하태경·이준석·권은희)의 당무 거부가 계속되자 지명직 최고위원 2명을 임명, 최고위를 6인 체제로라도 꾸릴 계획이었다. 의결정족수(5명)는 맞출 수 있어서다. 그러나 이번엔 최고위원인 김수민 의원과 당연직 최고위원인 권은희 정책위의장이 패스트트랙 정국에 대한 반발로 사실상 '최고위 보이콧'에 나서면서, 계획은 빗나가게 됐다. 이에 최고위 회의는 당분간 손 대표와 김 원내대표, 주승용·문병호 최고위원 등 '4인 체제'로 운영될 것으로 보인다. 이는 주요 안건을 의결할 수 없는 상태다.

최고위 회의만 '반쪽'이 아니다. 2일 원내대책회의엔 김 원내대표와 임재훈·채이배·최도자 의원만이 자리했다. 역시 패스트트랙 정국서 사보임 강행 등에 반대 의견을 냈던 국민의당 출신 김수민·신용현·김삼화·이동섭 의원 등이 원내대책회의에 불참했다. 특히 김수민 의원은 1일 손 대표의 지명직 최고위 임명에 대해 바른정당계 최고위원 3명과 함께 "원천 무효"라는 입장문을 발표하기도 했다.

지도부에 대한 불신 세력이 많아지지만 김 원내대표는 일단 강행돌파의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그는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사퇴를 요구받을 어떠한 일도 없었다고 생각한다"며 사퇴 요구를 거듭 일축했다. 반대파들에 대한 비판 수위도 높아지고 있다. 임재훈 의원은 원내정책조정회의에서 "하태경 최고위원이 자의적이고 일방적인 당헌·당규 해석을 통해 지명직 최고위원 임명이 무효라고 주장한다"며 "(당헌·당규) 공부를 좀 더 열심히 하라"고 쏘아붙였다. 문병호 신임 최고위원은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 "당이 어려움에 부닥친 것은 손 대표의 책임도 있지만, 근본적으로는 유승민·안철수의 책임이 더 크다"며 "지지도 하락은 처음부터 바른미래당이 세팅을 잘못했고 창당 초기에 당 운영이 잘못됐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지도부 반대파의 중심인 바른정당계 의원들은 당 지도부의 총사퇴를 거듭 압박하는 모양새다. 지명직 최고위원 임명에 대한 무효확인 소송과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법원에 제기한 하 최고위원에 대해 김 원내대표는 "정치적 행위로 해석하고 싶다"고 했지만, 하 최고위원은 소 취하할 생각이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바른정당계 지상욱 의원은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김 원내대표의 (지난달 30일 기자회견에서 보인) 눈물은 악어의 눈물로, 진정성이 없었다"며 "(사퇴 요구를) 피해가고 싶겠지만 그렇게 하면 안 된다"고 말했다.

원외에서도 당 지도부에 대한 '비토'에 대한 지원사격이 이뤄졌다. 바른정당과 국민의당 출신 전직 원외위원장 63명은 이날 국회 정론관에서 합동 기자회견을 열고 "현 지도부의 조건 없는 총사퇴를 강력히 촉구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이날 오후 현직 원외위원장, 전·현직 중앙당 정무직 당직자들과 함께 연석회의를 열어 향후 전략 등을 논의했다. 바른정당계를 이끌고 있는 유승민 의원은 이날 경희대 강연이 끝난 뒤 기자들과 만나 "많은 의원들이 지도부가 책임지고 물러나야 한다는 데 뜻을 모으고 있다"며 "(지금은)바른미래당을 재건하기 바라는 분들 뜻을 다 모아서 새로운 리더십을 세워나가는 '당연한' 타이밍"이라고 말했다.

[김명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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