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성유 한국형수치예보모델 개발사업단장이 기상예보에서 수치예보모델의 중요성에 대해 조재우 논설위원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이한호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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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씨 예보는 왜 자주 틀리는 걸까. 기상 전문가들에 따르면 날씨 예보는 애초부터 불확실성을 가질 수밖에 없는데, 그 원인을 세 가지 측면에서 추정할 수 있다. 첫째는 관측자료 기기의 오차다. 관측기가 표현하는 범위보다 국지적인 기상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 두 번째는 기상 현상을 수학적으로 표현한 지배방정식(governing equation)이 근사(近似)방정식이어서 애초에 불확실성을 내재한다. 세 번째는 예보관 지식의 한계다. 아무리 뛰어난 예보관이라도 자연 현상을 완벽하게 이해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날씨 예보의 정확도를 높이고 기후 변화에 대처하기 위한 노력과 기술개발은 계속되고 있다. 기상청이 도입하려는 한국형 수치예보모델이 대표적이다. 우리나라는 독자적 수치예보기술 및 중장기 기상예측용 소프트웨어 개발을 목표로 기상청 산하에 개발사업단을 2011년 발족시켰고 올해 운영을 마무리한다. 한국형 모델은 전 지구 수치예보 모델로 막바지 개발이 한창이다. 한두 차례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를 통해 내년에는 본격적으로 현업에 투입한다. ‘모든 에너지는 미세먼지를 발생시킨다’는데 한국형 모델은 미세먼지에도 어느 정도 대응할 수 있다. 홍성유 한국형수치예보모델 개발사업단장을 만나 얘기를 들어봤다.
-개발사업단은 어떤 일을 하나
“기상예보 정확도는 관측자료를 초기 수치로 슈퍼컴퓨터가 적분(積分)한 수치예보 프로그램 결과에 크게 의존한다. 기상 관측자료를 토대로 공기의 흐름을 수학적인 지배방정식으로 풀어 미래를 예측하는 것이다. 그 방법이 수치예보(numeric prediction)다. 사업단에서는 수치예보 소프트웨어를 한국인 자체 기술력으로 개발하고 있다. 지구를 12㎞ 단위의 격자(grid)점으로 만들고, 이 5억 개의 격자점에서 공기가 움직이는 것을 모두 방정식으로 푼다. 햇빛이 비치고 대류에 의해 구름이 만들어지고 비가 내리는 과정을 방정식으로 구성한다. 20만 개의 라인과 5억 개의 격자점에 대한 계산력이 엄청나기에 슈퍼컴퓨터가 필요하다.”
-그런데 예보가 자주 틀린다.
“예보는 애당초 불확실성이 있다. 서울 시내만 보더라도 거리와 골목마다 온도와 바람이 다 다르다. 건물에 따라서도 변화가 있다. 게다가 근사방정식을 쓴다. 예보관의 지식 또한 기후변화 속 한반도 기상 상태를 이해하는 데 한계가 있다. 지구가 태어나서 한 번도 같은 기상 상태는 없었다. 5일 후 예보 정확도는 80%다.”
-지금은 어떤 모델을 쓰나
“1990년대 말 일본 것을 도입해 썼는데 결과가 안 좋았다. 2010년부터 올해까지는 영국기상청 통합예보모델(UM)을 활용하고 있다. 우리 독자 모델이 필요해 2011년부터 사업이 시작됐다. 그걸 기반으로 2019년까지 한국형 수치예보모델을 한국 기술력으로 개발하기로 했고 2020년부터 현업에 투입된다.”
-성능에 문제는 없나
“우리가 개발해도 성능이 안 좋으면 도태된다. 중국은 2000년 이후 엄청난 돈을 투자했다. 중국은 2016년에 새로운 독자 모델을 공표했는데, 자체적으로는 실패했다고 보고 예산을 확대 투입하고 있다. 모델 개발은 자금력이나 사람 수만 가지고 되지 않는다. 현재 전 지구적 독자 모델을 가진 나라는 8개국 뿐이다. 미국, 일본이 1950년대에 수치예보를 시작했고 영국, 프랑스, 독일, 캐나다도 개발했다. 러시아와 중국이 비교적 늦게 합류했다. 우리는 상당히 늦은 편이고 얼마 전 준(準) 현업 운용에 들어갔다. 예보관들이 이 모델을 다른 모델과 비교해 성능을 평가하고 사업단 모델개발자에게 피드백을 해주는 작업이 시작됐다. 두 번 정도 업데이트를 거쳐 내년 1월부터 현업에 투입한다. 독자 모델 보유가 예보 정확도의 비약적 향상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기상 주권의 확립과 더불어 우리나라 예보 정확도를 향상할 수 있는 도구를 확보했다는 데 가치를 둔다.”
홍성유 한국형수치예보모델 개발사업단장이 기상예보에서 수치예보모델의 중요성에 대해 본보 조재우 논설위원과 대담 중이다. 이한호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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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델을 개발할 때 어떤 기술이 사용되나
“대기과학이라는 학문 자체가 융합과학이다. 수학과 물리가 가장 중요하다. 아주 밀접한 건 전산학이다. 1억 개의 자료가 들어오면 몇 십만 개의 코어를 가지고 두 시간 내에 모든 예보가 나와야 한다. 거기에 병렬화나 최적화 등 프로그램 기술이 요구된다. 사업단 모델은 하루 두 번 적분이 된다. 아침 9시와 밤 9시다. 아침 9시가 영국 그리니치 천문대 시각으로 자정이다. 그 시간이 되면 전 세계에서 동시에 커다란 관측 헬륨 풍선을 띄운다. 풍선에다 관측기와 안테나를 단다. 위성도 데이터를 수집한다. 자료는 통신을 통해 전 세계가 공유한다.”
-수치예보모델이 수익을 창출할 수 있나
“중요한 얘기다. 일본이나 미국을 보면 민간 기상업체에서 건물주나 농사짓는 사람들과 계약을 맺는다. 시골에서 농사짓는 분들이나 염전을 하는 분들은 일사량이 중요하다. 민간 업체에서 일반인이 활용할 수 있게 가공해준다. 보험료 책정과도 관련이 있다. 미국같이 넓은 곳은 상당히 활성화되어 있다.”
-올해 말 사업단이 해체되면 계속 업무가 이어질 수 있나
“사업단에서 개발한 소프트웨어는 전 지구모델로 수치예보에 가장 중요한 핵심 원천기술이다. 기후변화에 따른 기상 현상을 반영하기 위해 원천기술은 점점 더 세밀해져야 함은 자명하다. 또한 사업단에서 개발한 모델은 12㎞ 단위의 전 지구 격자다. 상세하게 들여다보려면 더 작은 격자의 우리나라 지역 모델이나 시공간통합모델 같은 것이 필요하다. 그렇게 하면 한반도 지역은 몇 ㎞, 서울지역 같은 경우는 500m 단위까지 볼 수 있다. 후속사업단 설립을 위한 예비타당성 조사가 진행 중이다.”
지난 3월 서울에 초미세먼지주의보가 발령된 날, 종로구 세종대로에서 시민들이 미세먼지 마스크를 쓰고 출근길에 나서고 있다. 배우한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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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의 관심이 미세먼지에 집중돼 있다. 수치예보모델이 미세먼지에도 대응할 수 있나
“10년 전에 우리는 마스크 안 쓰고 다녔다. 10년 전 일본 사람들은 다 마스크 쓰고 다녔다. 우리는 2013년에 환경법을 개정하면서 미세먼지를 포함했다. 환경기업 규제를 위해서였다. 또 그 해부터 미세먼지 예보가 시작됐다. 동시에 두 개가 터진 거다. 이때부터 우리나라 사람들이 미세먼지에 민감하게 반응하기 시작했다. 그렇다면 미세먼지가 그 전보다 더 나빠진걸까. 그렇게는 안 보인다. 그 전이 더 나빴다. 다만 우리가 인식하지 못한 거다. 장기적으로는 미세먼지 저감이 답이지만, 단기적으로는 예측 정확도를 높여야 한다. 수치예보모델 정확도에 따라 미세먼지 예측도 좌우된다. 정확한 예보는 민생에 도움이 된다는 측면에서 복지다.”
-미세먼지 문제는 우리나라에 국한된 것이 아니다.
“한중일 환경포럼을 계속해야 한다. 그런데 우리는 과학적 근거가 제한적이다. 중국은 미세먼지와 관련해 사이언스, 네이처 논문을 들이댄다. ‘이거 봐라, 한국 미세먼지가 왜 중국 거냐’라고 한다. 우리는 들이댈 게 없다. 물론 중국 영향이 없다는 건 아니다. 적어도 우리 문제는 해결해야 한다. 과학적 근거가 있으면 정책을 밀어붙일 수 있다. 과학적 접근법이 수치모델이다. 날씨 예보뿐만 아니라 정책 수립에도 활용될 수 있다.”
-작년 혹독한 폭염이 있었다. 올해는 예측이 가능한가
“수치 모델 정확도에 달려 있다. 아직 정확도는 많이 떨어진다. 8월 1일에 어떻게 될 것인가를 예측할 수 있지만, 에러가 쌓이기 때문에 큰 의미는 없다. 여러 복합적 예측을 해서 뛰어넘어야 한다. 후속 사업단에서도 몇 달은 몰라도 한 달 예보까지는 도전해볼 만한 가치가 있다. 지금 한계는 이론적으로 2주다. 한국형 모델이 확보되면서 폭염 예측을 가능하게 만들 수 있는 플랫폼이 갖추어져 있다고 보면 된다.”
-기후변화에 관해서는 티핑포인트(Tipping pointㆍ급변점)가 지났다는 진단도 있다.
“인구가 지난 100년간 많이 증가했다. 온도 증가율은 인구 증가율과 똑같다. 사람이 많으면 이산화탄소를 많이 배출한다. 이런 이야기를 사람들이 안 하려 한다. 사람이 늘면 가축도 늘어나고 땔감 화석연료 전기도 늘어난다. 그런데 인구를 줄일 수 없으니 차선책으로 가야 한다.”
-차선책이 뭔가
“미국의 저명한 교수가 아프리카 사하라 사막에 태양열 패널을 1㎞ 간격으로 깔고 풍차를 세우는 실험을 했더니 강수량이 늘어나고 기온이 내려갔다. 태양광 패널을 깔면 햇빛을 반사하고 풍차가 돌아가면 지면 공기를 섞어준다. 지면에서 올라가는 게 많아지니 구름이 만들어지는 메커니즘이 작용한다. 그런 시뮬레이션 사례가 정책의 근거가 될 수 있다. 그런 근거가 없고 툴(도구)이 없으면 정책 시행이 불가능하다. 과학적인 근거가 없기 때문에 말만 많아진다.”
인터뷰=조재우 논설위원 josus62@hankookilbo.com
정리=변한나(논설위원실)
□ 홍성유는
1962년생. 서울대 지구과학교육과를 졸업한 후 동 대학원 대기과학과에서 석ㆍ박사를 마쳤다. 미국 국립해양대기청 수치예보과 연구원, 연세대 대기과학과 교수로 재직했다. 한국과학기술한림원 이학부 정회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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