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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1 (토)

경영난 시달리는 한진重도 통상임금 소송서 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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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진중공업이 노조와의 통상임금 소송에서 졌다. 한때 자본 잠식 상태에 빠지고, 총수가 경영권을 박탈당할 정도의 경영난에도 사측이 직원들에게 추가로 수당을 줘야 한다는 것이다.

대법원 2부(주심 권순일 대법관)는 3일 한진중공업 소속 영도조선소와 다대포제작소 노동자 360명이 회사 측을 상대로 낸 임금 소송에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원고 승소 취지로 서울고등법원에 돌려보냈다고 밝혔다.

한진중공업은 2008년 8월 체결된 단체협약과 취업 규칙 등에 따라 근로자들에게 2개월마다 지급하는 정기 상여금을 통상임금에서 제외한 채 각종 수당을 계산해 지급했다. 각종 수당 산출의 근거가 되는 통상임금에는 기본급과 직책·직급 수당 등이 포함된다. 금액이 큰 정기 상여금은 노사가 관행적으로 임금 협상을 할 때 통상임금에서 제외해 왔다. 하지만 최근 노조들은 정기 상여금을 통상 임금에 포함시키고, 그에 따라 수당도 다시 계산해 추가 지급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한진중공업 회사 측은 재정적 어려움을 주장하며 '신의성실의 원칙'을 지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신의성실의 원칙(신의칙)이란 상대방의 정당한 이익을 고려하고 신뢰를 저버리지 않아야 하며 형평에 어긋나서는 안 된다는 원칙이다. 1·2심은 "정기 상여금이 통상임금에 포함되는 것은 맞지만, 장기적 경영난 상태에 있는 피고가 예측하지 못한 지출을 하게 돼 신의칙에 위배된다"고 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매년 적자를 봤더라도 매출액과 현금성 자산만 충분하다면 추가 법정 수당을 부담해야 한다"고 판단하며, 원심을 뒤집고 근로자 측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추가 법정수당은 한진중공업이 매년 지출하는 인건비 약 1500억원의 0.3% 정도"라고 했다. 한진중공업은 2016년 채권단 자율협약을 맺고 구조조정을 진행했다. 지난 3월엔 조남호 회장이 경영난으로 경영권을 박탈당했다.

재계에서는 '신의칙'이 무너지며 기업들의 패소가 이어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현재 대법원에 유사 사건이 계류 중인 현대중공업, 아시아나항공, 금호타이어 등도 패소 확률이 높아졌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경영난을 겪는 기업들이 막대한 추가 비용을 부담하면서 더 큰 위기에 빠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한편 대법원 판결이 잘못된 수치를 근거로 했다는 논란이 불거졌다. 대법원은 판결문에서 "부담할 추가 법정수당은 5억원 상당으로 보이는데 한진중공업의 매출액은 매년 큰 등락 없이 5조~6조원 상당으로 안정적으로 유지됐다"고 했다. 하지만 실제 한진중공업 매출은 2008년 이후 4조원을 넘은 적이 없고 최근 2년은 1조원대다. 이 때문에 "대법원이 기업의 생존과 직결된 중요한 판결을 성의 없이 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신은진 기자(momof@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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