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오전 서울 청와대 앞 분수대 광장에서 열린 자유한국당 최고위원회의에서 황교안 대표(왼쪽 두번째)가 발언하고 있다./사진=이기범 기자 |
지난 한 주 국회는 차갑게 얼어붙었다. 전 주 자유한국당과 치열한 전투를 치른 더불어민주당 등 여야4당은 선거제 개편안 등 안건을 패스트트랙에 상정하는 데 성공했다.
한국당 의원들은 삭발을 감행했다. 장외투쟁을 벌였다. 금요일엔 '적지' 광주로 이동해 유세를 펼쳤다.
◇DAY1: 치열한 패스트트랙 전투, 해결의 실마리=시작은 비장했지만 결과는 싱거웠다. 한국당 의원들이 회의장 입구를 점거하며 지연 전략을 썼지만 순식간에 회의장을 변경하면서 사법개혁특별위원회(사개특위)는 개의 63분만에, 정치개혁특별위원회(정개특위)는 100여분 만에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지정을 마쳤다.
지난주 전투를 치르고, 주말동안 '숨고르기'를 한 여야4당은 29일 우회로를 택했다. 사개특위는 이날 밤 10시 국회 본청 220호실로 회의소집을 한 뒤 5층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전체회의장에 집결했다. 정개특위는 본청 446호실(행정안전위원회 회의실)로 예고한 뒤 3층 운영위원회 회의장에서 개의했다.
◇DAY2: 패스트트랙 지정 완료=날을 넘겨 이어진 회의. 뒤늦게 바뀐 회의장으로 진입한 한국당 의원들이 "원천 무효"를 외치며 회의를 지연시키려 했지만 이상민 사개특위원장과 심상정 정개특위원장은 각각 의사진행 발언 기회를 1시간가량 준 뒤 무기명 투표를 진행했다. 결과는 예상대로 사개특위과 정개특위 모두 의결정족수 5분의3을 만족시키며 날이 바뀐 30일 패스트트랙 지정을 완료했다.
여야4당은 결국 패스트트랙 지정에 성공했다. 심상정 정개특위원장은 "불가능하다고 여겼던 일이 일어났다"며 환영했다.
◇DAY3: '100만' 넘긴 자유한국당 해산 청원=한국당 해산을 요구하는 청와대 국민청원 동의자 수가 전날 100만명을 넘긴 데 이어 1일에도 급격히 증가했다. 3일 현재 동의자 수는 170만명을 넘겼다.
패스트트랙 지정을 막으려고 국회에서 몸싸움을 벌인 한국당에 대한 반대 여론이 커졌다는 사실을 반증했다.
한국당과 일부 바른미래당 의원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여야4당이 패스트트랙을 관철시키면서 정국은 급격히 냉랭해졌다. 박대출 한국당 의원은 "20대 국회는 죽었다"며 삭발을 감행했다.
◇DAY4: 한국당 의원 단체 삭발식=2일 국회에서 가장 눈길을 끈 행사는 한국당 의원들의 '삭발식'이었다. 이날 오전 국회 본청 앞에서 열린 ‘문재인 좌파독재정부의 의회민주주의 파괴 규탄 삭발식’. 전동식 이발 기계를 켜자 길었던 머리가 사정없이 잘려 나갔다. ‘2대 8’ 가르마를 따라 단정하게 빗어넘겼던 머리는 어느새 맨살을 드러냈다. 삭발식에 참여한 자유한국당 김태흠·윤영석·이장우·성일종 의원과 이창수 충남도당위원장의 표정은 비장했다. 응원 나온 일부 당원들은 눈물을 보이기도 했다.
한국당은 전국적 장외투쟁에 들어갔다. 먼저 당 지도부는 이날 청와대로 향했다. 황교안 대표는 이날 오전 청와대 앞에서 최고위원회의를 열고 "오늘부터 국민으로 들어가서 국민과 함께 가열찬 민생투쟁을 펼치겠다며 "문재인 대통령과 이 정권이 대오각성하고 정상적인 국정운영으로 돌아오지 않는다면 국민의 분노가 청와대 담장을 무너뜨릴 것이라고 경고한다"고 밝혔다.
패스트트랙 철회 없이는 국회 정상화도 없다고 엄포를 놨다. 나경원 원내대표는 "키는 문 대통령이 쥐고 있다. 대통령이 결단을 내려 국회 정상화에 나서야 한다"며 "지금이라도 패스트트랙을 철회하고 원점에서 정개특위, 사개특위에서 논의해야 한다. 여당의 사과와 재발방지 약속 없이는 대화가 어렵다"고 말했다.
한편 문희상 국회의장은 병원에서 심혈관계을 시술 받고 8일만에 이날 퇴원했다.
◇DAY5: '적지' 광주향한 황교안 한국당 대표=3일 황교안 한국당 대표가 광주를 찾았다. 그러나 5.18 망언 논란에 휩싸인 한국당 의원들에 대한 징계가 마무리되지 않은 상황이라 광주시민의 반응은 싸늘했다. 광주 5월 어머니회와 광주진보연대 등 시민단체는 황 대표에게 물을 뿌리며 "물러가라"고 외쳤다.
황 대표를 비롯한 당 지도부는 이날 오전 광주 송정역에서 '문재인 STOP 광주시민이 심판합니다'라는 주제의 규탄대회를 열었다.
선거법 개편안 등의 패스트트랙 철회를 요구하며 전날 서울과 대전, 대구, 부산 등에서 규탄대회를 개최한데 이은 호남행보다. 황 대표가 호남을 방문한 것은 대표 취임 후 이번이 처음이다.
반응은 냉랭했다. 광주 5월 어머니회, 광주진보연대, 광주시민단체협의회, 대학생진보연합 등 광주지역 시민단체는 한국당 규탄대회가 열리는 광주송정역에서 '5.18 역사왜곡 적폐몸통 자유한국당 해체하라!'고 적힌 현수막을 들고 한국당 규탄집회를 개최했다.
김평화 기자 peace@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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