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비닐 4만2400t 처리했다 속여 86억원 가로채
한국환경공단, 증거 잡고서도 단속은커녕 봐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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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보전을 위해 시행 중인 재활용 지원금이 수거·선별·제조 업체의 처리 실적 조작으로 줄줄 새고 있다.
전주지검은 8일 “2016~2018년 폐비닐 4만2400t을 처리한 것처럼 서류를 꾸며 재활용 지원금 86억원을 가로챈 혐의 등으로 관련업체 10곳과 감독기관 2곳에서 13명을 적발했다”고 밝혔다. 검찰은 이 가운데 9명을 구속기소하고, 4명을 불구속 기소했다. 구속자 중 폐비닐 수집·활용 업체 대표 8명한테는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사기) 위반, 관리·감독기관 간부 1명한테는 업무방해 등 혐의를 각각 적용했다.
검찰은 지난해 6~10월 환경부가 관련 업체 750곳의 제출실적을 분석하는 과정에서 부당 수령 단서를 잡고 수사를 의뢰하자 인천·광주·정읍·영광·진안 등 전국의 업체 10곳을 압수수색했다.
수도권에서 수거업체 2곳을 운영하는 ㄱ(59) 대표는 2015년 1월부터 지난해 10월까지 재활용업체와 짜고 폐비닐 2만7600t을 인계한 것처럼 계량확인서를 만들어 지원금 22억7600만원을 타냈다. 나머지 9개 업체 대표들도 적게는 2억3300만원에서 많게는 13억4100만원까지 실적을 속여 지원금을 챙긴 것으로 확인됐다. 이들은 한국순환자원유통지원센터에 보고하는 매입량과 매출량이 서로 맞아야 지원금이 나온다는 점을 알고 팩스나 전화를 통해 신고량을 사전에 일치시키기는 등 공모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이 신고한 폐비닐 처리량 4만2400t은 라면 봉지 90억개 무게로 연간 국내 소비량의 3배에 이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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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환경공단 등 감독기관 직원들은 만연한 비리를 단속하기는커녕 묵인하고 조장했다. 환경공단 호남지역본부에 근무하는 ㅇ(53)과장은 2016~2018년 한 업체의 부당 편취 사실을 알고 현장조사를 나가고서도 시간당 재활용 가능량을 부풀려 보고했다. 다른 업체의 청탁을 받고는 지원금을 많이 받을 수 있도록 평가점수를 높여주었다가 업무방해 등 혐의로 구속됐다.
검찰은 “전국 1위를 다투는 업체들이 서로 공모한 점이 충격적이다. 감독기관은 시간당 처리 가능량의 2~3배를 실적으로 신고해도 현장조사에서 이를 묵인해줬다. 추가 수사로 재활용 지원금 비리를 뿌리 뽑겠다”고 밝혔다.
재활용 지원금은 포장재 생산자가 환경보전과 자원 활용을 위해 납부한 분담금을 수집·선별·제조 업체의 처리 실적에 따라 나눠주는 제도다. 지난해 분담금은 시제이 40억원, 농심 32억원, 동서식품 23억원, 오뚜기 17억원, 이마트 16억원 등 모두 1958억원이었다. 이 중 70%인 1443억원이 재활용 지원금으로 쓰였다. 지원금 가운데 가장 많은 560억원이 폐비닐류 처리에 들어갔다.
환경부는 실적 조작이 드러나자 서둘러 대책을 내놨다. 환경부는 오는 7월부터 전국 사업장 448곳에 차량 자동계량시스템을 의무적으로 도입하도록 했다. 또 최근 3년 동안 폐비닐 처리 실적을 보고한 업체 261곳의 실태를 전수 조사하기로 했다. 허위 실적을 보고했을 때 지원금을 중단하고 2배까지 환수하는 등 벌칙도 강화할 방침이다.
안관옥 기자 okah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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