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경찰서. /사진=김미루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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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13일 오후 1시30분쯤 서울 강남구 논현동에서 "검은 옷을 입은 사람이 마약을 한 것 같다"는 신고가 경찰에 접수됐다. 검은 모자를 쓴 남성이 앉았다 일어나는 행동을 수차례 반복하는 등 수상해 보인다는 내용이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은 A씨를 발견하고 마약류 간이시약검사를 시도했다. 그러나 A씨가 검사를 거부하면서 경찰은 빈손으로 복귀했다.
마약 사범 증가에 대한 사회적 우려가 높아지는 가운데 마약 투약 피혐의자가 거부 의사를 나타낼 경우 범죄 사실을 확인할 최소한의 장치가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간이시약검사는 당사자 동의가 전제된 임의수사에 속하는 데 음주 측정과 달리 거부해도 처벌할 근거가 없다는 설명이다.
16일 경찰에 따르면 마약 투약 의심 신고로 받고 현장에 출동한 경찰은 피혐의자의 동의나 승낙을 얻어서 임의수사 형태로 간이시약검사를 시행한다. 경찰은 수사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필요한 조사를 할 수 있다는 형사소송법 199조 1항을 근거로 한다.
피혐의자가 간이시약검사를 거부하면 현장 경찰이 할 수 있는 조치는 사실상 없다는 의미다. 검사를 강제하려면 영장이 있어야 하는데 이 때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 식의 소모적 논쟁이 벌어진다. 마약 투약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영장을 신청하면, 마약 투약이 의심된다는 상당한 근거를 제시해야 한다는 답이 돌아온다.
경찰 관계자는 "마약 투약 범죄는 은밀한 공간에서 스스로를 상대로 이뤄진다"며 "목격자가 없어 증거 수집이 곤란한 경우가 대다수"라고 말했다. 서울의 경감급 경찰관은 "신고 전화 내용이나 참고인의 구두 진술이 있어도 영장을 발부받기 어렵다"고 말했다.
마약 현장에 출동한 경찰관들이 우회적인 수사 방식을 활용하는 것도 이같은 맥락에서다. 폭행이나 재물손괴 등 다른 혐의가 있을 때 이를 병합해 긴급 체포하는 방식이다. 다른 경찰 관계자는 "다른 혐의로 체포할 경우 (마약 검사를 위한) 영장도 더 수월하게 나온다"고 했다.
국내 마약 사범이 큰 폭으로 늘어나는 상황을 고려하면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뒤따른다. 대검찰청이 지난 6월 발간한 '2023 마약류 범죄백서'에 따르면 지난해 검찰에 입건된 마약류 사범은 2만7611명으로 조사됐다. 역대 최대치로 전년(1만8395명) 대비 50.1% 급증했다.
음주측정과 비교해 마약류 간이시약검사가 지나치게 제한적이라는 지적도 뒤따른다. 음주측정 역시 명목상 임의수사에 속하지만 거부할 경우 도로교통법에 근거해 현행범 체포될 수 있다.
도로교통법 44조 2항에 따르면 경찰은 음주운전으로 의심되는 경우 운전자에게 호흡측정 방법의 음주측정을 할 수 있다. 운전자가 이를 거부하면 같은 법 148조의2에 따라 1년 이상 5년 이하 징역이나 500만원 이상 2000만원 이하 벌금형에 처할 수 있다.
강남경찰서 소속 경감급 경찰관은 "마약 투약이 의심되더라도 당사자가 완강히 거부하면 어떻게 할 도리가 없다"며 "마약을 투약한 상태로 길거리에서 시민들에게 위해를 가할 경우 사회적 피해가 커진다"고 말했다.
도심 속 마약 공장. / 사진제공=뉴시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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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미루 기자 miroo@mt.co.kr 김선아 기자 seona@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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