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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6 (토)

"노숙자 시절 책 선물, 눈물 왈칵"…스타 작가 돼 '은인' 찾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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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사진=소재원 작가 인스타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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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으로 친절이란 감정을 알게 해준 당신이 무척이나 보고 싶습니다."

영화 '비스티보이즈', '터널' 등의 원작자인 소재원 작가(41)가 과거 노숙인 시절 서점에서 쫓겨난 자신에게 책을 선물해 준 은인을 찾아 나섰다.

소 작가는 지난 15일 인스타그램에 "20여년 전 노숙 시절 서울 한 서점에서 3일째 책을 읽고 있었다. 갈 곳이 없어 이야기를 읽을 수 있는 서점이 유일한 여가 장소였다"며 "3일째 되던 날 직원이 '냄새난다고 항의 들어왔다. 나가달라'고 했다"고 밝혔다.

이어 "순간 얼굴이 붉어져 황급히 서점을 빠져나왔다"며 "그때 '저기요' 하는 목소리가 들렸다. 분명 날 부른다는 확인이 들어 고개를 돌렸다"고 했다.

당시 소 작가를 불러세운 사람은 서점에 있던 다른 여성 직원이었다고 한다. 그는 "나도 모르게 뒷걸음질 쳤다. 노숙자. 나는 예비 범죄자와 같은 낙인이 찍혀있던 것"이라며 "이런 내 행동을 눈치챘는지 그 직원이 '잠시만요'라고 소리쳤다"고 설명했다.

직원의 손에는 책 한 권이 들려있었다. 급히 달려온 탓에 숨을 헐떡이던 직원은 소 작가에게 책을 건네며 "이 책만 읽으시더라고요. 다 못 읽으셨죠? 제가 선물로 드릴게요"라고 말했다. 선물 받은 책은 소록도를 배경으로 한 이청준의 소설 '당신들의 천국'이라고 한다.

소 작가는 "태생부터 가난으로 찌들었던 내가 선물 받아본 적이 있었을까. 생일 때도 받아본 적 없는 선물이었다"며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고 회상했다. 그는 감사하다는 말 대신 "나중에 제 작품을 직접 선물로 드리겠습니다"라고 약속했고, 직원은 손을 꼭 잡은 뒤 돌아섰다.

소 작가는 "직원에게 받은 친절을 매번 되새기면서 버텨왔다. 그는 알고 있을까. 자신이 선물했던 책을 읽은 노숙자 청년이 꽤 인정받는 작가로 살아가고 있다는 것을"이라며 "그의 친절을 닮은 작품을 집필하면서 '약자를 대변하는 작가'라는 수식도 얻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해당 직원을 향해 "이젠 약속을 지키고 싶다. 만나고 싶다. 당신을 닮은 내 작품들을 선물로 드리고 싶다"며 "잘 지내시냐. 당신 덕분에 괜찮은 작가가 됐다. 여전히 흔들리거나 힘겨움이 찾아올 때면 그때를 떠올린다"고 말했다.

이어 "내가 과연 당신께 선물로 드릴 수 있는 작품을 집필하는지 언제나 생각하고 다짐한다"며 "내가 말한 대로 작가가 됐고, 작품을 선물할 만큼 이름 있는 작품을 썼다고 자랑하고 싶은 마음도 크다"고 털어놨다.

소 작가는 "더 늦으면 안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만나서 20년이 훌쩍 넘은 시간의 고마운 마음을 고백하고 싶다"며 "당신의 이름도 궁금하다. 제게 처음으로 친절이란 감정을 알게 해 준 당신이 무척 보고 싶다"고 소망했다.

소 작가는 영화 '비스티 보이즈', '소원', '터널', '공기살인' 등의 원작 소설을 집필한 베스트셀러 작가로 꼽힌다. 특히 '비스티보이즈'의 원작이자 그의 첫 소설인 '나는 텐프로였다'는 남성 접대부 이야기를 담았다는 점에서 주목받았다.

소 작가는 가난했던 어린 시절을 거쳐 노숙자 생활을 하고, 소설가가 되기 위해 호스티스로 일했다고 밝혔다. 그는 2015년 2월 방송된 KBS 1TV '그대가 꽃'에서 "유명해지고 싶고 소설가로 알려지고 싶었다"며 "기성 작가보다 글 실력이 좋은 것도 아니고, 같은 소재를 멋있게 쓸 수 있는 재능도 없어서 이제까지 없던 소재로 재밌게 써보려고 했다. 그게 호스트바였다"고 고백했다.

류원혜 기자 hoopooh1@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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